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오후 홍콩 빅토리아공원에서 열린 세계 인권의 날 집회에 참가한 홍콩 시민들이 홍콩 도심 센트럴을 향해 거리 행진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범죄인 인도법(송환법) 반대로 촉발된 홍콩 시위가 9일로 꼭 반년을 맞는 가운데 일요일인 8일 오후 홍콩 시민 수십만명이 평화 시위를 벌였다.
이번 시위는 세계인권의 날(10일)을 기념하는 명목으로 마련됐지만 지난달 24일 치러진 구의원 선거에서 야권이 압승을 거둔 데 힘입어 홍콩 당국과 베이징의 중국 지도부에 이른바 '5대 요구 사항'의 관철을 요구하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홍콩 재야단체연합인 '민간인권진선'이 주최한 이번 시위에는 예상대로 수십만명의 시민들이 나와 "광복홍콩, 시대혁명', '폭력경찰 해체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또 행정장관 직선제 실시 등 5대 요구 사항의 수용을 촉구했다.
시위대는 빅토리아 공원에서 집회를 마친 뒤 오후 3시부터 즈웨이베이를 출발해 홍콩청사가 있는 애드머럴티, 경찰본부가 있는 완차이 등을 지나 홍콩의 금융중심가인 센트럴 차터로드에 도착했다.
8일 오후 홍콩 빅토리아공원에서 열린 세계 인권의 날 집회에 참가한 홍콩 시민들이 홍콩 도심 센트럴을 향해 거리 행진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하지만 행진 대열이 너무 길다보니 대열이 행진 출발점인 코즈웨이베이를 미처 출발하지 못했음에도 후 4시 44분 선두대열이 목적지인 센트럴 차터로드에 도착하자 집으로 돌아갈 것을 선언했다.
이날 시위대들은 경찰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모습을 보였고, 물대포와 일부 대원들이 반자동 소총 등으로 무장한 경찰도 시위대를 폭력을 유발하는 행위를 삼갔다.
시위에 나온 시위대들은 홍콩인으로서의 정체성을 분명히 했다.
찰리 로라는 이름의 스무살 된 직업학교 학생은 홍콩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6개월간의 시위를 거치면서 홍콩인이라는 강한 정체성을 느꼈다고 말했다.
광저우에서 20년전에 홍콩으로 이주했다는 리 부인(Ms Lee)은 "처음에는 적응하기가 힘들어서 선전으로 이사갈 것을 고려했지만 선전에 큰 아파트와 많은 돈을 갖고 있는 것보다 홍콩인으로서의 정체성이 더 큰 가치가 있다는 남편 말에 공감한다"면서 "중국 공산당 통치에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밤이 되면서 일부 시위대가 지정된 장소를 벗어나는가 하면 마스크와 우산을 준비하는 등 긴장감이 높아졌다. 중국은행 건물 외벽은 "우리가 불타면, 너희도 우리와 같이 불탄다" 같은 시위대들의 낙서로 도배됐다.
경찰은 시위대가 해산하지 않으면 필요한 행동을 취할 것이라는 경고를 수차례 내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