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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직한 후보' 라미란 "원맨쇼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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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직한 후보' 라미란 "원맨쇼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노컷 인터뷰] '정직한 후보' 주상숙 역 라미란 ①

    지난 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영화 '정직한 후보' 주상숙 역을 연기한 배우 라미란을 만났다. (사진=NEW 제공)

     

    '정직한 후보'는 동명의 브라질 원작 영화 'O Candidato Honesto'(2014)와는 많이 달라졌다. 장유정 감독은 한국의 총선 풍경, 정치인이 대중을 대하는 자세, 대중이 정치와 정치인을 받아들이는 태도 등을 신경 써서 각색했다. 물론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대선 후보였던 남성 주인공을 국회의원 후보인 '여성'으로 바꾸었다는 점이다.

    라미란은 '정직한 후보'에서 뻔뻔한 3선 국회의원 주상숙으로 분했다. 처음엔 사명감으로 정치를 시작했지만 이제 거짓말이 참말보다 쉬워진 주상숙이 하루아침에 거짓말을 못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 이야기는 라미란의 '원맨쇼'에 가깝다. 그의 연기력과 끼에 상당 부분 기대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라미란은 '정직한 후보'가 자신의 원맨쇼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대놓고 웃기는 영화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혹여 너무 튀어 보이진 않을까 싶어 연기를 약간 '억제'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 '정직한 후보'를 보고 라미란의 원맨쇼라는 반응이 나온다.

    원맨쇼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뭔가 다들 합이 잘 맞아서 살려준 거다.

    ▶ 작품을 제안받고 어떤 생각이 들었나.

    그냥 쑥쑥 읽히더라. 코미디란 장르가 힘들지 않나. 원작은 안 봤는데, 안 봐도 될 만큼 현지화에 성공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볼 필요도 없겠다 싶었다.

    ▶ 배우들이 대본부터 매우 재미있었다는 얘기를 많이 했는데, 어떤 내용이 가장 재미있었나. 영상화하면서 더 잘 살아난 부분이 있다면 어느 부분인지도 궁금하다.

    책이 훨씬 재미있었던 것 같다. (일동 폭소) 일단 막 뱉고, '뻥쟁인데~' 하는 게. (웃음) 왜냐하면 책이 친절하게 더 설명되어 있지 않나. 전사도 그렇고 세세한 부분도 설명이 돼 있으니 그걸 읽으면 더 재미있게 가는 게 있는데, (영화는) 시간 축약해야 하니까 없어진 것도 있더라. 저는 책이 훨씬 재밌었다. (일동 폭소) 제가 읽으면서 상상했던 그림이 있었는데, 막상 (촬영) 할 때는 많이 줄이고 누르고 하다 보니까…

    '정직한 후보'는 거짓말이 제일 쉬운 3선 국회의원 주상숙이 선거를 코앞에 두고 거짓말을 전혀 못 하게 되며 벌어지는 좌충우돌 코미디다. (사진=㈜수필름, ㈜홍필름 제공)

     

    ▶ 왜 억제하면서 연기했을까.

    많이 억제했다. 이게 코미디라고 해서 너무 오버 액션, 막무가내로 보이는 것보다는 저 스스로가 설득돼야 한다고 봤다. 이 상황을 받아들여야 하니까. 초반에는 좀 누르고, 나름대로 완급 조절을 했다. (웃음)

    ▶ 어느 날 갑자기 거짓말을 전혀 못하게 되는 3선 정치인 역을 맡았다. 이 같은 설정을 어떻게 생각했는지.

    저도 배우로서 얼굴이 (밖에) 나와 있는 사람이기도 하고, (집안의) 며느리이기도 해서 비슷한 부분이 있더라. 배우이자 인간인 라미란으로서 만약 이런 상황이 닥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어떻게 보면 가장 취약한 부분이지 않나. 정치인이 거짓말을 못한다는 게. 거짓말을 못하게 됐을 때 오는 상황, 그 조건만으로 충분히 재미를 유발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어떻게 황당해하고 당황해야 조금 더 웃길까 고민했다.

    ▶ 재선을 노리는 3선 국회의원이기 때문에 주상숙의 상황이 더 절박하고 코믹하게 느껴졌던 것 같다.

    주상숙도 순수했던 시절이 있다. 정치에 입문하는 계기가 된 일련의 사건들을 보면, 한땐 정의감에 불탔던 사람이다. 정치하면서 찌들고 사회와 타협하고 변질됐는데, 자기가 변질된 걸 못 느끼면서 너무나 자연스럽게 '당연히 이럴 수 있지' 하고 사는 사람이다. 그런 인물이 갑자기 (해오던 걸) 못하게 됐을 때 너무 당황스러웠을 것 같다.

    ▶ 한편으로는 날것 그대로의 진심만을 말하니까, 배역을 연기하며 후련함과 해방감도 있었을 것 같다.

    하면서 살짝 드러났을 거다. 제가 "개구랍니다" 하는 장면이 있다. (일동 웃음) 나중에는 어느 순간 (솔직하게 말하는 게) 훨씬 더 속 편하다는 걸 느꼈는지 저도 웃고 있더라. 영화 보니까 제가 웃고 있었다. "개구랍니다, 헤헤" 하면서. (일동 폭소) "가발 상숙입니다. 이건 제 머리고요" 하다가 나중에는 아예 그러지 않나. "정직한 게 죕니까!" (웃음)

    ▶ 말이 나와서 말인데 가발 쓰고 다니는 설정은 왜 들어갔나.

