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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수입 280만원…내가 후배 연극배우들 인생 망친건 아닌지"



경남

    "1년 수입 280만원…내가 후배 연극배우들 인생 망친건 아닌지"

    [인터뷰] 연극인 천영훈 (극단 미소 상임연출가)

    -고등학교 때 극단 온 친구들 30대 중반
    -연극 한편 70만원 수입..연간 280만원
    -예술인 지원 탁상행정..배우자 돈 벌면 지원 없어
    -개인의 소명의식에만 의존..연극인 계속 줄어

    ■ 방송 : 경남CBS <시사포커스 경남=""> (창원 FM 106.9MHz, 진주 94.1MHz)
    ■ 제작 : 윤승훈 PD, 이윤상 아나운서
    ■ 진행 : 이윤상 아나운서
    ■ 대담 : 연극인 천영훈 (극단 '미소' 상임연출가)

    극단 미소 상임연출가 천영훈 연극인 (사진=천영훈 연극인 제공)

     



    ◇이윤상> 언제부터인지 모르겠는데, '순수예술은 가난하다'는 말을 당연하게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예술가로의 삶. 그것도 서울이 아닌 지역에서 산다는 것은 어떨까요?
    40년간 경남지역에서 연극인으로 살아온 배우 천영훈 씨 만나봅니다. 극단 미소 상임연출가 천영훈씨 나와 계십니다. 안녕하십니까.

    ◆천영훈> 네 안녕하십니까.

    ◇이윤상> 별명이 '천털'이시네요. 수염을 언제부터 기르신 거예요?

    ◆천영훈> 군 제대하고 나서부터 길렀죠. 피부가 약하고 해서 면도를 하고 나면 벌게지고 따갑고 해가지고 그냥 기르는 게 낫겠다. 하하

    ◇이윤상> 하하. 연극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천영훈> 고등학교 졸업을 하고 학원을 다녔습니다. 입시 학원을. 거기서 우리 국어 선생님을 만났는데, 그 선생님께서 한 번 와봐라 이러더라고요. 그게 극단이더라고요. 그때 당시로서는 마산에서 연극이 시작할 때고. 선생님께서 '니는 연극하는 게 낫겠다. 한 번 해봐라' 그래가지고 시작된 게 뭐 지금까지 온 거죠.

    ◇이윤상> 처음 들어갔던 극단은?

    ◆천영훈> 마산에 있던 세림기획이라고, 저 마산 경찰서 앞에 있었는데, 거기서 처음에는 뭣도 모르고 했죠. 하도 경상도 사투리가 심하고 해가지고 처음에는 대사 한마디도 없는 거였어요.
    거기서 하다가 군대제대 후 외양선원 모집한다는 거 보고 사무실에 찾아가고 있는데, 길거리에서 예전에 연극 같이하던 형님을 만났는데 소극장 만들러 간다길래 같이 바로 갔죠.

    ◇이윤상> 외양선원 면접 보러 가는 길에 우연히 만나서 연극으로 다시?

    ◆천영훈> 네네. 그렇게 제대하고 나서는 본격적으로 한거죠.

    ◇이윤상> 연극 활동은 주로 마산에서.

    ◆천영훈> 네 마산에서 열심히 했죠. 그때 당시 극단 어릿광대, 불씨촌, 극단 마산 뭐 이렇게 해가지고 경쟁 삼아 열심히 했습니다. 그때 당시 또 극단도 많죠. 사랑방 극단도 있었고. 그리고 극단을 차려야겠다고 생각을 해서, 여동생한테 50만원만 좀 빌려줘라.

    ◇이윤상> 50만원 빌려서.

    ◆천영훈> 극단 미소 창단하면서 뭐 준비할 건 준비하고.. 아직 갚지는 못했습니다. 하하.

    ◇이윤상> 하하. 극단 미소를 차린 게 여동생에게 빌린 50만원으로 시작이 된 거였군요.

    ◆천영훈> 89년도에 극단 미소를 창단한거죠. 위에 선배들도 저 극단 몇 년이나 가겠어. 뭐 그 창단했다 축하해주러 와라 해도 아무도 안 왔어요.

