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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내리' 차승원 "감독님께 신파는 절대로 하지 말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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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힘내리' 차승원 "감독님께 신파는 절대로 하지 말자고 했다"

    [노컷 인터뷰] '힘을 내요, 미스터 리' 철수 역 차승원 ①

    지난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영화 '힘을 내요, 미스터 리' 배우 차승원을 만났다. (사진=YG엔터테인먼트 제공)

     

    ※ 영화 '힘을 내요, 미스터 리' 내용이 나옵니다.

    코미디 맛집. 지난 11일 개봉한 영화 '힘을 내요, 미스터 리'(감독 이계벽)가 꾸준히 미는 수식어다. 이는 타이틀롤인 차승원에게도 그대로 붙일 수 있는 말이다. 2000년대 초중반부터 '신라의 달밤', '라이터를 켜라', '광복절특사', '선생 김봉두', '이장과 군수' 등 여러 작품에서 특유의 코미디 연기를 선보여 사랑받은 차승원이 근육질 몸매와는 다르게 조금은 어설프고 엉뚱한 성격과 말투를 지닌 철수 역으로 나오기 때문이다.

    하지만 '힘을 내요, 미스터 리'는 웃음에만 방점을 찍은 영화가 아니다. 중반을 넘어가면 철수의 과거 이야기가 풀리면서 눈물을 훔칠 수밖에 없는 전개가 이어진다. 유쾌한 기운이 가득한 포스터나 예고편만을 보고 간 관객이라면 '어, 이게 뭐지?' 싶을 수도 있다. 2003년 벌어진 대구지하철참사가 영화 속에서 비중 있게 다뤄지기도 한다.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배우 차승원 역시 "그 부분을 너무 놀라시는 분들이 있더라"라면서도 이계벽 감독에게 이것만은 강조했다고 밝혔다. "신파로는 가지 말자"라고. 이미 상황만으로 슬픈 부분이 있으니 촬영과 연출 면에서 굳이 슬픔을 극대화하지 않고 싶었던 게 그의 뜻이었다.

    ◇ 철수 파마 머리의 비밀

    '힘을 내요, 미스터 리'는 밀가루 반죽을 치대는 철수의 능숙한 손놀림을 보여주는 것으로 시작한다. 잘생긴 얼굴과 훤칠한 키로 가게 밖 손님들에게 선망의 눈길을 받는 그는, 지적장애를 앓는 인물이다. 신호가 바뀌길 기다리며 횡단보도에 서 있다가 마주친 장모 희자(김혜옥 분) 차에 태워져, 그동안 잊고 지냈던 딸 샛별(엄채영 분)을 만나며 겪는 일을 그린다.

    철수는 일단 외모부터 범상치 않다. 약간 우스꽝스러워 보이는 파마 머리가 눈에 띈다. 꼬불꼬불함을 유지해야 했기에 촬영 때마다 한 시간씩 얇은 롤로 말고 있어야 했다.

    차승원은 '힘을 내요 미스터 리'에서 건달들을 간단히 제압할 만큼 힘을 지녔지만 반전 매력도 있는 철수 역을 맡았다. (사진=용필름 제공)

     

    차승원은 "머리가 다 녹았다. 머리가 다 녹는다니까… 원형 탈모 걸리고. (머리카락) 끝이 다 상한다. 이계벽 감독한테 내용 증명 보낼 거다. 자료 사진들이 있으니까"라고 너스레를 떨어 폭소를 유발했다.

    극중 철수가 다른 사람들에게 자기가 만만치 않은 사람이라는 것을 드러내 보일 때 하는 '알통 과시' 자세는 차승원이 아이디어를 낸 부분이다. 그는 "원래 헬스 동작 중에 있다. 팔을 틀어야 이두가 더 도드라진다. 살을 비틀면 압축이 확 돼 가지고"라고 설명했다. 이 동작은 메인 포스터에도 쓰였다.

    이번 배역을 준비하며 후천적으로 지적 장애를 얻게 된 이들의 다큐멘터리를 보기도 했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참고 자료였다. 어떤 사람을 그대로 그려내는 것은 아니었다. 차승원은 "초반 (촬영) 넘어가니까 (캐릭터 특징이) 몸에 익더라. 그러니까 자연스럽게 됐다"라고 밝혔다.

    ◇ 눈물 쏙 빼는 이야기를 미리 밝히지 못했던 까닭

    곧 생일인 친구를 위해 선물을 준비하러 떠나는 샛별의 대구 여행. 친구들의 도움과 기지로 병원 밖으로 몰래 빠져나가는 샛별을 발견한 철수는, 졸지에 동반자이자 보호자가 되어 대구로 향한다. 이때만 해도 웃음을 주는 데 집중하는 듯했던 영화는 뒤로 갈수록 분위기가 반전된다.

