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배너 닫기

전체메뉴보기

빅데이터로 조사한 주52시간 효과, '성과 부풀리기'였나



경제 일반

    빅데이터로 조사한 주52시간 효과, '성과 부풀리기'였나

    노동부 "주52시간제 시행 후 첫 빅데이터 분석, 노동시간↓, 여가활동↑"
    정작 조사 내용 뜯어보면 직장인 대상 여부도, 주52시간제 효과 여부도 불확실

     

    정부가 빅데이터를 활용해 추정한 주52시간제 시행 효과를 발표했지만, 조사방식이 너무 허술해 '성과 부풀리기' 비판을 피할 수 없어 보인다.

    고용노동부는 주52시간 노동시간 상한제 시행 후 수도권 직장인들의 변화된 생활을 빅데이터로 추적했다며 분석 결과를 11일 발표했다.

    ◇노동부 "주52시간제 도입 후 노동시간 13.5분 감소…여가 등에 집중 투자"

    노동부는 KT와 BC카드에 의뢰해 직장인이 많은 광화문과 여의도, 판교, 가산디지털단지 등 4개 지역을 중심으로 직장인의 근무 시간 및 출퇴근 시간과 여가 활동 업종의 매출액 변화를 분석했다.

    그 결과 주52시간제가 시행된 지난 3~5월 직장인 근무 시간은 시행 전인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개 지역 평균 13.5분 감소했다는 것이 노동부의 주장이다.

    지역별 직장인 노동시간(하루 평균 체류시간) 변화

     

    특히 대기업이 많은 광화문의 근무시간은 39.2분 감소해 가장 감소폭이 컸고, 금융, IT 업종 대기업이 주로 모인 여의도와 판교도 각각 9.9분, 9.7분씩 감소했다.

    반면 주52시간제가 아직 적용되지 않은 중소기업들이 주로 모인 가산디지털단지는 오히려 0.6분 증가했다.

    또 연령대별로 나눠보면 20~30대 직장인은 4개 지역 모두 근무 시간이 감소해 일과 생활의 균형을 중시하는 청년층의 특성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됐다.

    퇴근 시간은 4개 지역 모두 앞당겨진 가운데 광화문과 여의도는 출근 시간이 늦어졌고, 판교와 가산디지털단지는 출근 시간도 빨라졌다.

    서울시 구별 여가, 문화, 자기계발 관련 업종 이용액 증감률(강서구는 항공 관련 업체가 많아 여행 업종의 매출만 252.2% 증가)

     

    한편 지난해 8월부터 올해 5월까지 서울시의 BC카드 이용액 증감 추이를 보면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여가‧문화‧자기계발 관련 업종 이용액이 크게 늘어난 반면 사무실 인근 지역의 유흥, 기업의 저녁 위탁 급식 이용액은 감소했다.

    노동부는 전체 업종 이용액은 9.2% 증가했지만, 영화·공연이나 스포츠 레저, 여행, 각종 학원 등의 이용액은 18.3% 늘었다고 밝혔다.

    (사진=자료사진)

     

    ◇'빅데이터'면 조사 대상도, 결과도, 원인도 불확실해도 OK?

    그런데 조사 내용을 뜯어보면 석연찮은 점이 많아 보인다. 우선 이번 조사에서 휴대전화 이동상태를 통해 추적한 대상은 정작 직장인의 휴대전화가 아니다.

    노동부는 '오전 7시부터 오후 6시까지 한 달에 10일 이상 동일 기지국에서 4시간 이상 규칙적으로 연결된 휴대폰 이용자'를 직장인으로 가정해 위와 같은 조사를 실시했다.

    이 가정을 따르면 주52시간제와 무관한 중소기업 노동자는 물론 자영업자나 학생, 노인 등 무직자라도 '대기업 비중이 높은' 광화문 근처에 자주, 오래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대기업 직장인으로 포함된다.

    또 각 휴대전화를 따로 추적한 것이 아니라, 직장인으로 추정되는 휴대전화가 해당 지역 기지국에 접속한 변동 추이의 총량만을 계산했다.

    예를 들어 아침 8시에 출근해 저녁 8시에 문을 닫은 자영업자와 오전 11시에 나와 오후 5시 퇴근한 아르바이트 노동자의 휴대전화를 따로 구분하지 않아서, 위의 조사에서는 각각 8시간씩 일한 직장인 2명의 휴대전화인 것처럼 계산된다.

    KT 관계자는 "낮 시간대에 머물렀다면 장소를 기반으로 직장인으로 가정한 것"이라며 "100% 직장인을 골라낼 수는 없고, 다만 기업이 많은 지역을 선정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사진=자료사진)

     

    퇴근 후 카드 사용내용에 대한 추적도 같은 문제가 반복된다.

    카드 이용액에 대한 조사는 내국인 개인회원 가운데 경제활동을 할 것으로 추정되는 연령대를 중심으로 조사하되, 직장인 소비활동인 점을 감안해 오후 6시 이후 소비내역을 중심으로 분석됐다.

    이 역시 카드 사용자가 실제 직장인인지 등을 전혀 확인할 수 없다. BC카드 관계자는 "카드 명의로는 연령대는 구분할 수 있지만, 직업 등은 알아낼 수 없다"며 "다만 경제활동을 할 것으로 추정되는 연령대를 토대로 조사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또 카드 이용액 조사에서도 광화문과 여의도, 판교, 가산디지털단지의 변화 추이를 분석했는데, 이 경우 직장 근처가 아닌 주거지 근처로 이동해 소비한 사례는 조사에 전혀 반영될 수 없다.

    게다가 두 조사 모두 올해와 전년 한 해만을 비교했다는 한계를 가진다. 즉 주52시간제가 아닌 다른 요인이 개입된 것인지, 혹은 수년 전부터 비슷한 변화 추이를 보였는지 등을 알 수 없다.

    대량의 자료로 추정하는 '빅데이터'의 특성을 감안하더라도 위의 조사로는 정말 시민들의 삶이 바뀐 것인지, 만약 달라졌다면 시민 가운데 주52시간제를 적용받은 대기업 노동자의 삶이 특별하게 변한 것인지, 또 이 변화가 주52시간제 때문인지 확인할 수 없는 셈이다.

    이에 대해 노동부는 "(휴대전화의 경우)각 동일인을 본 것이 아니라 전체 패턴의 변화를 본 것"이라며 "체류시간이 줄어들었기 때문에 근무시간이 줄었다고 추론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근로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는 하지 않았지만, 실태 설문조사보다 더 실증적으로 신뢰도, 정확도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 시각 주요뉴스


    NOCUTBIZ

    오늘의 기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댓글

    투데이 핫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