    ◇이윤상> 곧 없어질거라고?

    ◆천영훈> 예 아무도 안 오길래 아 그러면 우리 창단 멤버 4명이서 그럼 우리 막걸리나 한잔하고 열심히 해보자 그래가지고 시작이 된거죠.

    (사진=천영훈 연극인 제공)

     



    ◇이윤상> 대표작이 있다면요?

    ◆천영훈> '나락모티 사람들'이라고 우리 고향 이야기를 가지고 연출을 했었는데,
    천영훈 씨의 대표작 '나락모티 사람들' (사진=경남신문)

     

    그거 해가지고 연출상도 타고 연기대상도 타고 전국대회 가서도 2등도 하고.. 하하.

    ◇이윤상>아까 동생한테 빌린 돈 50만원으로 창단을 하셨다고 했는데, 굉장히 어려운 시기를 지났을 것 같아요. 지금도 지역 예술계는 여전히 어렵다는 이야기는 계속 들리고요. 지역에서 예술을 한다는 것, 현실이 어떤가요?

    ◆천영훈> 솔직히 지금 젊은 친구들 보면 처음에는 뭣도 모르고 한번 해보겠다고 와가지고.. 지금 우리 극단에서 활동하고 있는 친구들이 벌써 서른다섯여섯 됐어요. 고등학교 때 와가지고.
    그러니까 그 젊은 친구들이 지금 뭐 장가갈 생각도 안 해요. 뭐 먹고 살래? 그게 뭐 방법이 없으니까. 연극해봤자 일 년에 배우 같으면 한 네 편정도 합니다. 네 편 하는데 지원금은 한정돼있고. 한 사람 앞에 100만원도 못 가져갑니다. 그러면 뭐 네 편 하면 한 70만원씩 하면 280만원 버는 거죠.

    ◇이윤상> 280만원을 일 년에? 한 달이 아니라 일 년 말씀하시는 거죠?

    ◆천영훈> 네 그러니까 네 작품에 출연을 하면 출연료가 70만원씩이라고 하면 그것밖에 안 됩니다. 그러니까 연극인 예술 강사 다니기도 하고, 또 다른 극단에 스텝으로, 조명이나 음향 스텝으로 가기도 하고. 지원금이란 거 자체가 한정이 되어있으니까. 그러니까 그렇죠.
    연극 작품하면 진흥원에서 지원하는 게 한 700정도 지원을 하거든요 700 되면 뭐 한 일곱 명이 하더라도 작품 제작비 들어가야 하죠. 뭐.. 남는 게 없죠. 그렇다고 뭐 요즘 관객이 계속 늘어나는 것도 아니고. 사실 홍보가 굉장히 힘들어요. 그러니까 뭔가 오히려 뭐 아르바이트 해가면서 그렇게 해가고 있죠. 어떻게 보면 남의 인생 조져놓은 것 같기도 하고. 허허.

    ◇이윤상> 아유...

    (사진=천영훈 연극인 제공)

     



    ◆천영훈> 그러니까 소명의식이 없다면 못할 짓이죠. 그러니까 자꾸 떠나가기도 하고. 또 우리 여자 단원들은 시집을 간다든지 하면 또 못하게 되고, 그럼 지금 남아있는 사람들은 노총각이고 노처녀고 뭐 지금 시집갈 생각도 안하고 연극하고 있는 거죠.

    ◇이윤상> 본인은 어떻게 생활 유지를 하세요?

    ◆천영훈> 전에 누가 묻길래 제가 '저, 각시 등쳐먹고 삽니다' 하하.. 와이프가 직장이 있으니까. 집사람이 '연극만 열심히 해라' 그렇게 후원을 해주니까 이렇게 하고 있죠.

    ◇이윤상> 부인께서 이해를 해 주시는 군요?

    ◆천영훈> 집사사람이 스무살 때 제 극단에서 연극을 하겠다고 찾아왔던 친굽니다.
    돈을 못 벌지만, 다 이해를 해주죠.

