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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정직한 후보', 단연 라미란의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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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뷰] '정직한 후보', 단연 라미란의 영화

    [노컷 리뷰]

    영화 '정직한 후보'에서 3선 국회의원 주상숙 역을 연기한 배우 라미란 (사진=㈜수필름, ㈜홍필름 제공)

     

    요새 좀 줄어든 것 같은 기독교 표를 벌충하기 위해 홍보 영상에 몇 초 스칠까 싶은 십자가를 강조하라고 하고, 아들의 국적 문제와 원정출산 의혹이 제기되자 주의를 돌리고 시간을 끌려는 목적으로 '감성팔이'에 나선다. 남편과는 금실 좋은 부부를 연기하고, 당선만 되면 뭐든 다 해 드리겠다며 중년 여성 유권자들에게 "어떻게, 남편부터 바꿔드릴까?"라고 너스레 떠는 사람.

    영화 '정직한 후보'(감독 장유정)는 이처럼 너무 천연덕스러워서 어디까지가 거짓말인지도 가늠하기 힘든 능란한 3선 정치인 주상숙(라미란 분)이 할머니 옥희(나문희 분)의 기도로 하루아침에 거짓말을 못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코미디다.

    주상숙은 프로다. 낡아 보이지 않는다며 구두를 밟는 보좌관 희철(김무열 분)에게 다른 쪽 발을 내밀고, 기독교·불교·천주교 등 모든 종교를 끌어안고자 세례명을 말하고 묵주를 차며, 남성 정치인들과 함께하는 식사 자리에서도 흥겹게 한 가락 뽑아내 분위기를 띄운다. "사람만 안 죽이면 당선될 언니"라는 시사 프로그램 PD의 말은 허언이 아니다.

    닳고 닳은 현역 정치인으로 거짓말을 뿌리고 다니는 장면은 영화에서 비교적 길지 않은 편인데 벌써 웃음을 퍼 올린다. 입이 '조절 안 되는 괄약근'처럼 움직인다고 하소연하며, 브레이크 없이 진심을 쏟아낼 때 웃음의 크기는 더 커진다. 스크린을 무대 삼아 끼를 마음껏 발휘하는 라미란 덕이다.

    잘 나가는 의원이 되고 나서는 식당 메뉴판조차 보좌관이 읽어줘 글씨를 제대로 읽어본 적이 없다거나, 국민들이 똑똑해지면 자기 같은 사람(정치인)이 골 아파지기 마련이라거나, 베스트셀러 1위 기록은 알바 써서 사재기한 것이라는 고백. 평소엔 자동응답기처럼 나왔을 "나는 서민의 일꾼이다"라는 말이, "근데 내가 서민의 일꾼은 아니잖아?"라는 물음으로 돌아오는 상황. '정직한 후보'가 웃음 빈도를 늘리는 핵심은 이렇게 '솔직한 말'들을 몰아치는 것이다.

    브라질 원작을 각색해 한국적 요소가 들어간 것도 이야기에 몰입하는 데 도움이 된다. 각종 '연'을 중시하는 만큼 조기축구회, 해병대, 성씨 종친회의 지지 선언을 받는 것, 아들의 국적과 군 복무 문제가 선거판을 좌우할 만큼 큰 이슈로 부각되는 것, 거짓말을 못 한다는 위기를 기회로 삼아 "솔직한 게 죕니까, 여러분!"이라고 반전을 꾀하는 것, 후보 이슈 폭로를 유튜브로 하는 것까지.

    본심을 드러내면 곤란해지기 십상인 '국회의원'이 제일가는 거짓말쟁이에서 누구보다 정직한 사람이 된다는 설정 아래, 라미란은 그야말로 날아다닌다. 의원실 안에서는 건드릴 수 없는 까다로운 1인자로, 집에서는 시어머니 전화에 무릎까지 꿇고 받는 며느리로, 변해버린 자신을 안타까워하는 할머니 앞에서는 조금은 가책을 느끼는 손녀로, 그 어떤 상황에 놓이든 라미란은 작위적인 느낌 하나 없이 '꼭 맞는' 연기를 선보인다.

    다른 배우들의 연기도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정치 입문 때부터 상숙 곁을 지킨 희철 역의 김무열은 이런 생활 코미디 연기를 더 보고 싶다는 마음이 생길 정도로, '생계형 보좌관'의 희로애락을 현실적으로 표현한다. 나문희는 생각지도 못한 선물로 손녀를 당황하게 하는 '웃김'과, 영화의 '감동 코드' 두 마리 토끼를 너끈히 잡아낸다.

    '완벽한 타인', '시동', '가장 보통의 연애' 등으로 코미디도 잘하겠다는 기대를 심어준 윤경호는 '역시나' 잘하고, 웃음 견인에 큰 역할을 한다. 신예 장동주는 입대를 두고 엄마와 돈거래를 시도하는 철없는 아들 역을 맡아 상업영화에서 첫인사를 올렸다. 당 대표 역의 손종학, 경쟁 후보 역 조한철-조수향의 맛깔나는 연기도 놓치면 아쉽다.

    21대 총선을 두 달가량 남겨둔 상황에 개봉하는 '정치인' 주인공 코미디. 정치 불신과 혐오 문제를 깊이 파고들진 않지만 적재적소에 놓인 풍자만으로도 제 몫은 해냈다. 사실 가장 궁금해지는 건 영화 밖에 있다. '1500만 돌파 시 출마하겠다'는 라미란의 공약이다.

    2월 12일 개봉, 상영시간 104분 30초, 12세 이상 관람가, 한국, 코미디.

    오는 2월 12일 개봉하는 영화 '정직한 후보' (사진=NEW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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