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일본 총리가 24일(현지시간) 중국 쓰촨성 청두 세기성 샹그릴라호텔에서 악수를 나누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제공)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24일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 대화를 통해 한일간 문제를 해결하고 정상간 자주 만나야 한다는 데는 의견을 같이 했다.
하지만 첨예한 현안인 수출규제 조치 철회와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강제징용자 배상 판결 등에 대해서는 서로의 입장차만 재확인했다.
문 대통령과 아베 총리는 이날 오후 중국 쓰촨(四川)성 청두(成都)에 있는 샹그릴라 호텔에서 만나 약 50분간 대화했다.
지난달 방콕에서 11분간 '즉석환담'을 열긴 했지만 의제 없는 만남에 그쳤다는 점에서 한일간 공식 정상회담은 지난해 9월 미국 뉴욕 정상회담 이후 15개월 만이다.
문 대통령은 일본 정부의 수출규제 조치 관련해 "일본이 취한 조치가 지난 7월 1일 이전 수준으로 조속히 회복되어야 한다"며 아베 총리의 결단을 촉구했다고 청와대 고민정 대변인이 전했다.
이에 아베 총리는 "수출관리 정책 대화가 유익하게 진행됐다고 들었다"며 "수출 당국 간 대화를 통해 문제 풀어나가자"고 답했다.
문 대통령은 "실무협의가 원활하고 속도감 있게 진행되도록 아베 총리와 함께 독려하자"면서 "이번 만남이 양국 국민에게 대화를 통해 문제가 해결될 수 있도록 희망을 주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일본 총리가 24일(현지시간) 중국 쓰촨성 청두 세기성 샹그릴라호텔에서 한일 정상회담을 진행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제공)
고민정 대변인은 "양국 정상은 대화를 통한 문재 해결 필요성에 공감대를 이뤘다"며 "특히 이 문제(강제징용자 배상)를 조속히 해결되고 정상간 만남이 자주 이뤄지기를 기대한다는 데도 뜻을 모았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자 배상 판결에 대한 보복 조치로 올해 7월 아베 정부가 수출규제 조치를 단행하고, 또 이에 대한 맞대응으로 지소미아 연장 종료 등 악화일로를 걸었던 한일 관계를 복원하자는 데는 양국 정상이 합의한 셈이다.
하지만 강제징용자 배상 판결에 대한 일본 정부의 국제법 위반 주장은 철회되지 않았고, 이날 아베 총리도 이를 다시 한 번 반복한 것으로 보인다.
고 대변인은 "징용 문제 관련해 양 정상은 서로의 입장 차이를 확인했다"고 전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구체적이 입장차가 무엇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문 대통령은 강제징용 배상에 대한 대법원의 사법 판단 등 기존 우리 정부의 입장을 얘기했고, 아베 총리는 기자분들이 다 아는 수준에서의 얘기를 했다"고 답했다.
개인청구권을 인정하는 국제법에 따라 입법.사법.행정 삼권분립이 지켜지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사법적 판단이 중요하다는 점을 문 대통령이 강조했고, 반대로 아베 총리는 1965년 한일청구권 협정으로 모든 배상책임이 소멸됐다는 주장을 되풀이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2일 종료 6시간을 앞두고 조건부 연장된 지소미아 종료와 관련해서도 한일 정상간 의견 교환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지소미아 종료 연장 기한이) 무작정 계속 길어질 수는 없는 노릇"이라며 "어느정도 기한 안에 이 문제가 풀려야한다는 것을 한일 양국이 다 인지하고 있다고 큰 틀에서 보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