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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 제작사 아토, 포기할 수 없는 것 두 가지



영화

    '우리집' 제작사 아토, 포기할 수 없는 것 두 가지

    [우리는 이런 영화를 만듭니다 ①] '아토'(ATO) 김지혜 프로듀서
    2014년 2월, 김순모·김지혜·이진희·제정주 프로듀서 모여 설립
    '우리들' '용순' '홈' '살아남은 아이' '우리집' 제작
    순우리말로 '선물'이라는 뜻
    "손해 보지 않되, 퀄리티 보장되는 영화 만들고 싶어"

    ※ [우리는 이런 영화를 만듭니다] _ 영화는 협업이지만, 정작 영화 이야기를 할 수 있도록 마이크가 쥐어지는 사람은 소수 배우와 감독 정도다. 감독이 영화를 꾸준히 찍으며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가듯, 제작사 역시 그동안 만든 작품으로 '어떤 영화를 세상에 내놓고 싶다'는 뜻을 관객들에게 알리고 있다. 저마다 특색 있는 작품 목록을 쌓아가고 있는 제작사를 조명해 그동안 잘 들을 수 없었던 이야기를 독자들에게 전한다. [편집자 주]

    지난달 2일 오후, 서울 마포구 연남동에 위치한 '아토' 사무실에서 김지혜 대표를 만났다. (사진=김수정 기자)

     

    '우리들', '우리집'의 제작사로 널리 알려진 '아토'는 한예종 기획 전공 출신의 프로듀서 네 명(김순모·김지혜·이진희·제정주, 호칭은 모두 '대표'로 통칭한다)이 뭉쳐 만든 곳이다. 다들 현장 경험도 있고, 학교에서 공부도 했기에 어렵지 않게 공감대를 이룰 수 있었다. 학교 졸업 영화제에서 이진희 대표는 단편 배급을 직접 해 보고 싶다는 생각을 밝혔고, 김지혜 대표는 '아, 너무 재미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배급뿐 아니라 제작에도 관심을 뒀던 김순모, 제정주 대표도 합류해 완전체가 됐다.

    바라보는 것, 하고 싶은 것에서 공통점을 찾고 나니 일사천리였다. 이들이 '단편 배급만 해? 우리 제작도 하자!'며 뜻을 세운 게 2014년 2월이었다. 사업자가 나온 건 그해 5월 6일이었다. 처음엔 이렇다 할 사무실도 없어서 카페에서 만났다. 회사 틀을 어떻게 갖출까, 무엇을 만들고 배급할까 등을 머리 맞대고 고민했다. 그러다 우연히 단편 '용순, 열여덟 번째 여름'을 만났고, '아토'는 이 작품의 장편화를 궁리했다. '아토'가 가장 처음 내놓은 개봉작은 '우리들'(감독 윤가은)이지만, 첫 계약 작품은 '용순'(감독 신준)이었다는 사실!

    지난달 2일 오후, 서울 마포구 연남동 아토 사무실에서 '우리집'의 김지혜 프로듀서를 만났다. '우리집'이 8월 28일 개봉해 5주차에 5만 관객을 넘긴 데 이어, 윤 감독의 전작 '우리들'의 누적 관객수보다 더 많은 관객을 모은 후였다. 김 대표는 "('우리집'을) 마무리하는 단계다. 전체 배우들과 GV를 준비하고 있다"라며 내년 선보일 '애비규환'(감독 최하나) 촬영도 마친 상태라고 말했다.

    '아토'라는 이름이 독특하다고 운을 뗐는데, 김 대표는 이름 질문을 100번은 더 들었다며 웃었다. "받침 없는 이름이 발음하기 쉽더라고요. 한국적인 이름인데 외국인도 발음하기 쉬웠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프로듀서가) 네 명이니 의견이 얼마나 많았겠어요? (웃음) 아토는 순우리말로 '선물'이라는 뜻이에요. 우리가 만든 영화가 우리한테도 선물이 되고, 이 이름 자체가 발음하기가 쉽잖아요. 순우리말이라는 의미도 있고요. 근데 사실 초기에는 아토라고 하면 '아토피야?' 이런 얘기도 들었어요. (웃음)"

    앞서 썼듯, '아토'의 첫 개봉작은 '우리들'이었으나 영화화하자고 처음 계약한 건 '용순'이었다. 김 대표는 신준 감독이 쓴 단편을 보고 흥미를 느꼈다. 어떤 여자 고등학생이 선생님이랑 사귀는 것 같긴 한데, 서로 머리 잡고 싸우는 장면으로 끝나는데 캐릭터의 전사가 계속 궁금했다. 뭔가 더 이야기가 있을 것 같았다. 그만큼 여운이 많이 남았다.