    여자 정치인 이미지를 쭉 찾아봤는데 제 연령대 분들은 긴 머리가 없더라. 그것도 하나의 이미지 메이킹이다. 좀 단아~한 느낌을 주고, 집에 가서는 드레스 입고 머리 풀고 초밥 먹는 설정을 가져간 거다. 거짓말 못하게 되니 가발도 너무 거추장스러운 거다. 그래서 벗어던지게 됐다. 근데 가발 티 안 나지 않았나? (웃음) (극중 사진) 카니발 차량 보고 어떤 분이 라미란 씨 어디 출마하냐고 물어보신 적도 있다. (가발인) 짧은 머리가 더 잘 어울린다고도 하고.

    라미란은 처음에는 '서민의 일꾼'이 되고자 정치에 입문했으나 현재는 '재선'만을 바라는 3선 국회의원 주상숙 역을 맡았다. (사진=㈜수필름, ㈜홍필름 제공)

     

    ▶ 3선 된 이후로는 메뉴판도 안 읽는다고 하는 등 뼈 있게 웃긴 대사들이 인상적이었다. 그건 원래 시나리오에 있던 대사인가.

    "메뉴판도 보좌관이 읽어 줘요. 3선 이후로 아무것도 안 봐요" 이런 대사도 감독님이 시나리오 쓸 때 정보 수집을 많이 해서 여러 가지 사건을 넣었기에 나올 수 있었다. 제가 누군가를 모델로 하면 본의 아니게 (어떤 사람의 모습이) 보일 수 있으니, '나는 뻥쟁이 국회의원이다'라는 상황 안에서만 있는 게 낫겠다 싶더라.

    ▶ 거대 보험사를 상대로 문제를 제기하는 과거 이야기는 잠깐만 나오는데 어떤 내용이었나.

    제가 보험사의 우수 직원이었는데 할머니(나문희 분)가 아파서 보험금 받으려고 하니까 (보험사가) 못 받게 해서 소송을 한다. 그 와중에 희철(김무열 분)을 만나고, 정치에 입문했고 (선거에서) 승리했다. 하지만 할머니는 제가 변하는 걸 보면서 떠난다. 편지 써 놓고. 사실은 잠깐 어디 가신 건데 저희는 죽었다고 생각했고, 그것도 (정치인 생활에) 이용한 거다. 할머니가 실망하는 부분이 있다. 너 그런(착한) 면이 있었는데 지금은 그게 안 보인다고.

    ▶ 국회의원 역할을 해 보니 어떻던가.

    힘들다. (웃음) 하~ 이렇게 이중, 삼중 생활을 하면서 살아야 하나, 이럴 거면 그러지 말지. 참 힘들게 산다 싶었다. 자기의 이미지와 생활을 꾸미고. 근데 다들 그렇게 사는 것 같다. 더 좋은 사람이고 싶어 하지 않나. 더군다나 (국회의원은 사람들에게) 지지받아야 하니까, 더 대중 입맛에 맞추는 것 같다. '이렇게 좋은 사람입니다' 하고 가면을 쓰듯이.

    ▶ 주상숙이 정말 선거에 나온다면 한 표를 줄 건가.

    전 준다. 이제 거짓말 못하니까. (웃음) 그냥 속 시원하게 얘기했으면 좋겠다. 어차피 못 믿을 텐데, 주상숙 같은 사람이 나온다면 차라리 그쪽에 (표를) 주는 게…

    ▶ 주상숙은 유권자들에게 뭐든 해줄 수 있다고 공약한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공약은.

    잘 사는 동네로 만들겠다, 그게 현대인들의 가장 큰 관심사이지 않을까. 근데 "그럴 수 없다는 걸 너무 잘 아시지 않습니까?" 이러고. (웃음)

    ▶ 이전 인터뷰에서 정치에 관심 없다고 한 말이 나갔던데.

    어떻게 보면 비겁한데, 맞다. 저 모른다. (웃음) 그런 거 얘기하지 말라고 철벽 치는 거다. 이 영화는 정치 영화가 아니고 코미디 영화니까, 뭔가 제 (정치적) 입장을 얘기할 그런 건 아니지 않나. 그래서 그런 얘기를 하는 건 맞지 않다고 본다. 어떻게 하면 더 웃음 드릴 수 있을까 집중해서, 재미있게 보시라고 만든 영화니까 다른 게 얘기되는 건 불필요하다고 생각한다.

    ▶ 그래도 이번 영화를 찍으면서 정치인 역할을 했으니, 정치나 정치인에 대한 생각이 달라진 부분도 있을 것 같다. 어떤 정치인이 우리 사회에 필요하다고 보나.

    좋은 사람이 필요하다. 능력 있는 사람. 정직한 사람보다는 현명한 사람이 필요하다고 (앞에서도) 얘기했는데, 사실 거짓말을 안 하고 살 수 있을까? 다 크고 작은 거짓말을 하지 않나. 안 먹을래, 해 놓고 젓가락 드는 것도 있고. 현명한 사람이 필요한 것 같다. 그 자리에 정말 필요한 사람이었으면 한다. <계속>

    배우 라미란 (사진=NEW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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