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오후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19 WBSC 프리미어 12 슈퍼라운드 대한민국과 미국의 경기. 1회말 2사 1,3루 김재환이 스리런 홈런 후 환호를 하고 있다.(도쿄=CBS노컷뉴스 이한형 기자)
야구 국가 대항전 프리미어12 초대 챔피언 한국이 대회 2연패를 향한 순항을 이어갔다. 일본 주심의 석연찮은 판정에도 흔들리지 않고 야구 종가의 강타선을 막아내며 챔피언의 품격을 보였다.
김경문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11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19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슈퍼라운드 미국과 1차전에서 5 대 1 승리를 거뒀다. 지난 2015년 대회 결승에서 8 대 0으로 완승을 거둔 데 이은 미국전 승리다.
C조 조별리그 호주전 승리를 안고 슈퍼라운드에 오른 한국은 2승을 기록하게 됐다. 일본, 멕시코와 함께 나란히 2승으로 선두권을 달렸다.
올림픽 본선 진출의 유리한 고지에 올랐다.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내년 도쿄올림픽 개최국 일본을 빼고 호주, 대만보다 좋은 성적을 내면 올림픽 본선 직행 티켓을 얻는다. 조별리그에서 일본에 진 대만은 이날 멕시코에도 0 대 2로 지고, 호주도 일본에 역전패하면서 나란히 슈퍼라운드 2패째를 안았다.
대표팀은 오는 12일 오후 7시 지바에서 대만과 슈퍼라운드 2차전을 치른다. 벼랑에 몰린 대만은 우완 창이를 내세워 총력전에 나선다. 한국은 좌완 김광현이 선발 등판한다.
좌완 에이스 양현종이 선발 등판해 5⅔이닝 7탈삼진 1실점으로 버텼다. 체인지업의 제구력이 흔들리며 안타를 10개나 내줬지만 빼어난 위기 관리 능력으로 대량 실점을 막았다. 6회 선두 타자 브렌트 루커에게 내준 좌중간 1점 홈런이 유일한 실점이었다.
미국은 마이너리거들이 주축이 됐지만 조별리그 3경기에서 10홈런을 날릴 만큼 힘을 뽐냈지만 양현종의 노련함에 막혔다. 미국은 이날 9회까지 13개의 안타를 뽑고도 홈런으로 1점만 내는 결정력 부족에 시달렸다.
한국 타선에서는 고대했던 홈런이 중요한 순간 나왔다. 2018년 홈런(44개)-타점(133개) 타이틀로 MVP에 오른 김재환이 1회 2사 1, 3루에서 선제 3점포를 터뜨렸다. 이번 대회 대표팀의 마수걸이 홈런이었다. 김재환은 상대 우완 선발 코디 폰스의 2구째 몰린 속구를 잡아당겨 오른쪽 관중석을 빨랫줄처럼 넘기는 비거리 120m 아치를 그렸다.
11일 오후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19 WBSC 프리미어 12 슈퍼라운드 대한민국과 미국의 경기. 3회말 1사 1루 한국 이정후의 안타 때 1루 주자 김하성이 홈에서 태그아웃 당하자 비디오 판독을 신청하고 있다.(도쿄=CBS노컷뉴스 이한형 기자)
3회말 공격에서는 다소 억울한 장면도 나왔다. 1사에서 2번 김하성이 안타로 출루한 뒤 이정후의 우중간 2루타 때 홈까지 쇄도했지만 비디오 판독 끝에도 아웃 판정이 나왔다. 상대 포수 에릭 크래츠의 태그가 이뤄지지 않은 듯 보였지만 일본 주심은 판정을 번복하지 않았다.
만약 이 판정이 번복됐다면 한국은 완전히 흐름을 가져올 수 있었다. 3점 차에서 리드를 4점으로 벌리며 한결 숨통이 트일 수 있었다. 여기에 1사 2루에서 중심 타선으로 연결되는 만큼 추가 득점도 기대할 만했다. 그러나 애매한 판정으로 흐름이 끊겼고, 4번 박병호의 잘 맞은 타구도 유격수 정면으로 향하면서 한국은 추가점에 실패했다.
하지만 챔피언은 흔들리지 않았다. 양현종이 3회 삼자 범퇴를 빼고 6회까지 매이닝 주자를 내보냈지만 올 시즌 KBO 리그 평균자책점 1위(2.29)의 위엄을 과시했다. 1회 1사 만루에서 연속 삼진으로 위기를 벗어난 양현종은 2회도 2사 2, 3루에서 봄을 유격수 땅볼로 처리했다. 4회도 1사 1, 2루에서 2루수 병살타로 살아난 양현종은 5회 2사 1, 3루에서 삼진으로 이닝을 마쳤다.
아쉬웠던 추가점은 7회말 나왔다. 3회말 판정의 희생양(?)이 됐던 김하성이 풀어냈다. 2사 1루에서 김하성은 중견수 앞에 떨어지는 1타점 2루타를 때렸다. 다소 빗맞은 타구를 깊게 수비하던 상대 중견수가 몸을 날렸지만 떨궜고, 발 빠른 1루 주자 박민우가 홈까지 들어왔다. 이어 이정후가 5 대 1까지 달아나는 쐐기 좌전 적시타를 날렸다.
양현종 이후 대표팀은 철벽 불펜을 가동했다. 이영하가 3 대 1로 쫓긴 6회 2사 2, 3루에서 양현종을 구원해 이날 2루타를 뽑아낸 알렉 봄을 헛스윙 삼진으로 잡아내 위기에서 탈출했다. 이영하는 7회까지 1⅓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 임무를 완수했다. 이용찬도 8회 2루타 뒤 2사에서 조던 아델에게 좌전 안타를 맞았지만 김현수의 정확한 송구와 포수 양의지의 재빠른 태그로 주자를 아웃시켰다.
9회는 대표팀의 최고 구속을 뽐내는 조상우가 맡았다. 조상우는 첫 2번 타자 봄을 볼넷으로 내보내고 1사 뒤 4번 앤드루 본에게 빗맞은 안타를 내줬으나 예의 시속 150km가 넘는 강속구를 앞세워 경기를 매조졌다. 5번 제이콥 크로넨워스를 헛스윙 삼진으로 잡아냈고, 마크 페이튼도 우익수 뜬공으로 처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