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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낚시대회부터 밀어주기까지…줄줄새는 광역의원 재량사업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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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스페셜 노컷특종

    [단독] 낚시대회부터 밀어주기까지…줄줄새는 광역의원 재량사업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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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대 강원도의회 재량사업비 현황 자료 단독 입수
    1회성, 소모성, 지역구 관리 예산 편성 치중

    강원CBS가 입수한 10대 강원도의회 재량사업비 배분 현황(2020년도 당초예산 도의원 현안사업 현황) 자료.
    '양봉 벌통지원, 쏘가리 낚시대회, 전기레인지 보급, 농약분무기 지원, 박물관 음향장비 구매, 궁도장 환경개선, LED 보도블럭 설치'

    누구나 존재는 알지만 실상은 감춰져왔던 광역의원 재량사업비의 쓰임새다.

    강원CBS가 입수한 10대 강원도의회 재량사업비 현황 자료(2020년도 당초예산 도의원 현안사업 현황)에 따르면 강원도는 내년 예산안에 138억 7775만원을 46명 강원도의원 몫의 사업비로 편성했다.

    의원 1인당 3억원, 강원도 예산안을 최종 심사하는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의원 15명에게는 1억원씩 추가 배정됐다.

    광역의원 재량사업비는 예산편성권한이 없는 의원들에게 예산의 일정한 몫을 책정하는 방식으로 편성된다. 정부가 정한 예산 편성 지침에 위배되는 행위다. 그러나 소관부서별 사업으로 나뉘어 관리되며 법망을 피해 편법으로 운영해온 것이 현실이다.

    그동안 대외비로 관리돼 온 재량사업비 현황 자료는 재량사업비의 존재를 알리는 공문서를 넘어 도민의 혈세가 방만하게 쓰여지는 실태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었다.

    한 강원도의원의 재량사업비 편성 내역. 특정 단체 지원 예산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일부 사업은 법적 근거 미비 등의 이유로 추진되지 못하는 사업도 있었다.
    자료 분석 결과 사업 대부분은 1회성, 소모성, 지역구 관리 예산에 치중돼 있었다. 한 도의원은 특정 노인회 승합차 구매 1700만원, 양봉농가 벌통지원에 5000만원 도비를 편성해 시군비와 합쳐 사업을 진행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또 다른 도의원은 쏘가리 낚시대회 1000만원, 박물관 음향장비 구매 1800만원 도비 지원을 요청했다.

    지역구 전기레인지 보급사업에 2억 4735만원, 경로당 가전제품 보급사업에 5000만원 도비 예산을 세운 의원들도 있다.

    일부에서는 지역 주민 숙원 사업 해결이라는 항변도 있지만 예산의 우선 순위, 형평성 등을 감안할 때 논란의 소지가 충분하다는 평가다.

    전직 예산 담당 공무원은 "도세라는 것은 시군 예산과 달리 기초자치단체에 형평성있게 배분돼야 하는 것이 바람직한 사용이지만 특정 지역, 특정 사업에 사업성 검토 없이 쓰일 경우 예산 낭비 요인이 있다"고 말했다.

    다양한 민원사업 해결이라는 측면과 달리 관련 공무원들로부터 예산 쪼개기, 지역구 관리 사업으로 지적받는 재량사업비 편성.
    타 지역구 의원 '밀어주기 예산'도 눈에 띈다.

    일부 의원들은 본인 몫의 예산 지출 사업을 발굴하지 못할 경우 평소 친분이 있는 타 지역구 의원들의 민원 사업을 수행하기도 한다.

    9대 강원도의원을 지낸 A씨는 "타 지역구 밀어주기 사업은 지역구가 없는 비례대표들에게서 많이 나타나는 현상이고 미처 시군 분담 예산을 확보하지 못한 의원들이 배분 예산의 불용처리를 우려해 소진하는 방식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결산도 문제다. 사업에 예산을 맞추는게 아니라 예산에 사업을 맞추고 여러 단체, 마을을 관리하느라 예산을 쪼개고 쪼개다보니 사업 성과도 없고 2200만원 이하 사업들은 수의계약에 따른 부정 청탁 소지도 있다"고 덧붙였다.

    예산을 편성한 뒤 사업을 정하는 재량사업비 특성상 대부분의 사업 예산이 정액 형태로 편성돼 있다. 예산 소진 치중 우려가 제기되는 대목이다.
    예산만을 놓고 보면 득보다 실이 많은데도 은밀하게 재량사업비가 유지되는데는 집행부와 도의회의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관계 설정 욕구에서 비롯된다는 지적이다.

    전직 강원도 고위 간부는 "집행부 입장에서는 현안 사업이나 관심 사업의 순탄한 예산 처리에 대한 열망이 강하고, 도의원들 입장에서는 크게 노력하지 않고 정액제로 배분되는 예산으로 지역구 관리를 할 수 있는 유혹요소가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기적으로 행안부 감사를 받지만 위법적이고 편법적인 재량사업비가 적발되거나 근절되지 않는 것도 자료관리나 결산 과정에서 집행부와 도의회의 상호 묵인이 있기에 가능하다"고 전했다.

    재량사업비가 정무적 타협의 도구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아 집행부의 타당성, 실효성 높은 사업 발굴 노력이나 냉철하고 객관적인 의회의 의정활동에도 장애물이 된다는 지적도 더했다.

    한 도의원이 제출한 사업(도비, 시군비 분담)에는 가전제품 등 소모품 구매도 포함돼 있었다.(예산단위 천원)
    9대 강원도의회에서 2억원(예결위 의원, 추가 1억원)이었던 재량사업비는 10대 강원도의회에서 3억원(예결위 의원, 추가 1억원)으로 증액됐고 추경 예산 심사 과정에서 1억원씩이 추가 편성된다.

    도비, 시군비 각 50% 분담 사업을 계획한 10대 강원도의원 B씨는 "시급하거나 주민들이 간절히 원하는 사업을 신속히 해결하는 측면에서 도의원들의 재량사업비를 나쁘게만 봐서는 안된다"고 항변했다.

    새로운 의정활동을 다짐하며 지난해 7월 임기를 시작한 10대 강원도의회. 사진은 도의회 본회의 장면.(사진=강원도의회 제공)
    전 9대 강원도의회에서 재량사업비 폐지를 요구했던 C씨는 "열심히 의정활동을 하는 의원들은 재량사업비가 없어도 평소 의정활동 단계에서 도 집행부에 필요사업의 당위성을 설명하고 실효성을 높여 정상적인 방법으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며 "재량사업비는 균등 배분 예산이라는 점에서 일하지 않는 의원들을 더 일 안하게 만드는 부작용이 크다"고 말했다.

    "공공성 대신에 해당 의원의 관심사와 친소관계에 따른 예산 배분이 이뤄지는 경향도 많다는 점을 감안할 때 재량사업비의 피해는 결국 도의원들과 도민들에게 돌아간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지적했다.

    강원도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3일부터 재량사업비(도의원 현안사업)가 포함된 강원도 당초 예산안 심사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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