    생리대의 피를 보여주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그게 묘~하게 저한테 매력이 있더라"라는 게 김 대표의 표현이다. 그는 "사실 저희 세대는 (촬영) 현장에서 '저 생리하니까 오늘 쉬게 해 주세요' 이런 얘기가 가능한 때가 아니었다. 근데 한 스태프가 '저 생리니까 오늘 힘들어서 쉴 것 같아요'라고 남자 PD한테 되게 아무렇지도 않게 얘기하더라. 이런 변화를 보면서 ('용순' 같은) 캐릭터도 있다고 공유하고 싶었다"라고 설명했다.

    '아토'가 처음 계약했던 작품이자 두 번째로 개봉한 영화 '용순'. 단편 '용순, 열여덟의 여름'이라는 단편을 장편으로 만들었다. (사진=아토 제공)

     

    이어, "기존에 제가 봤던 여고생 캐릭터, 한국(영화)에서 그려지는 캐릭터와 달랐다"라며 "그즈음 독립영화 내 여성 캐릭터도 수동적이거나 애정을 갈구하는 캐릭터가 많았다. 그런 게 마음에 안 들었나 보다. '애정 결핍이라고 해서 왜 남자한테 끌려다녀야 해? 그런 사람만 있는 건 아닌데?' 한 거다. ('용순'은) 캐릭터도 재미있었고, 처음 보고 발칙하다고 느끼더라도 좀 부드럽고 유머러스하게 하면 새로운 시도가 되지 않을까 싶었다"라고 전했다.

    정작 신 감독은 '이게 장편이 될까'라고 걱정했다. 김 대표는 단편에 담기지 않은, '통 시나리오'가 있는지 물었고 그걸 받아보고 기승전결을 잡아갔다. 추리적인 요소를 넣어 코믹하게 풀면 될 것 같았다. 김 대표의 설득에 신 감독은 '어, 되겠네요?'라고 했고, 두 사람은 같이 작품을 써 내려갔다. 결국 '용순'은 2017년 장편으로 세상에 나올 수 있었다.

    '아토'의 첫 개봉작 '우리들'은 업계에 '아토'라는 이름을 새기게 한 중요한 작품이다. 3년 만에 선보인 신작 '우리집'도 함께했다. 지금까지 세상에 내놓은 다섯 편의 작품 중 두 편을 같이 했으니 '아토'와 윤가은 감독의 인연도 가볍지는 않으리라.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창작자이자, 현장을 총괄하는 감독으로서 윤 감독은 어땠는지 물었다.

    "윤가은 감독은 비교할 만한 감독이 없다고 생각해요. 영화계 속설에 배우도 감독도 착하면 (일을) 잘 못 한다는 게 있어요. 왜 착한 사람들은 잘 안 될까? 하면서 안타까워들 하는데 이런 사람이 있구나 하는 걸 알게 해 준 사람이죠. 제가 2001년에 영화계에 들어왔으니 19년이 됐고, 오랜 시간 현장 봐 온 사람인데 저도 '못돼져야 해', '독해져야 해' 했어요. 그런데 윤 감독은 그런 사람이 아니고, 되게 선의를 가진 사람이에요. '영화를 나 혼자 만드는 게 아닌데, 왜 배우와 감독만 주목받지?'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고, '난 그러면 안 되겠다. 어딜 가서든 이 사람이 이런 일을 하는 걸 알려줘야겠다' 하는 사람이에요. (웃음) 처음 만난 거죠, 그런 감독을."

    김 대표는 "좋다고 해도 끝까지 의심한다. 다양한 나이대와 성별의 사람들도 좋아할 수 있냐는 질문을 계속 가지고 간다. 어떻게 보면 되게 완벽주의자라고 볼 수 있다. 자기가 믿는 게 진짜 맞는지 진짜 확인하고 검증하는 것도 계속 가져간다"라며 윤가은 감독을 "철두철미하다"라고 소개했다.