    ◇이윤상> 그렇군요. 그래도 아버지니까, 가장의 역할도 하고 극단도 살리기 위해서 여러 가지 애를 많이 쓰셨을 것 같은데..

    ◆천영훈> 예. 극장 월세를 대기 위해서 방앗간에서 참깨 배달도 했어요. 여러가지 아르바이트도 하고.

    ◇이윤상> 지금 몸이 좀 안 좋으신 것 같은데.. 팔에..

    ◆천영훈> 예,예. 발을 헛디뎌가지고 쇄골이 부러졌다고 하네요. 한 달 넘어가고 있습니다. 뭐 연극을 하다 보니까 그만둬버리면 내 인생은 뭐가 되지? 여지껏 뭐하고 살았지? 허무한 생각이 들 것 같더라고요. 아이고 이왕 한 거 뭐 살면 얼마나 더 살 거라고 죽을 때까지 해보자. 뭐 그런 마음이죠. 하하.
    지금은 이제 우리 젊은 단원들이 잘해주고 있으니까. 지금은 이제 젊은 단원들한테 다 넘겨줬어요. 극장 운영도 그렇고 극단 운영도 그렇고. 저는 이제 뒤에서 한 번씩 가다가 잔소리나 할뿐이지. 또 걔들이 뭐 잘 해주니까. 연극을 같이해가는 동료들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거든요?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이윤상> 동료들이 중요하다는 말씀. 그런데, 예술인들, 특히나 경남이 가장 나쁜 수준의 생활을 하고 있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정부나 자치단체의 지원에 대해 하고싶은 말씀은 없습니까?

    ◆천영훈> 지금 예술인 복지법이 어떻고 저떻고...조금씩 불이 붙고 있는데 사실은 그래요. 이 복지법이 뭐 지원금 얼마 준다고 하는데, 저 같은 경우는 안 돼요. 아내가 돈을 벌고 있으니까. 그래서 내가 그때 그 예술인 복지재단에서 온 사람들한테 그랬죠.
    “내가 190만원 받아먹으려고 이혼해야 되나?” 그게 그런 탁상행정 그런 건 좀 안했으면 좋겠다. 그러면 그 예술하는 사람들은 다 이혼하고 혼자 살아야하나. 그런 거 받아먹으려고. 그런 게 좀 서글프더라고요.

    ◇이윤상> 배우자 수입이 있으면 지원을 못받는 건 문제다?

    ◆천영훈> 네. 어찌 보면 생색내기죠. 예술인 창작기금 이런 것도 300만원 지원된다고 하는데, 우리 같은 사람들은 또 안 돼요. 왜? 아내가 벌고 있다고. 그게 참 우스운거라요.

    ◇이윤상> 돈을 버는 배우자가 있으면 지원을 못 받는다. 그럼 지금 미혼 연극인들도 그런 점에서 고민이 안될 수가 없겠군요.
    예술인은 배가 고파야 한다는 말도 있지만, 장기적으로 한국예술의 발전을 위해서는 시스템적으로 예술인들의 최소한의 삶은 보장이 되어야 할 텐데요.

    ◆천영훈> 지금은 개인의 소명의식이 없으면 안되는 게 현실이죠. 요즘 젊은 친구들 안 와요. 현실이 그러니까. 연극은 또 협동 예술이니까 희생해가면서 그렇게 해야 하는데..그러니까 연극 인구도 계속 줄어들고 좀 그렇죠.

    ◇이윤상> 이대로 간다면, 결국 지역 연극계, 예술계는 고사할 수도 있겠다는 위기감도 드는군요. 시간이 다 됐는데요. 하고 싶은 말씀 있습니까?

    ◆천영훈> 예. 우리 지역 연극이든 예술이든 우리 지역민들이 많이 사랑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좀 많이 보듬어주시고 생각해주시고 아껴주시면 뭐 그만큼 좋은 게 어디 있겠습니까. 그뿐입니다.

    ◇이윤상>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천영훈> 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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