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배너 닫기

전체메뉴보기

사용후핵연료 2021년부터 차례로 '포화'…의견 수렴부터 '갈등'



포항

    사용후핵연료 2021년부터 차례로 '포화'…의견 수렴부터 '갈등'

    경북 경주시에 있는 월성원자력본부 전경(사진=포항CBS)

     

    원자력발전소에서 사용한 사용후핵연료가 2021년 11월 월성원전을 시작으로 차례로 포화상태에 달한다.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결정을 위한 의견수렴이 시작됐지만, 지역마다 처한 상황과 생각이 크게 달라 앞으로 갈등이 우려된다.

    원전에서 사용한 우라늄이나 농축우라늄(사용후핵연료)은 원자로에서 꺼낸 뒤 원자로 건물과 연결된 습식 저장시설에서 약 5년간 보관한다. 높은 열과 방사선을 내뿜고 있어 외부와 완전히 차단된 공간에서 이를 줄이기 위해서다.

    이후에는 원전 내 부지에 마련된 콘크리트로 지어진 건식저장시설로 옮겨 임시 저장하고 있다. 아직 국내에는 임시저장을 마친 사용후핵연료를 처분시설에서 재처리 혹은 영구처분하기 전까지 40~50년 정도 저장하고 관리하는 중간저장시설은 물론, 사용후핵연료를 영구 격리·보관하는 시설인 '고준위방사선폐기물처분장'이 없어서다.

    원전을 운영하는 한국수력원자력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2021년 11월 월성원자력본부를 시작으로 국내 원전의 임시 저장시설이 차례로 포화상태에 이르기 때문이다.

    올 2분기를 기준으로 임시 저장시설의 포화율은 건식이 96%를 넘어섰고, 습식도 83.13%에 달한다.

    이에 따라 한수원은 월성원전 내에 임시저장시설인 맥스터 7기를 지을 수 있는 6300㎡ 규모의 부지를 확보했다. 이곳에는 사용후핵연료 16만8000다발을 임시 저장할 수 있다.

    맥스터 건설을 위해서는 원자력안전위원회 운영변경허가와 산업통상자원부 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정책 수립, 해당 지자체인 경주시에 공작물 축조신고를 마쳐야 한다.

    사용후핵연료를 임시보관하는 시설인 '맥스터' 전경(사진=월성원자력본부 제공)

     

    그러나 공사 착공을 위한 행정절차는 아직 시작조차 못하고 있다. 사용후핵연료 처리방향과 절차 등 관리정책에 대한 폭넓은 의견수렴을 담당하는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위원회'가 지난 5월 말에야 출범했고, 원전 소재 지역 주민에 대한 의견수렴절차도 이달 들어서야 본격화됐기 때문이다.

    한수원은 사용후핵연료 포화 전까지 맥스터 7기를 완공하려면 늦어도 내년 3월까지는 관련 절차를 마무리하고 4월에는 공사에 들어가야 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목표 시점까지 공사가 끝나지 않으면 우리나라 전력생산량의 2% 가량을 차지하는 월성 2~4호기 가동이 중단될 가능성도 있다.

    이 같은 우려와 불안은 지난 10일 경주에서 열린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를 위한 주민대표간담회'에서도 불거졌다.

    이날 회의는 재검토위원회가 원전 5개 지역주민의 의견을 수렴하는 역할을 하는 '지역실행기구' 구성을 논의하고 경주지역 주민들의 다양한 의사를 확인하기 위해 마련됐다.

    감담회에서 남홍 경주시원전범시민대책위원장은 "맥스터가 계획대로 착공되지 않으면 월성 2~4호기가 멈추고 경주지역 경제는 심각한 타격을 받는다. 경주는 다른 지역과 달리 한시가 급한 만큼 경주지역의 의견을 우선 반영해 맥스터 건설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른 참석자들도 △지역 의견 수렴과정에서 원전 반경 5km 이내 주민만 참여 △현행법대로 맥스터 건설 허가 △원전 내 관련 및 관계시설 개념정리 등의 요구를 쏟아냈다.

    이에 대해 정정화 위원장은 "위원회가 활동기한을 정하지 않은 것은 국민들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하기 위한 것"이라며 "월성원전 포화시점을 고려하겠지만 국민들의 전체적인 의견을 수렴하는 것이 우선 과제인 만큼 차례대로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10일 경주시청 대회의실에서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를 위한 주민대표간담회'가 열리고 있다. 문석준 기자

     

    게다가 원전이 있는 지역 간에도 상당한 의견차이가 있어 의견수렴 과정에서 상당한 혼란이 예상된다.

    경주는 이날 간담회에서 나타났듯 맥스터 건설과 사용후핵연료 처분방식 공론화에 우호적인 반면, 한빛원전이 있는 전남 영광군 주민들은 논의자체에 거부감을 갖고 있는데다 비판적인 여론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울원전이 있는 경북 울진과 고리원전이 있는 부산 기장, 울산 울주군 등은 주민 간 찬반 여론이 팽팽해 상당한 논란이 예상된다.

    위원회 관계자는 "9월부터 충분한 의견 수렴을 거쳐 사용후핵연료 처리 방식과 중간 저장 시설 및 영구처분 시설 건설 계획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확보한 뒤 정책 권고안을 정부에 제출하겠다"며 "특정 지역만의 이해관계가 아닌 국민들의 전체적인 의견을 두루 살펴보겠다"고 강조했다.

    이 시각 주요뉴스


    Daum에서 노컷뉴스를 만나보세요!

    오늘의 기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댓글

    투데이 핫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