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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독 불가 보험 약관…고치고 고쳐도 매번 제자리



경제 일반

    해독 불가 보험 약관…고치고 고쳐도 매번 제자리

    "10명 중 9명 금융상품 약관 어려워…"
    매년 보험약관이해도 평가 시행하지만…'요식행위'
    "상품 단순하게 설계해야…끼워넣기로 상품 복잡, 약관도 복잡"

    (이미지=연합뉴스 제공)

     

    '보험 약관'이 어렵다는 소비자 불만과 각종 보험관련 분쟁이 불명확한 약관 때문이라는 논란에 금융당국이 나서 약관 개선에 나서지만, 결과는 매번 제자리 수준에서 맴돌고 있다.

    보험을 가입할 때 가장 먼저 접하게 되는 게 바로 '보험 약관'이다. 보험 약관은 보험상품에 대한 설명으로 향후 일어날 분쟁에 대비해 계약 내용을 명확히 하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약관에 사용하는 용어가 어렵다 보니, 약관을 제대로 읽어보는 경우는 거의 없다.

    지난해 금융위원회가 실시한 금융소비자 보호에 대한 국민 인식조사에 따르면, 약관 및 상품설명서가 불편하다고 응답한 비율이 88.6%로 국민 10명중 9명은 약관이 어렵다고 판단했다.

    난해한 보험약관으로 인해 불완전판매 논란이 계속 일고 있지만, 정작 보험을 판매하고 설명할 의무가 있는 보험설계사조차 약관을 정확히 알고 설명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금융감독원에 공시돼 있는 생명보험 등 보험 10종에 대한 표준 약관을 들여다보면 도입부인 2조부터 '보험수익자', '진단계약', '피보험자' 등의 용어가 나온다.

    피보험자는 보험 가입 대상을 의미하고 보험 수익자는 보험금을 받는 사람을 의미한다. 진단계약은 의사의 진단을 가입조건으로 하는 계약으로 가입연령이 높은 경우 주로 이뤄진다.

    이외에 납입최고(보험 계약자에게 보험료를 납입할 것을 독촉하는 통지), 과실상계(과실 비율만큼 빼고 계산), 개호를 요하는 자(도움이 필요한 사람),휴차료(사업용자동차 파손으로 인한 영업손해), 기왕증(사고가 있기 전에 이미 있던 신체 증상) 등 한번 읽고 뜻을 이해하기에는 어려운 단어들이 즐비하다.

    보험개발원이 지난달 발표한 제18차 보험약관 이해도 평가를 보면 손해보험사는 평균 56.5점으로 '미흡', 생명보험사는 평균 77.1점으로 '양호' 등급을 받았다. 점수가 80점 이상이면 '우수', 70점 이상~80점 미만은 '양호', 60점 이상~70점 미만은 '보통', 60점 미만은 '미흡' 등급으로 분류된다.

    보험약관 이해도 평가는 보험약관이 어렵다는 지적에 의해 2012년 도입돼 1년에 두 번 약관에 대한 소비자들의 이해도를 평가해 점수화하는데, 점수는 매 해 비슷한 수준을 보이거나 오히려 떨어졌다.

    이해도 평가 점수를 공시하도록 하고 있지만 개선을 유도할 만큼 공시 효과가 크지 않아, 형식적인 평가에 그치고 있다는 평가다.

    지난해 문재인 대통령이 보험약관이 '어렵고 복잡하다'고 지적하면서 금융당국도 보험약관 개편 작업에 착수했다.

    금융위원회는 올해 보험약관의 핵심내용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시각화된 약관 요약서'를 마련하고, 일반 소비자가 보험약관을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약관 이용 가이드북'을 만들 예정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금융당국의 보험약관 개편이 '보여주기 행정'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보험약관을 쉽게 고치자는 움직임은 매 년 있었지만 몇 개의 용어 순화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그 성과가 소비자가 체감할 정도가 아녔기 때문이다.

    금융소비자원 오세헌 보험국장은 "보험 약관을 소비자가 이해하기 쉽게 하는 방향은 맞지만, 근본적인 상품구조에 대한 개편 없이는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며 "어려운 약관을 쉽게 만들기 위해서는 상품을 단순화해야 한다. 상품이 복잡한 상태에서는 약관이 복잡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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