    언론 시사회 때도 여기저기서 훌쩍이는 소리가 들릴 정도였다. 차승원은 "그 부분을 너무 놀라시는 분들이 있다. 대부분 거부감은 없는데 블라인드 시사 때 몇몇 분은 '아, 이건 코미디가 아니잖아', '코미디라고 할 수만은 없잖아'라고 하셨다"라고 말했다.

    차승원은 '힘을 내요 미스터 리'에서 건달들을 간단히 제압할 만큼 힘을 지녔지만 반전 매력도 있는 철수 역을 맡았다. (사진=용필름 제공)

     

    그러면서 "제작보고회 때 '사실 이게 이런 영화다'라고 할 수는 없으니까… 결이 다른 두 개(이야기)가 있어서 캐릭터를 (표현)할 때도 되게 힘들었다. 그래서 여러 가지 레퍼런스를 취합해 보자고 했다"라고 전했다.

    "후반부는 난 생각도 안 했어요. 소방관 모습은 잘 염두에 두지 않았어요. 염두에 두지 않았다는 게 성의 없게 한다는 게 아니라, 본격적인 사건 일어나기 전까지만 톤을 잘 잡는다는 게 제일 걱정됐다는 거예요. 후반부에는 다른 부분 때문에 걱정을 많이 했죠. 대구지하철참사가 왜곡되거나 훼손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었는데 블라인드 시사 때도 '이거 뭐야?' 하는 분들이 없어서 '진짜 다행이다! 너무 다행이다!' 했어요. 만약 '이것(참사) 가지고 장난치는 거야?'라는 반응이었다면 아마 10㎏은 빠졌을 거예요."

    ◇ 온기 있는 영화 '힘을 내요, 미스터 리'

    차승원은 '힘을 내요, 미스터 리'의 어떤 부분에 끌렸을까. 그는 "요새는 텔레비전에서 진짜 척박하고 각박하고 흉흉한 이야기만 나오지 않나. 찌르고 때리고 사기 치는 내용도 많고. 그런 것도 필요하지만, ('힘을 내요, 미스터 리'는) 주변에 있는 사람들에 대한 온기가 있는 영화였다"라고 밝혔다.

    차승원은 "어떤 얘기에 끌렸냐면 약간 뭐라 그럴까 어떤 사람들이든 결핍이 있지 않나. 결핍을 가진 아빠와 결핍을 가진 딸이 서로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줄 알았더니, 나중에 보니까 (함께라는 게) 너무나 큰 힘이구나 하는 얘기에 너무 매력을 느꼈다. 나는 그게 (이 이야기의) 전부라고 생각하니까"라고 부연했다.

    차승원이 지난달 29일 열린 '힘을 내요, 미스터 리' 언론 시사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NEW 제공)

     

    "정말 이 사람(철수)이 도움이 안 될 것 같잖아요. 정말 그렇지 않을 것 같은 둘이, 서로 보탬이 되죠. 철수라는 사람이 바보가 됐지만 자기 딸한테는 아주 커다란 존재, 커다란 방패가 되어주고요. '둘이 외롭지 않겠네?' 하는 게 제일 끌렸어요. 난 그게 제일 좋았어요. 코미디건 상관없이. 근데 살아가면서 누군가한테 의지할 수 있다는 건 되게 좋잖아요. 가족만큼 의지가 되는 건 없잖아요. 어떻게 됐건 되게 상처받은 두 인물, 완벽하게 상흔이 남아 있는 둘이 전혀 그렇게 보일 것 같지 않았는데 나중에 서로 조금씩 힘이 되어서 잘 살아나가는 것. 그런 게 너무 매력적인 것 같다. 이 얘기의 핵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해요. (철수가) '내가 왜 바보냐…' 하면서 막 울잖아. 내가 뭔가를 해 주고 싶은데 해 줄 수 없는 자책, 회의 이런 건데 나중에 보니까 비록 그런 아빠더라도 없는 것보단 있는 게 나은 거야. (웃음) 이 아이한테는."

    다만 차승원은 영화가 지나치게 눈물을 짜내는 방식으로 흐르지 않길 바랐다. 차승원은 "신파는 가지 말자고 했다. 가령 내가 샛별이를 한 번도 안 안아준다. 업어주긴 하지만. 샛별이가 (저를) 뒤에서 안긴 해도. 우린 손도 안 잡는다, 심지어"라고 설명했다.

    이어, "어차피 이거 되게 슬픈 영화인데 타이트하게 잡거나 바스트 샷 이런 거 하지 말자고 했다. 그건 좀 우리가 주의하자고. 슬퍼지려고 하면 환기를 확 시켜버리고. 감독님도 저도 신파는 절대로 하지 말자고 했다"라고 전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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