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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과 '시네마'에 대한 농축된 기록 '아이리시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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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간'과 '시네마'에 대한 농축된 기록 '아이리시맨'

    [노컷 리뷰] 넷플릭스(Netflix) 영화 '아이리시맨'(감독 마틴 스콜세지, 2019)

    (사진=넷플릭스 제공)

     

    ※ 스포일러 주의

    프랭크 시런이라는 한 명의 갱스터의 지난날에 대한 회상으로 시작되는 영화 '아이리시맨'은 한 인물의 삶에 대한 기록이자 시대의 기록이다. 동시에 마틴 스콜세지의 영화적 삶이 농축된 영화라 할 수 있다. 영화 안팎으로 '시간'이라는 것의 의미를 오롯이 느끼게끔 하는 '시네마'로서 말이다.

    찰스 브랜튼의 논픽션 '아이 헐드 유 페인트 하우시스'(I Heard You Paint Houses)를 원작으로 하는 영화 '아이리시맨'은 미국의 대표적인 장기 미제 사건인 노동 운동가 지미 호파(Jimmy Hoffa)의 실종 사건을 다룬다. 전미트럭운송노조인 팀스터스(International Brotherhood of Teamsters)의 위원장으로 선출된 지미 호파는 10만 명 규모의 조합을 230만 명의 거대한 조직으로 키워낸 전설적인 인물이다.

    영화는 '페인트공'(Paint Houses·청부살인업자를 뜻하는 마피아 은어) 프랭크 시런(로버트 드니로)의 시선으로 지미 호파 사건과 범죄 조직과 얽히고설킨 정치, 노동조합 등의 관계를 그려낸다. 1940년대부터 2000년대에 이르는 거대한 시간을 그려내는 속에서 제35대 미국 대통령 존 F. 케네디의 암살 등을 비롯해 미국 근현대사와 미국 사회의 이면을 담아낸다.

    "신의, 사랑, 믿음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배신에 관한 영화"라고 한 마틴 스콜세지의 말처럼 '아이리시맨'은 사랑과 배신이라는 서로 다른 면면이 복잡하게 뒤섞인 인간의 삶을 펼쳐낸다. 프랭크 시런과 지미 호파(알 파치노)의 관계, 프랭크 시런과 그의 딸 페기(안나 파킨)의 관계를 통해 보이는 인간의 삶은 모순적이면서도 서글프다. 그리고 사랑과 배신은 죽음이라는 인간의 또 다른 삶의 단면으로 다가가는데, 감미로운 선율의 음악을 따라 '죽음'을 향해 가는 서사는 관객의 마음을 뒤흔든다.

    미디어와 플랫폼의 경계가 허물어진 상황에서 '시네마'라는 것도 어느새 의미가 희미해졌다. 그런 상황에서 이 시네마적 체험이 가득한 영화를, "테마파크에 영화가 침략당했다"고 한 마틴 스콜세지가 시네마를 위협하는 온라인 비디오 스트리밍 업체인 '넷플릭스(Netflix)'에서 내놨다는 건 아이러니하다. 그러한 아이러니는 극장에서 혹은 손안에 담긴 세상을 통해 영화를 볼 관객에게 지금의 '시네마'란 무엇인지 질문을 던지게 된다.

    어쩌면 209분이라는 긴 러닝타임조차 감독의 영악한 의도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극장에 앉아 마틴 스콜세지의 안내에 따라 시간의 흐름에 몸을 맡기면 '시네마'라는 게 어떤 의미인지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사진=넷플릭스 제공)

     

    마틴 스콜세지의 연출과 '쉰들러 리스트'(1993), '한니발'(2001) 등의 각본을 맡은 스티븐 자일리언, 내로라하는 명배우들의 만남은 역시나 옳았고 209분의 시간이 무색할 만큼 높은 몰입과 긴장감을 이어간다. 마치 잘 짜여진 하나의 오케스트라처럼 말이다.

    이처럼 '아이리시맨'을 말하며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요소가 바로 '배우'다. 마틴 스콜세지의 '페르소나' 로버트 드니로를 비롯해 알 파치노, 조 페시를 하나의 스크린 안에서 만날 수 있다는 것 역시 '아이리시맨'을 볼 수밖에 없는 이유 중 하나다.

    사랑과 배신으로 뒤엉킨 인간의 삶과 긴 시간의 흐름을 스크린에 녹여내는, 그만큼의 시간을 쌓아온 배우들의 연기는 스크린을 가득 채우고, 관객을 시선을 스크린에 붙잡아 둔다. 영화 속 알 파치노의 연기를 보노라면 왜 이제야 마틴 스콜세지와 만났는지 아쉬울 따름이다.

    어찌 보면 '아이리시맨'은 영화 안팎으로 '시간'이라는 단어가 갖는 의미를 되돌아보게끔 만드는 영화기도 하다. 영화의 러닝타임이 흘러가는 가운데 영화 속의 시간도, 인물들의 시간도 흐른다. 또한 관객의 시간도 흐른다. 그들의 시간이 점차 삶의 마지막을 향해가는 것을 보고 있노라면, 특히 영화의 마지막 열린 문틈 사이로 멀어지는 프랭크 시런의 모습을 보노라면 마음 한구석에서 묘한 감정이 일어난다. '디에이징(De-aging)' 기술을 통해 자연스러운 세월의 흐름이 느껴지는 만큼 이러한 감정은 더욱 남다르다.

    프랭크 시런과 갱스터들의 세월은 마치 마틴 스콜세지와 로버트 드니로, 알 파치노, 조 페시 등 한 시대를 풍미했던 이들의 세월과도 겹쳐 보이기 때문이다. 그런 아련함으로 마무리하는 영화는 극장을 나선 후에도 왠지 모를 울적한 감정을 남긴다.

    영화 안팎으로 서사와 시대, 삶과 시간의 흐름을 오롯이 느낄 수 있는 영화 '아이리시맨'은 그렇기에 여러모로 추천할 수밖에 없는 작품이다. '택시 드라이버'(1976), '좋은 친구들'(1990) 등 마틴 스콜세지의 시간이 농축된 예술 작품을 가능하다면 손안에 작은 세상이 아닌 스크린을 통해 보길 권한다. 마틴 스콜세지가 관객에게 전하는 '시네마'를 온전히 경험하길 바라는 마음이다.

    11월 20일 개봉, 11월 27일 넷플릭스 공개, 209분 상영, 청소년관람불가.
    (사진=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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