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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0년 전 김종직이 올랐던 지리산 그 길, 언제쯤 개방되나



문화 일반

    540년 전 김종직이 올랐던 지리산 그 길, 언제쯤 개방되나

    1472년 '유두류록'에 기록된 노장대~하봉~천왕봉 코스 10년 넘게 통제
    지역 주민들, 탐방로 개방 민원 제기 "옛 선조들이 올랐던 길 되짚어 갈 수 있도록"

    조선 성종때 경상도 함양군수로 부임한 김종직은 1472년 8월 14일 지인들과 함께 지리산 탐방에 나섰다.

    당시 지리산은 두류산(頭流山)으로 불렸는데, 김종직은 18일까지 4박 5일간의 유람 기록을 '유두류록(遊頭流錄)'으로 남겼다.

    그는 "두류산처럼 높고 장엄하고 빼어난 산이 중원(中原)에 있었더라면 반드시 숭산(嵩山)과 태산(泰山)보다 먼저 천자(天子)가 올라가 금니(金泥)를 입힌 옥첩 옥검(玉牒玉檢)을 봉(封)하여 상제(上帝)에게 승중(升中)하였을 것"이라며 지리산의 웅장함을 예찬했다.

    김종직의 유두류록 탐방코스 안내판(사진=지리99 류정자 제공)

     

    547년전에 김종직 일행 탐방한 코스는 지금의 함양군 휴천면 운서리에서 출발해 노장대, 하봉, 천왕봉으로 이어지는 길이었다.

    각종 문헌 기록에 의하면 김종직이 올랐던 등산로는 지리산 전체 등산길의 제1호로 알려진 역사적인 산길이다.

    김종직 이후로도 백년 내지 이백년의 간격으로 남원부사 유몽인, 함양선비 박여량 등이 노장대골~동부능선의 등산로를 따라서 천왕봉에 오르내린 후에 지리산의 역사 교과서 같은 산행기기를 남겼다.

    일제 강점기 때에도 함양산청 관리들은 물론 일본인들도 천왕봉에 오르기 위해 이 길을 따라 올랐으며, 중간에 마암당(馬巖堂)이라는 산장까지 지어가면서 등산문화의 꽃을 피웠던 길이었다.

    특히 수려한 기암괴석으로 이루어진 '함양독바위'라로도 불리는 '노장대'는 예로부터 탐방객들의 탄성을 자아내게 했던 명승지이다.

    함양독바위(사진=지리99 류정자 제공)

     

    함양군은 김종직의 '유두류록' 탐방코스 안내판을 등산로가 시작되는 휴천면 운서 마을 입구에 세워두기까지 했다. '유두류록'에 기록된 등산로를 2년 반의 연구끝에 고증해낸 '지리산아흔아홉골(지리99)' 탐구산행팀의 도움이 컸다.

    하지만 정작 김종직이 올랐던 그 길을 따라 지리산을 올라가지 못한다.

    비지정등산로로 지정되면서 등산객의 출입이 통제되고 있기 때문.

    환경부와 지리산 국립공원관리공단측은 지난 2007년 국립공원 훼손 우려와 야생동식물 보호 등을 위해 노장대골~하봉~천왕봉 구간을 특별보호구로 지정한 이후 10년이 넘었지만 계속 비지정 등산로로 묶어두고 있다.

    하동군과 구례군의 경우 남명 조식과 서산대사, 이순신 장군 등의 발자취를 따라 비지정등산로를 개방하거나 새로운 길을 만들고 있는 상황과는 대조적이다.

    이 때문에 지역 주민들은 최근 노장대 등산로를 개방해야 한다며 환경부와 국립공원관리공단에 민원을 제기했다.

    주민들은 "지난 2018년 전체 지리산 탐방객 숫자는 350만명에 달하지만 함양 쪽에서 올라간 등산객은 15만명에 불과했다"며 "수백년전 옛 선조들이 올랐던 길을 되짚어 가면서 숨어있는 지리산의 비경들을 더 많은 등산객들이 즐길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지역 주민들은 "지리산 둘레길 4구간의 전체구역에 접해있는 운서리와 동강리, 송전리의 경우 노장대골의 비지정등산로 해제가 이루어질 경우 지역 특산물 판매와 민박사업 등을 통해 피폐해져 가고 있는 지역경제를 살리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주민들은 "국립공원 탐방객의 이용 만족을 도모하고 지역사회 및 공원 내 거주민들과의 협력체계를 강화해 공단과 지역사회의 동반 성장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와 관련해 함양군은 '지리산 국립공원 구역조정 주민 설명회' 등을 갖고 탐방로 추가 개방에 대한 입장을 설명하고 주민 의견을 청취했다.
    군 관계자는 "노장대골 등산로를 개방해달라는 민원이 접수됐는데 등산객들이 많이 찾아오면 지역 경제에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이라며 "내년 2월에 환경부에 노장대골 탐방로 개설을 건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지리산 국립공원관리사무소 관계자는 "현재 10년마다 한 번씩 실시되는 등산로 개방 타당성 조사가 진행중"이라며 "안정성과 접근용의성 등 기본적인 현장 조사와 생태 기반 평가, 마을 주민들의 의견 등을 취합해 검토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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