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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홍준표·김태호를 그렇게 내보내면 '정적 제거'



칼럼

    [칼럼]홍준표·김태호를 그렇게 내보내면 '정적 제거'

    [김진오 칼럼]

    '정적죽이기'라는 비판은 황 대표를 따라다닐 것이다
    박근혜, 유승민 죽이려다 레임덕 맞았다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왼쪽)와 김태호 전 경남도지사(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홍준표가 당을 떠났다.

    '막장', '사천', '정적죽이기' 공천이란 말을 남기고 나갔다.

    지난 1996년 김영삼 전 대통령의 발탁에 의해 신한국당에 입당해 여의도에 진출한 이후 한 번도 보수 정당(신한국당→한나라당→새누리당→자유한국당→미래통합당)을 벗어난 적이 없는 대선 후보 급 정치인이 추풍낙엽 신세가 됐다.

    홍 전 대표는 12일 황교안 대표와 김형오 공관위원장을 겨냥하며 대구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하겠다고 선언했다.

    홍 전 대표는 이날 오전 페이스북에 "이번 양산 협잡 공천은 황교안 대표 측과 김형오가 공모한 막천이기 때문에 바로 잡을 가능성은 제로"라고 밝혔다.

    모래시계 검사라는 명성으로 국회의원 배지를 단 뒤 그는 늘 혈혈단신이었고, 김대중 전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 등 현 여권 지도자들을 거세게 비판하며 명성을 높인 정치인에 속한다.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엔 대여 공격의 선봉장 역할을 하면서 전투력을 인정받아 서울 동대문과 강남을 등지에서 승승장구했다.

    고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리스트로 인해 곤욕을 치른 바람에 정치 생명이 끝난 것 같았으나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무죄를 받아 기사회생했다.

    지난 2017년 누가 출마해도 질 수밖에 없는 대통령 선거에서는 24%의 지지율로 2위를 기록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현 미래통합당) 전 대표(사진=연합뉴스)

     

    그리고 자유한국당 대표로 복귀해 지난 2018년 지방선거를 진두지휘했으나 트럼프-김정은 싱가포르 정상회담이라는 초대형 악재를 만나 불명예스럽게 물러났다.

    지방 선거 전 "홍준표는 보수궤멸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태어났나"라는 극한 비판을 받기도 했다.

    오는 21대 총선거를 겨냥해 고향인 밀양·창녕에 둥지를 튼 홍준표 전 대표가 김형오 미래통합당 공천관리위원장의 '험지'출마라는 칼을 맞았다.

    김 위원장은 양산으로 옮겨 민주당 김두관 의원과 맞붙겠다는 역제안도 거절하고 과감하게 잘라버렸다.

    이제 그는 미래통합당의 텃밭인 대구에서 오뚜기처럼 우뚝 서던가, 아니면 정치사의 뒤안길로 사라져야하는 운명을 맞고 있다.

    정치가 원래 비정하고 퇴장할 땐 더없이 초라하며 남는 것이 없다는 '허업' 이라지만 지난 24년 동안 홍준표 전 대표만큼 거침이 없었던 정치인도 드물다.

    큰 정치인 밑에 들어가 계파원이 되기를 거부했고 가끔 거물 정치인들을 들이받아 관계를 망쳐버린 경우가 비일비재한 정치인이다.

    미래통합당 김형오 공천관리위원장이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사진=윤창원 기자)

     

    한나라당 원내대표 시절 김형오 국회의장(현 공관위원장)과의 관계가 나빠진 것도 그의 특이한 성향에 기인한다.

    잘못을 눈감지 못하고 비수를 꽂는 한마디나 막말을 내뱉어야 직성이 풀리는 성향이지만 미래통합당이 권력을 놓치고 풍찬노숙(김대중, 노무현 대통령 시절)할 때 홍준표 전 의원처럼 콕콕 찌른 야당 정치인이 미래통합당엔 없다.

    홍 전 대표 인간관계의 문제점을 거론하기도 하지만 전직 당 대표이자 대통령 후보였던 사람을 험지 출마용으로 차출하겠다는 발상, 공관위원장의 말을 듣지 않는다며 경선 자격도 주지 않는 것을 '염량세태'라고 부른다.

    홍 전 대표가 '정적 제거'라고 하소연하는 이유는 자신만이 황교안 대표의 당내 정적이라는 것이다.

    차기 대선 후보를 놓고 치열한 경합을 벌일 상대를 '험지' 출마를 구실로 미리 제거했다는 주장이다.

    김태호 제21대 국회의원선거 산청·함양·거창·합천선거구 예비후보가 지난 8일 오후 경남 거창군 대동리 자신의 선거사무소에서 무소속 출마를 선언하는 모습.(사진=연합뉴스)

     

    ◇ 김태호 전 의원은 홍준표와 다른 의미에서 억울할 수밖에 없다.

    2년 전 반강제적으로 또다시 도지사 선거에 출마시켰던 통합당이 험지(서울) 출마를 하지 않는다며 공천을 배제했다.

    의원 보좌관, 경남 도의원, 거창군수, 경남지사, 김해 국회의원을 거치며 한 번도 당을 떠난 적이 없는 정치인을 공관위원회라는 이름으로 내쳤다.

    김태호 전 의원은 낙천할 만한 흠결이 있는 것이 아닌데도 오직 공관위원회의 차출 명령을 거절했다는 이유로 정치 생명을 끊어버리려 한 것이다.

    당장은 공관위원회가 책임을 지게 되지만 결국 공관위를 통해 정치적 경쟁자를 없애려했다는 비판은 황교안 대표 주변을 맴돌 것이다.

    차기든 차차기든 미래 지도자를 키워야 할 정통 보수 정당이 공천 기구를 가동해 잘라버리는 것은 정치의 '상도의'가 없는 것이다.

    김영삼 전 대통령도, 김대중 전 대통령도, 하물며 이명박 전 대통령도 '눈엣가시'를 그런 비정상적인 행태로 내쫓은 적이 없다.

    박근혜 전 대통령만 4년 전 유승민 의원을 제거하려다가 레임덕의 부메랑을 맞았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를 향한 미래통합당의 러브콜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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