    평단과 관객 모두에게 호평받은 '우리들'로 인해, '아토'는 주목받는 제작사가 됐다. 김 대표는 "저희가 조금 주목받는 건 퀄리티라고 해야 할까. 완전히 뛰어나다, 이건 아니고 일정 정도의 퀄리티를 (꾸준히) 내는 점에서 주목받는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각자의 취향과 관점은 있지만 좋은 작품에 대한 생각은 비슷한 것 같다는 게 김 대표의 추측(* 기자 주 : '전적으로 본인 생각'이라는 것을 강조했다)이다.

    또 '아토'의 이름으로 어떤 작품을 만들 때 중요한 것은 이 작품을 시작해서 끝까지 마치고야 말겠다는 의지였다. 김 대표는 "자기가 하고 싶은 게 있으면 서로 의견을 묻고 거기서 통과되면 하는 것"이라며 "작품이 좋고 이걸 어떻게 메이드(made)하겠다는 강렬한 의지가 있으면 된다"라고 부연했다.

    '아토'는 윤가은 감독의 장편 데뷔작 '우리들'과 두 번째 장편영화 '우리집'을 제작했다. (사진=아토 제공)

     

    시나리오를 숱하게 읽으면서 '뭔지 모르겠는' 작품도 무척 많다는 걸 깨달았다는 김 대표는 "제 기준에서는 영화가 전달하려는 게 명확히 살아있고, 그게 잘 표현돼 있으면 된다. 신인 감독들은 단편이나 전작을 보고 충분한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면 그걸 기준으로 OK 한다"라고 밝혔다. 그 당시 느꼈던 새로운 여성 캐릭터에 대한 갈증 때문에 주인공의 발칙함을 공유하고 싶어서 '용순'을 만들었고, 가정에 대해 고민을 해 보지 않은 사람은 아무도 없을 거라는 공감대에서 '우리집'이 시작됐다.

    김 대표는 현장 경험이 있는 네 명의 프로듀서가 의기투합한 현재의 구조가 '아토'만의 결을 만드는 것 같다고 전했다. 이들은 어떤 영화 작업에 들어가면, 지금 무엇이 필요한지 금세 알고 필요한 '연결'에 힘쓴다. 캐스팅, 스태핑, 투자까지 아우르며. 내년 개봉 예정인 '애비규환'에서도 '척 하면 척'하는 찰떡 호흡이 빛을 발했다. 작은 어시스트들이 이뤄낸 결과 중 하나가 크리스탈 캐스팅이었다고.

    올해로 창립 5주년을 넘긴 '아토'가 요즘 가장 고민하는 것은 "같이 하는 사람들이 어느 정도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수준"으로 돈을 버는 것이다. 각각 2016, 2017년 개봉한 영화 '우리들'과 '용순'이 순제작비 1억 5천, 1억 2천이었지만 이제 제작비가 올라서 그 규모로는 영화를 찍을 수 없다. 그래서 '아토' 사람들은 지난해 말부터 '돈을 벌어야 한다'는 데 집중하고 있다.

    "저희 네 명은 지금 어떻게 돈을 벌 것인지에 다들 혈안이 돼 있어요. (제작사를 하면) 돈을 벌 거라고 되게 순진하게 생각했고, 초반엔 돈 버는 것도 중요한데 '내가 하고 싶은 영화'를 하는 게 중요했어요. 지난해 말부터 반성을 많이 하고 있어요. (웃음) 네 명의 생계는 사실 유지가 안 돼요. 다들 외부에서 프로듀서 일을 하든지 외부 활동이나 알바를 해요. 저는 강의나 심사를 했고. 뭐든 안 할 수가 없더라고요. 회사 차릴 땐 30대였고, 지금까지는 근근이 버텼지만 지금은 40대가 되어서… 같이 일하는 스태프들한테 되게 미안해요. 스태프들 생계도 유지할 수 있는, 규모 키울 수 있는 영화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에요. 전에는 '이 얘기 너무 하고 싶어!' 그런 거에 차 있었다면 이젠 '아냐. 같이 잘 먹고 잘살 영화를 하려면 이 규모로는 안 돼. 정신 차리자!' 서로 이러고 있어요. (웃음)"

    '아토'가 내놓은 작품들이 다 저예산이고 독립·예술영화로 분류된 탓에 겪는 오해(?)도 있다. 김 대표는 "상업영화로 사극과 스릴러도 개발하고 있었다. (제작비) 50억대 이상인 영화들이었다"라며 "기획·개발 기간을 1~5년은 버텨야 하는데 저희 같은 작은 회사는 자금이 필요한 거예요. 그러다 보니 준비하던 게 홀딩되고, 작은 영화들은 지원받으면 빨리 작업할 수 있으니까 의도치 않게 독립영화 제작사가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대표도 제작비 때문에 묻어두었던 작품을 멈출 것인지, 보류할 것인지 고민의 갈림길에 서 있다.

