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홍콩 경찰이 시위자를 향해 실탄을 발사하는 모습.(사진=AFP/연합뉴스)
홍콩의 민주화 요구 시위 현장에서 시위 참가자 2명이 경찰이 쏜 실탄에 맞아 쓰러졌으며, 이 중 1명은 위독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홍콩 시위자가 경찰의 실탄에 맞은 것은 벌써 세 번째로 위급한 상황이 아닌 상황에서 실탄을 발사한 경찰에 대한 거센 비난 여론이 일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11일 오전 7시 20분쯤 홍콩 사이완호 지역에서 '시위 첫 희생자'인 홍콩과기대 2학년생 차우츠록(周梓樂) 씨를 추모하는 시위가 열렸다.
이 과정에서 한 교통경찰이 도로 위에서 시위자를 검거하면서 몸싸움을 벌이다가 다른 시위자가 다가오자 실탄을 발사해 총에 맞은 시위자는 도로에 쓰러졌다.
이 경찰은 다가오는 다른 시위자를 향해 실탄 2발을 더 발사해 이 시위자도 실탄에 맞고 쓰러졌다.
실탄을 맞은 시위자 2명은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1명은 위중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생명이 위중한 시위자는 21살 남성으로, 오른쪽 신장과 간 부근에 총알이 박힌 상태이다.
총상으로 문정맥(門靜脈)이 파열돼 병원은 긴급 수술을 했으나, 총알을 적출하지는 못했다.
다른 1명은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다.
시위 참가자가 경찰이 발사한 실탄에 맞아 다친 것은 벌써 세 번째다.
지난달 1일 신중국 건국 70주년 국경절 시위에서 18세 고등학생이 경찰 실탄에 맞아 중상을 입었고, 지난달 4일에는 한 경찰관이 다수의 시위대로부터 공격받는 상황에서 실탄을 발사해 한 시위 참가자가 허벅지 쪽에 총알을 맞았다.
앞서 시위대가 추모하는 차우 씨는 지난 4일 새벽 1시쯤 정관오 지역 시위 현장 인근에서 최루탄을 피하려다 주차장 건물 3층에서 2층으로 떨어져 머리를 심하게 다쳤고 결국 지난 8일 숨졌다.
홍콩 시위대는 이날 오전 차우 씨를 추모하는 의미에서 지하철 운행과 주요 도로의 차량 통행을 방해하는 시위를 벌였으며, 총파업, 동맹휴학, 철시 등 '3파 투쟁'에 나섰다.
경찰의 총격 사건에 분노한 시위대는 총격 사건이 발생한 사이완호를 비롯해 정관오, 사틴, 훙함, 웡타이신, 몽콕 등 홍콩 곳곳에서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또 항하우 역에서는 시위대가 지하철 내에 불을 지르기도 했다.
하지만 경찰의 실탄 발사는 시위대가 흉기를 들고 공격하는 등 경찰이 위급한 상황에 처한 경우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뤄져 거센 비난 여론이 일고 있다.
홍콩 경찰의 이러한 강경 진압은 지난달 말 19기 공산당 중앙위원회 4차 전체회의(4중전회)에서 결정된 중국의 대홍콩 강경 정책을 반영한 것이라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