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쇄신하랬더니 단식…황교안의 '사생결단'



국회/정당

    쇄신하랬더니 단식…황교안의 '사생결단'

    황교안, 무기한 단식으로 승부수
    제1야당 대표로서 선명성 부각하나
    투쟁 전선 제시로 내부 결속까지?
    당내선 중도층 표심 잃을까 우려도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에서 국정 대전환을 촉구하기 위한 단식을 시작한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김문수 전 경기지사(왼쪽), 차명진 전 의원의 도움을 받으며 외투를 입고 있다. 황 대표는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에서 단식 시작 후 국회로 장소를 옮겨 단식을 이어간다. 박종민기자

     

    "역사의 민폐니, 당을 해체하라"는 요구에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내놓은 대답은 결국 대통령과의 사생결단이었다.

    당내에서는 선거제 개편안 처리 시한을 앞두고 승부수를 던져 결기를 보였다는 평가와, 뜬금없는 국면전환 카드로 조롱거리만 추가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엇갈린다.

    ◇ 측근들이 끝까지 말렸으나

    황 대표는 20일 오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무기한 단식에 돌입했다. 경호·경비 원칙상 청와대 바로 앞에는 농성장을 세울 수 없다는 설명을 듣고서 자리는 국회로 옮겼다.

    요구는 지소미아(GSOMIA·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를 연장하고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지정된 선거제 개편안과 공수처 설치법을 포기하라는 것.

    이틀 전 문재인 대통령에게 단독 영수회담을 제안했다가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거절당하자 이 같은 초강수 카드를 전격적으로 던진 것으로 보인다. 측근 대부분이 끝까지 만류했으나 본인 의지가 워낙 강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에서 국정 대전환을 촉구하기 위한 단식을 선언하며 대국민호소문을 발표하기 전 인사하고 있다. 박종민기자

     

    오는 23일 지소미아 종료, 다음 달 2일까지 예산안 심사, 3~10일 패스트트랙 처리여부 결정 등 굵직한 현안을 앞두고 제1야당 대표로서 선명성을 부각하려는 전략이다.

    충청권 한 재선 의원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여당이 저렇게 막무가내로 나오는 상황에서 우리가 막아낼 수단이 별로 없다"며 "절박한 심정을 표현하는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말했다. 끝내 법안을 막아내는 데 실패하더라도 '끝까지 싸웠다'는 점을 강조하려 한다는 얘기다.

    ◇ 양수겸장 노렸지만 동문서답 비판도

    아울러 투쟁 전선을 명확히 제시해 동시에 내부 결속을 꾀한 것으로도 분석된다. "두 마리 토끼를 한 번에 노리는 양수겸장(兩手兼將) 전략(영남 중진 의원)"이라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한국당은 최근 김태흠 의원이 중진 용퇴론을 제기한 뒤 잇단 불출마 선언, 여기에 김세연 의원이 당 해체론까지 주장하면서 크게 술렁이고 있다. 쇄신 요구에 불이 붙자 당장 황 대표 리더십이 흔들린다는 시각도 적잖다.

    그러나 한쪽 눈을 가린 채 동문서답(東問西答)한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투쟁 일변도의 운영방식에서 벗어나자는 요구를 받아놓고, 타개책으로 또다시 강경책을 꺼내 들었다는 점에서다.

    이와 관련해 김태흠 의원은 통화에서 "좀 더 지켜보자", 김세연 의원은 "안타깝다"라며 각각 말을 아꼈지만, 당내에서는 염려하는 분위기가 상당수 감지된다.

    수도권의 한 중진 의원은 "쇄신을 통해 보수통합을 이루는 게 총선 정공법인데 이런 식의 투쟁이 나오는 게 적절한지 의문"이라며 "쇄신론을 무마하기 위한 목적이라면 상당히 불손하다고밖에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자유한국당 김세연 의원(자료사진=윤창원기자)

     

    단식이라는 수단 자체가 공당의 대표가 선택하기에 적합하지 않다는 비판도 상당하다. 당장 한국당을 뺀 여야 4당에서는 "민폐 단식(더불어민주당 이재정 대변인)"이라는 비난과 "다음 순서는 사퇴(대안신당 박지원 의원)"라는 조롱이 나온다.

    수도권의 한 원외 당협위원장은 "시대 변화에 필요한 공감능력은 전혀 개발하지 않은 채 그저 자신만의 방식대로 '꼰대 정치' 이어가겠다고 하니 그 결과가 단식이라는 아이디어로 나타난 것"이라며 "이대로 가면 일부 열렬 지지층 외에는 중도층 표심을 절대 잡을 수 없을 것"이라고 혹평했다.

    다만 황 대표가 이번 결단을 통해 일단 리더십을 확고하게 한 뒤 이를 동력으로 쇄신과 통합에 나설 것이라는 낙관론도 있다. 대표가 단식하고 있는데 그 앞에 가서 쇄신, 불출마 따위 얘기를 할 수가 있겠냐고 한 3선 의원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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