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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년생 김지영', 처음부터 상업영화로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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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2년생 김지영', 처음부터 상업영화로 생각"

    [노컷 인터뷰] '82년생 김지영' 제작사 ㈜봄바람영화사 박지영-곽희진 대표 ②

    '82년생 김지영'으로 첫 영화 개봉작을 선보인 ㈜봄바람영화사의 박지영-곽희진 대표를 지난 6일 오후,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왼쪽부터 곽희진, 박지영 대표 (사진=김수정 기자)

     

    '82년생 김지영'은 2016년 10월 처음 출간됐을 때만 해도 이렇다 할 논란거리가 없는 소설이었다. 故 노회찬 의원과 금태섭 의원이 읽어볼 만한 책이라고 추천하고, 유재석과 방탄소년단 RM 등이 언급했을 때도 별일 없었다. 그런데 레드벨벳 아이린, 소녀시대 수영 등 여성 연예인이 읽었다고 말하자 갑자기 '문제 서적' 취급을 받았다.

    영화화하기로 하고 나서, 정유미가 타이틀롤 김지영 역에 캐스팅됐다는 기사가 떴다. 어떤 역할을 연기하게 됐다는 것만으로 비난의 대상이 되는, 그런 일이 일어났다. 한국 사회를 사는 여성의 삶을 다루었고, 여성 배우가 첫 번째 롤이고, 작가와 감독, 제작사 대표도 여성이라는 것을 못마땅해하는 사람도 있었다.

    영화가 공개되기 한참 전부터 근거 없는 비난이 계속돼 뜻밖의 마음고생을 했을 텐데도, 제작사 ㈜봄바람영화사는 처음부터 '82년생 김지영'(감독 김도영)을 보통의 상업영화 틀 안에서 구상하고 있었다. 어쩌면 특별할 것 없어 보이지만, 그렇기에 더 폭넓게 공감받을 수 있는 영화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82년생 김지영' 개봉 15일째였던 지난 6일 오후,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봄바람영화사의 박지영-곽희진 대표를 만났다. '완전한 신인'이자 '초심자'였기에 노력하는 것밖에 방법이 없었다는 그들은, 앞으로도 '가족과 같이 볼 수 있는', '즐겁게 보는' 영화를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일문일답 이어서.

    ▶ 원작이나 완성된 영화를 보고 기존에 가졌던 생각이 바뀐 게 있는지.

    박지영 : 저희가 계속 기조로 삼았던 게 응원과 위로였다. 그것이 어떤 특별한 사람들을 응원하고 격려하는 것보다는 작게는 내 가족들, 내 주변 친구들이 '누군가 영화를 통해서 나를 응원해 주는구나. 그동안 내가 힘들었던 걸 알아주는구나' 느끼고 '힘들었지만 열심히 잘해왔다'는 생각이 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육아 관련된 영화의 디테일은 육아를 병행하며 일을 왕성하게 하시는 유영아 작가님과 김도영 감독님의 경험에서 에피소드들을 얻을 수 있었다. 저희는 둘 다 아직 결혼을 안 해서 직접 육아를 전담해 보지는 않았지만, 모든 걸 직접 경험해야만 이해되는 건 아니지 않나. 친구들, 가족 중에는 지영이랑 비슷한 경험하는 사람도 많고 그걸 통해서 아 저 사람들을 내가 위로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곽희진 : 확실히 이번 작품을 준비하면서 어설프게 알고만 있었는데 이런 고충도 있구나 하는 걸 알았다. 배우들도 비슷한 얘기를 했는데 좀 미안한 마음도 들었다. 저희도 새로이 공감하는 부분도 있었던 것 같다.

    ▶ '82년생 김지영'이 상업영화 틀 안에 있어서 지켜야 했던 부분이 있었을 것 같다. 신경 쓴 부분이 궁금하다.

    박지영 : 사실은 저희가 처음 원작 보면서부터 이걸 그냥 '작은 영화' 안에 가둘 생각은 없었다. 왜냐하면 이 이야기가 아주 일상적이고 아주 특별할 것이 없는 이야기이지만, 많은 사람이 공감할 만한 이야기라서 당연히 많은 사람이 볼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고 봤다. 저희랑 함께하는 투자사도 그 틀에 대해 동의했고.

    곽희진 : 저희 의견에 동의 많이 하고 공감해줬다.

    박지영 : 그래서 우리가 예산에 대해 고려해야 한다거나 그런 건 없었다. 당연히 저희는 일반적인 상업영화 틀 안에서 만들 것이라는 생각을 처음부터 했기 때문에.

    배우 정유미는 김지영의 대학 시절부터 전업주부로 아이를 키우는 현재 모습까지 연기했다. (사진=㈜봄바람영화사 제공)

     

    ▶ 함께한 배우들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을 것 같다.

    곽희진 : 현장에서 정유미 배우나 공유 배우나 너무 이미 진짜 김지영이고 정대현이었다. 소름 끼칠 정도로. (웃음) 다른 배우분들도 왜 감독님이 저분이 저 역할을 하는 게 좋다고 했는지 너무 납득이 됐다. 그래서 관객분들도 스크린을 통해 고스란히 (감정을) 느끼게 된 게 아닐까.

