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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법원·검찰, 이러다 '공명지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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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칼럼] 법원·검찰, 이러다 '공명지조'된다

    법원과 검찰, 정경심 재판하다 법정을 도떼기 시장으로
    재판에도 진영 논리가 개입?
    자중하지 않으면 훅 간다
    사법잣대는 가난한 자도, 세력 있는 자도 편들지 않아야

    (사진=자료사진/연합뉴스)

     

    법원이 셀까? 아니면 검찰이 셀까?

    검찰과 법원은 어떤 일이 있더라도 힘을 과도하게 쓰면 안 되는 사법기관임에도 근래 들어서는 가끔 힘자랑을 한다.

    어제(19일) 조국 전 법무장관 부인인 정경심 교수에 대한 재판정에서 보여준 법원과 검찰의 모습은 본분을 제대로 지켰는지에 대한 의문이 들게 하기에 충분하다.

    정 교수 사건을 담당하는 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재판장 송인권)와 수사를 맡았던 서울중앙지검 반부패2부(고형곤 부장검사)의 법정 충돌은 '조국 수호'와 '조국 죽이기'의 축소판인 듯했다.

    대립은 담당 재판부가 지난 10일 공판에서 정 교수 혐의에 대한 검찰의 공소장 변경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은데서 시작됐다.

    재판부가 정 교수 딸의 동양대 표창장 위조 일시와 장소 등을 새로 특정해 공소장을 바꾸려는 검찰의 신청을 기각한 것이다.

    송 부장판사는 이날 "수사 자료 복사가 지연되면 피고인(정경심)에 대한 보석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말해 논란을 빚었다.

    19일 재판에서는 재판부가 검찰의 이의 제기에 대해 '별 의견 없다'고 기록한 공판 조서가 문제가 됐다.

    재판이 시작되자마자 고형곤 부장검사를 비롯한 재판에 출석한 검사 9명이 이를 문제 삼으며 법원을 비판했다.

    고형곤 부장검사가 "조서를 이렇게 엉터리로 꾸미는 것은 재판장이 심각하게 한쪽 편만 들고 있는 것"이라고 재판부를 공격했고, 송 부장판사가 거듭된 이의 제기를 거부하면서 10분간 고성이 오갔다.

    송 부장 판사는 "재판 과정을 녹음하고 있는데 모든 내용을 조서에 담을 수 없다"며 "법에도 그렇게 나와 있다"고 기각 이유를 설명했다.

    검찰이 의견을 밝힐 때마다 송 부장판사는 "검사님 이름이 뭐냐. 검사님 자리에 앉으세요" "이러면 재판 진행 못합니다" 라는 말을 수십 차례 반복했다.

    검찰은 "전대미문의 재판이라"면서 "들어보지도 않고 이의를 기각하느냐"고 반발했다.

    검찰과 변호인도 충돌했다.

    정 교수 변호인이 "재판부가 설정한 의제에 따르는 것이 기본"이라고 말하자 고 부장 검사는 "변호인은 저희를 비난할 기회를 얻은 것이 아니냐"라고 반박했다.

    정 교수 측 김칠준 변호사가 "30년간 재판을 봐왔지만 오늘 같은 (검찰의) 재판 진행을 본 적이 없다"고 하자. 고 부장검사는 "저희도 재판장의 이런 재판을 본 적이 없다"고 맞받았다.

    재판부는 막판에 "예단이나 중립성 부분은 저희를 돌아볼 기회로 삼겠다" "검찰이 이의를 제기한 부분을 수정하도록 하겠다"며 검찰의 문제 제기를 진화했고, 검찰도 "앞으로 불필요한 마찰이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고 했다.

    조국 교수와 그 일가의 문제로 인한 대한민국의 첨예한 갈등·대립이 신성해야 할 재판정에서도 재연된 것이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10월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을 받으며 호송차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대립의 발단은 정경심 피고인에 대한 검찰의 추가 기소를 법원이 수용하지 않으면서 비롯됐지만 검찰과 법원의 신뢰 상실로 진단된다.

    특히 '조국 구속'과 '조국 수호'라는 진영 논리가 법정에서도 벌어진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마저 든다.

    재판부가 정경심 교수 '보석 여부 검토'라는 발언은 하지 않았으면 좋았었다.

    재판부의 그런 발언이 재판의 속내를 내비친 것으로 받아들여졌고 편파적인 재판이라는 인식을 줄 수 있었다.

    검찰의 과잉대응 또한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정경심 교수에 대한 기소 시한이 임박했을지라도 좀 더 철저한 수사를 했다면, 추가 기소를 할 필요성도 없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추가 기소가 관례처럼 굳어져있다 보니 정 교수 딸의 동양대 총장상 위조 건도 그렇게 될 줄 알았겠지만 검찰을 향한 법원의 기류가 좋지 않음을 인지하지 않았다면 검찰의 불찰이다.

    양승태 대법원장의 법원을 요절 낸 검찰은 김명수 대법원장의 법원임을 고려했어야 했다.

    "검사들이 이렇게 해도 되는지 대단히 충격을 받았다. 사법 현실을 보여주는 현장"이라고 말한 정 교수 측 김칠준 변호사의 말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조국 전 장관 지지자 수십 명이 검찰이 재판부를 겨냥한 발언을 할 때마다 검찰을 향해 "앉아" "그만해"라고 소리친 게 분명 잘 못됐지만 현재의 검찰은 고립무원의 처지에 몰리고 있다.

    권한 사용을 자제할 줄 아는 검사, 이념이나 성향을 개입하지 않고 법리에만 충실한 판사들의 사법기관이 되지 않고는 신뢰 회복이 쉽지 않다.

    이쯤에서 자중하지 않고 정의롭게 변하지 않을 경우 검찰의 수사도, 법원의 재판 결과도 믿지 않는 풍토가 자심해 질 것이다.

    공명지조(共命之鳥). 교수신문이 선정한 올해의 사자성어다.

    '어느 한쪽이 없어지면 자기만 살 것 같이 생각하지만 그러다간 둘 다 죽고 만다'는 뜻이다.

    한국 사회를 비유한 말로 진영 대결로 날이 새는 줄 모르다 공멸한다는 것이다.

    "재판할 때에 불의를 행하지 말며 가난한 자의 편을 들지 말며 세력 있는 자라고 두둔하지 말고 공의로 사람을 재판하라"는 말은 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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