    김종우 감독이 연출하고 김순모 프로듀서가 제작한 '홈'과 신동석 감독이 연출하고 제정주 프로듀서가 제작한 영화 '살아남은 아이'. '아토'의 세 번째, 네 번째 개봉작이다. (사진=아토 제공)

     

    그러면서 "진짜 이런 회사가 될 줄 몰랐다. 외부에서는 '너희 작품 좋고 응원해~' 하시고, 첫 작품 '우리들'부터 너무 주목받아서 저희가 독립영화에 엄청난 뜻을 가진 집단으로 인식돼서 민망하다. 인디스토리, 인디플러그, 시네마달 등 더 오래 한 선배 제작사들이 많은데…"라고 말했다.

    더 나은 한국영화계를 만들기 위해 뭐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지 묻자, 김 대표는 표준근로계약서 등 촬영 현장 개선 정책이 위에서 하달받는 방식이 아니라 합리적으로 정착되길 바란다고 답했다. 경력 대비 능력을 측정할 수 있는 스태프 등급제가 해외에서는 이미 시행 중인 만큼, 이와 관련한 기준이 마련됐으면 좋겠다고도 덧붙였다.

    김 대표는 "저는 천만 (관객을) 한 번도 꿈꿔본 적이 없다"며 웃었다. 이어, "제작자의 역할은 (영화의) 퀄리티를 책임지는 것과 손해 끼치지 않는 것이다. 두 가지를 하려면 더 어렵다. 작품만 생각할 거야, 돈만 벌 거야 하나씩만 해도 물론 되게 어렵지만"이라며 "'쟤네('아토')랑 하면 손해는 안 봐. 그리고 퀄리티 제대로 나와'라고 하는 곳이 되고 싶다"라고 말했다.

    "다산하고 싶은 게 목표예요. 저희 제작자 수가 많잖아요. '아토'는 지금까지 보여드린 작품이 다 아이가 나오고 성장 영화이다 보니까 '얘네는 이런 것만 할 건가?' 하시는 분들도 있더라고요. 제가 기획한 건 스릴러도 있는데… 나오면 '배신이야~' 이런 얘기를 들을 수도 있겠네요. (웃음) 그런 고민이 있고요. 다산은 다작과 다양성의 의미로,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싶다는 욕심인 거죠. 원래 '아토'의 뜻처럼, 이름다운 회사가 됐으면 좋겠어요. 영화는 관객을 만나야 완성된다는 걸 매번 (작품) 하면서 제가 느껴요. 이번 '우리집'도 그렇고요. GV를 많이 해서 피드백을 많이 받다 보니, 이렇게 다양한 해석이 있을 수 있구나 싶고, (그게) 다시 새로운 창작물이 되더라고요. '아토'라는 단어가 '선물'이란 뜻인 것처럼, 관객들에게는 (저희 영화가) 선물이 되고, 선물 같은 감정을 서로 소통했으면 하는 게 저 김지혜의 바람입니다."

    김 대표는 50대 중년 여성이 주인공인 코미디 영화 '불꽃놀이'(가제)를 준비 중이다. 한예종 졸업영화제에서 '미아'와 '자유로' 등을 선보인 황슬기 감독이 연출하는 이 작품은 이혼하고 혼자 딸을 키우며 살던 여성이 지역에서 에어로빅을 하면서 새 친구도 사귀고 삶의 재미를 찾는 줄거리다. 즐거운 음악과 춤이 곁들어진 코미디가 될 예정이다. 빠르면 '아토'의 7번째 영화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아토' 사무실에서 김지혜 대표가 업무를 보는 모습. 그동안 제작했던 '우리들', '용순', '우리집' 포스터가 눈에 띈다. (사진=김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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