    박지영 : 저희도 배우분들을 영화에서 만나게 돼 너무 좋았다, 사실. 조연분들은 (그간) 영화에 많이 등장했던 분들보다는 연극 쪽에서 활발히 활동하셨던 분들이 많다. (그분들의) 매체가 확장되고 그분들 볼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지는 것 같아서 우리 영화가 어떤 계기를 마련해준다는 생각에 뿌듯했다.

    ▶ 원래 배우로 여러 편의 영화에 출연했고, '가정방문', '낫씽', '자유연기' 등의 단편을 선보인 김도영 감독과 작업했다. 장편영화는 '82년생 김지영이 처음이었는데.

    박지영 : 감독님하고 한 전 과정이 너무 좋았고, 저희의 관계가 대화로 해결해 나갈 수 있는 관계여서 좋았다. 신인 제작자에 신인 감독이어서 이런 선택이 불안하지 않았냐는 말도 들었는데, 전혀 그런 게 없었다. 미쟝센영화제에서 '자유연기'라는 작품 보고 이 감독님과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82년생 김지영'은 김도영 감독님과 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더라. 신인이어서 고민하고 그런 건 전혀 없었다.

    곽희진 : 맞다. 그런 고민은 전혀 없었다.

    박지영 : 이런 단편('자유연기')을 만드시는 분이라면 '82년생 김지영'도 잘 만들어주실 거라고 봤다. 서로 격려하고 응원하면서 계속 함께했던 것 같다.

    곽희진 : 저희와의 관계뿐만 아니라 각 파트의 크루들, 배우분들과도 사이가 너무 좋고 협업 너무 잘해주셨다. 수장으로서 너무 잘 끌어주시니까 현장도 무리 없이 화목하게 잘 운영됐다. 너무 감사하고 즐거운 경험이었다.

    ▶ 이전에 한 인터뷰를 보니 개봉 전부터 논란이 생겨서 그 논란에 비해 영화를 완성도 있게 못 만들면 어떡하지, 라고 고민했다던데. 완성본을 보고 얼마나 만족했나.

    박지영 : 사실 이 영화에 어떤 질적인 부분의 완성도, 만족도라기보다는, 저희가 매 과정 정말 치열하게 고민해서 스스로는 그 순간 가장 최선의 선택을 했다고 말할 수 있다. 우리가 개봉하기 전에 그런 얘기를 했다. 설령 이게 많은 사람한테 공감받진 못해도, 지금까지 해왔던 이 모든 과정에 정말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결과가 어떻게 나와도 후회는 없다! (웃음)

    곽희진 : 저희는 완전 신인이고 초심자이기 때문에 노력하는 것밖에는 방법이 없었다.

    ▶ 영화 반응이 꽤 좋다. 손익분기점(160만 명)도 넘겼다. 감회가 어떤가. (* 기자 주 : 14일까지 '82년생 김지영' 누적 관객수는 333만 9363명이다. 손익분기점의 2배 이상 관객을 모았다.)

    박 : 저희는 처음에 최종 목표가 '영화 개봉 잘 시키자'였다. 관객이 얼마만큼 들면 좋겠다, 그런 건 아예 생각도 못 했다. 1차 목표는 최선을 다해서 대중들에게 잘 선보였으면 좋겠다는 거였다.

    곽 : 그게 사실 저희의 목표였고 다행히도 많은 분이 공감해 주신다니 감사하다. (웃음)

    ▶ '82년생 김지영'은 주인공, 감독, 작가, 제작자가 모두 여성이어서 화제가 됐다.

    곽희진 : 일부러 그렇게 구성한 건 아니었고 이 이야기에 공감하고 동의하는 사람들이 모이다 보니까 크루들이 여성이 많았다. 현장에서는 (스태프가) 비슷한 성비였고.

    박지영 : 드러나는 위치는 여성분들이 많지만 이 이야기에 공감해주는 남성 스태프들도 많이 참여했다.

    곽희진 : 결국 이야기에 공감해서 참여한 스태프들이었고, 그 덕에 만들어졌다. 다양한 이야기가 한국영화에서 다뤄지면 좋을 것 같다.

    정유미와 공유는 '도가니', '부산행'에 이어 이번 '82년생 김지영'까지 세 편의 영화에 함께 출연했다. 부부 사이를 연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사진=㈜봄바람영화사 제공)

     

    ▶ 영화 개봉 후 들었던 가장 뿌듯한 반응은 무엇인가.

    곽희진 : 무대인사 다녀보니까 저희 또래 여성들도 있지만 중년 부부도 계시고, 아내와 딸과 같이 오신 아버님도 계시더라. 다양한 연령과 성별에서 보는 걸 보면 그게 되게 감사하고 반갑다. 가족들이 어떤 이야기를 같이 나눌 수 있다는 게 이 영화가 주는 선순환 기능 같다. 그게 관객들 만난 후 가장 뿌듯한 점이다.

