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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작렬]검찰 앞에선 대통령도 약자?…집권여당의 모순



뒤끝작렬

    [뒤끝작렬]검찰 앞에선 대통령도 약자?…집권여당의 모순

    '촛불혁명' 이름 단 기자가 본 서초동 집회
    혁명이란 메시지가 여당에서 나온 건 의외
    정치적 수사였겠지만, 국정운영 누가 하나
    윤석열에 칼자루 쥐여준 게 불과 두달 전
    '갈등 조정' 기본 역할, 기대할 수 없을까

    (자료사진=연합뉴스)

     

    자하문로 입구는 5m 높이 플라스틱 벽으로, 왕복 6차로 가장자리는 경찰 버스로 막혔다. 서촌길을 따라 청와대 쪽으로 행진하려던 시위대는 그 자리에서 부부젤라를 불며 "박근혜는 하야하라"라고 외쳤다. 흥분한 참가자도 있었지만 '평화 시위'를 외치는 대다수가 만류하면서 큰 충돌은 없었다. 2016년 11월 12일 밤. 박 전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3번째 광화문 촛불집회였다. 주최 측 추산 100만, 경찰 추산 26만명이 참석했던 날이다.

    당시 이 모습을 바로 옆 정부종합청사 18층에서 내려다보며 빅토르 위고의 소설 <레 미제라블>을 떠올렸다. 혁명군과 정부군 사이를 나눴던 '바리케이드'를 서울 경찰의 차단벽으로 치환한 것이다. 기자가 언론에서는 처음으로 광화문 집회에 '촛불 혁명'이라는 이름을 달게 된 경위다(기사 검색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프랑스혁명처럼 폭력적 수단을 동원하지는 않았지만, 이후 광화문 촛불집회는 시민의 힘으로 권력을 교체했다는 점에서 여태껏 '혁명'으로 평가받고 있다.

    2016년 11월 12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퇴진 촉구’ 3차 촛불집회 참석자들이 경복궁역 앞에서 경찰병력과 대치하고 있다. 황진환기자

     

    최근 이 촛불혁명이 다시 거론되기 시작했다. 지난 28일 서울 서초동에서 검찰 개혁을 주문하며 열렸던 촛불집회를 두고서다. 더불어민주당 중진 안민석 의원은 페이스북에 "촛불혁명 시즌2의 예감이다. 이번에는 검찰개혁을 넘어 완전한 적폐청산으로 나라다운 나라, 정의로운 나라를 완성해야 한다"고 썼다. 그와 함께 집회에 참석했던 같은 당 재선 이학영 의원은 "검찰개혁은 또 하나의 시민혁명이다. 이길 때까지 간다"라고 적었다.

    이들이 강조한 것처럼 서초동 집회는 마치 광화문 촛불혁명을 연상하게 한다. 촛불이 서초대로를 가득 메우면서 주최 측과 여당이 200만명이나 모였다고 집계할 정도였다(다만 자유한국당은 5만, 복수의 경찰 정보관은 연인원 10만 미만일 것이라고 각각 추산했다). 그리고 여당은 그 덕분에 '조국 사태'라는 방어적 프레임을, '검찰 개혁'이라는 공격적 프레임으로 전환하는 데 어느 정도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월요일인 30일 조간신문을 훑어보면, 달라진 제목을 확인할 수 있다.

    28일 오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앞에서 열린 ‘검찰 개혁 사법적폐청산 촉구 촛불 문화제’에서 시민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박종민기자

     

    그런데 '혁명'이란 메시지가 시민이나 야당이 아닌, 집권여당에서 나왔다는 점은 다소 의외다. 사전적 의미로서 혁명은 필경 권력기구의 변화를 수반하기 때문이다. 민중이 참여한다는 점에서 쿠데타와 구분되지만, 보통 정권 교체와 같은 흐름으로 이해된다. 촛불혁명을 거쳐 권력을 얻은 여당에서, 다시 그 권력의 교체를 요구한다니. 선뜻 납득하기 어렵다.

    물론 여당 의원들이 그런 뜻으로 혁명이란 말을 쓰지는 않았을 것이다. 실질적 지배권력을 바꾼다는, 보다 넓은 의미를 차용해 정치적 수사(레토릭)로서 이 말을 썼을 공산이 크다. 이 점에서는 대중 정치인으로서 자연스러운, 비유적 표현으로 이해할 수도 있겠다.

    26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의원총회에서 표창원 의원이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윤창원기자

     

    하지만 시민들이 광장으로 나갈 때까지 정치권이 이 문제, 검찰 개혁을 매끄럽게 해결하지 못해왔다는 점에서 이들의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특히 광화문 집회 때와 달리 이제는 자신들이 직접 국정운영을 책임지고 있지 않은가. 서초동 집회에서 '수사 똑바로 하라'며 외치고 있는 검찰의 총수는 누가 임명했나. 문재인 대통령이 "살아있는 권력도 똑같이 수사하라"며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칼자루를 쥐여준 게 불과 두달 전이었다.

    더구나 민주당 표창원 의원은 페이스북에 "대한민국을 실질적으로 지배하며 절대 권력을 휘둘러 온 검찰, 그들 앞에 선 법무부장관도 대통령도 약자"라고 썼다. 검찰총장 임명권과 해임권을 갖고 있는 대통령이 약자라는 집권여당에 '갈등 조정'이라는 정치의 기본 역할을 기대하는 건 무리일까. 또 이런 논리를 장애인, 성 소수자, 이주민 등 진짜 사회적 약자들은 어떻게 볼까.

    ※ 노컷뉴스의 '뒤끝작렬'은 CBS노컷뉴스 기자들의 취재 뒷얘기를 가감 없이 풀어내는 공간입니다. 전 방위적 사회감시와 성역 없는 취재보도라는 '노컷뉴스'의 이름에 걸맞은 기사입니다. 때로는 방송에서는 다 담아내지 못한 따스한 감동이 '작렬'하는 기사가 되기도 할 것입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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