    박지영 : 두 시간 동안 영화 보고 그보다 더 긴 시간 동안 대화 나눴다는 말. 영화 보고 나서 그냥 잊히는 것도 많은데, 이걸('82년생 김지영') 가지고 각자를 이해할 수 있는 대화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것만으로 되게 좋았던 것 같다.

    ▶ 블루레이 DVD 출시를 기다리는 관객들도 있는데.

    곽희진 : 결정된 건 아니다. VOD, DVD 나오는 건 준비가 되면 그때… (웃음)

    ▶ 영화 제작사에서 각자 분야를 맡다가, 공동대표가 되고 나서 가장 많이 달라진 건 무엇인가.

    곽희진 : 저는 대학에서 문예 창작을 하다가 이야기를 만드는 산업에 있고 싶다는 마음에 처음엔 드라마 쪽에서 시작했다. 드라마 기획, 판권 업무를 보다가 싸이더스로 오면서 기반을 영화로 옮기게 됐다. 업무는 비슷했다. IP 부가 사업들 관리하면서 산업이라는 바운더리에 있었다. 제작 경험은 없었지만 산업을 이해하는 데는 (직장 생활이) 도움이 됐고, 이야기 만드는 데도 관심이 있어서 봄바람까지 이어지지 않았나 싶다.

    박지영 : 저는 원래 광고 전공을 해서 처음 시작이 영화 마케팅이었다. 봄바람 하기 전까지 영화 마케터로 지냈다. 사실 마케팅이라는 게 결국에는 사람들이 어떤 것을 좋아하는지, 어떤 것에 만족하고 재밌어하는지 찾아내는 과정이다 보니까 그 일을 한 게 영화 기획하고 아이템 발굴하는 데 도움이 되게 많이 되는 것 같다. 세분화하면 마케팅과 제작은 다르긴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사람들이 찾는 이야기를, 저도 찾는다는 측면에서는 되게 비슷하게 연결성이 있는 것 같다.

    ▶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고 했는데, 다양한 매체 중 영화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지.

    박지영 : '82년생 김지영'을 하면서도 저희가 그런 생각을 했다. '내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가 영화화될까?' 싶었는데, 극장에서 상영되면서 사람들이 되게 공감하고 웃고 울더라. 그 자체가 영화의 매력인 것 같다. 작은 것이어도 이야깃거리로 만들어져 사람 마음에 가닿고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것, '영화'라는 매체의 묘한 매력인 것 같다.

    곽희진 : 저도 비슷한 생각이다. 처음에 저희 둘이 책 읽고 시작했고, 감독님이 들어오시고, 스태프들이 들어오시고, 백 명이 되고 서로 호흡하면서 각자의 시너지가 오더라. 너무 힘들었지만 너무 즐거웠다. 편집되고, CG 입혀지고, 음악 들어오고 하면서 영화를 왜 종합예술이라고 하는지 알게 됐다.

    박지영 : 좋은 사람들 많이 알게 된 것도 저희한테는 되게 좋은 일이다.

    ▶ 기획 아이디어는 어디서 얻는지 궁금하다.

    박지영 : 저는 개인적으로 되게 다양한 것에 관심을 많이 두는 성향이다. 기존에 마케팅 일을 했던 게 이런 데서 도움이 많이 됐다. 영화는 마케팅 템포가 되게 빠르다. 짧은 시간 안에 사람들 반응을 체크하고 끌고 가야 하는데, 그걸 오랫동안 하니까 몸에 약간 배어있는 것 같기도 하고. 제 경력이 (지금 일에) 도움이 되더라.

    곽희진 : 글쎄… 뭔가 '아이디어의 원천!' 이런 건 생각해 본 적이 없어서. (일동 웃음) 예전부터 그랬던 것 같다. TV 보는 것도 좋아하고 다양한 이야기에 관심이 있었다. 학문적인 접근을 할 정도로 스스로 깊이를 가지진 않았고, 대중이 좋아하는 걸 저도 계속 좋아했던 것 같다. 특별히 어떤 선구안이 있거나 그런 건 절대 아닌 것 같다. (웃음)

    박지영 : 가장 대중적인 눈을 가지고 있다고 본다. 저희는 깊이가 있고 사유가 있고 이렇지 못한다. (일동 웃음)

    ▶ 차기작 계획은.

    박지영 : 여러 가지 고민하고 있는데 딱 차기작이라고 공식적으로 말씀드릴 단계는 아직은 아니다. 저희가 즐겁게 볼 수 있는 그런 영화, 스스로 즐겁게 볼 수 있는 영화. 코미디, 로맨틱코미디, 드라마 장르 좋아해서 그런 걸 다음에 하려고 준비하고 있다.

    곽희진 : 어쨌든 저희는 가족들과 같이 볼 수 있는 영화, 그런 차원의 아이템을 고민 중이다. <끝>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영화 '82년생 김지영'은 14일까지 누적 관객수가 333만 9363명이다. (사진=㈜봄바람영화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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