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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소화하는 추석 차례상…'달라진' 방앗간 풍경



영동

    간소화하는 추석 차례상…'달라진' 방앗간 풍경

    추석 맞이해 활기찬 시장 분위기와 달리 방앗간 '한산'
    "과거와 비교해 손님 뚝…방앗간 점점 없어지는 추세"

    진준희(81) 할머니가 방앗간에서 갈아준 쌀가루를 봉지에 담고 있다. (사진=유선희 기자)

     

    가족의 규모가 줄어드는 데다 차례상이 점점 간소화하면서 방앗간 풍경도 점점 변하고 있다. 직접 송편을 빚지 않고 맞춤으로 사 먹는 이들이 늘어난 까닭이다.

    지난 9일 오후 취재진이 찾은 강원 강릉시 성남동 전통시장. 추석을 맞이해 차례상에 올릴 과일과 건어물들을 구매하려는 사람들로 오랜만에 활기를 찾은 시장 분위기와 달리 유난히 한산한 곳이 눈에 띄었다.

    판매대와 조금 떨어진 곳에 위치한 방앗간으로, 추석맞이 송편을 직접 빚기 위해 방앗간을 찾은 손님은 손에 꼽을 정도로 적었다.

    방앗간에서 만난 김석자(75) 할머니는 "요즘에는 옛날처럼 떡을 잘 안 먹으니까 반죽을 위해 필요한 햅쌀을 맡기는 양이 줄어들기는 했다"며 "사실 저도 나이가 들고 몸이 불편해서 사 먹을까 고민했지만, 마음이 용납이 안 돼 어김없이 찾았다"고 말했다.

    이어 "아무래도 주변에서는 떡을 사서 차례를 치르는 분들이 많긴 하다"면서도 "손녀, 손주들과 오랜만에 함께 모여 앉아 송편을 빚는 것도 추억이고 재미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체력이 닿는 데까지는 직접 빚을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송편을 직접 빚으면 힘들지 않으냐는 취재진 질문에 진준희(81) 할머니는 "아휴, 힘들어도 다 정성인데 해야지"라며 땀을 닦아냈다.

    송편을 빚기 위해 반죽으로 필요한 쌀가루를 뽑아내고 있는 모습. (사진=유선희 기자)

     

    30년 넘게 방앗간에서 일했다는 심종섭(61) 사장은 "예전에는 추석 때가 되면 바깥에 100m 넘게 손님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기도 했던 시절이 있었다"며 "그런데 지금은 손님이 거의 절반으로 끊겨 직접 송편을 빚는 분들이 줄어들었음을 실감한다"고 전했다.

    과거와 달리 눈에 띄게 줄어든 손님 탓에 심 사장은 추석 명절 분위기를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심 사장에 따르면 전통시장 곳곳에 있던 방앗간은 현재 많이 없어지는 추세다.

    심 사장은 "방앗간을 찾는 분들도 대부분 나이가 많으신 분들로 젊은 분들은 찾아볼 수 없다"며 "시간이 흐를수록 송편을 빚기 위해 방앗간을 찾는 분들이 없을 거라는 생각을 하면 아무래도 아쉽긴 하다"고 씁쓸하게 웃었다.

    반면 맞춤 떡 판매대에는 손님들이 꾸준히 오고 갔다. 떡을 산 서윤자(여.64)씨는 "원래 직접 집에서 송편을 빚었는데 얘들도 올해는 안 온다고 하고, 저도 힘들어서 이번에 처음으로 떡을 사봤다"며 "아무래도 마음 한쪽이 좀 아쉽기도 하고 씁쓸한 마음이 있다"고 전했다.

    차례상에 올릴 떡 몇 개를 산 김모(여.42)씨는 "가족들도 많지 않아 굳이 송편을 빚을 필요가 없어 차례용으로만 준비하려고 왔다"며 "차례상에 올리는 음식도 점점 간단하게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명절 맞이가 효율적이고 편리한 방식으로 변해 가면서 한때 명절 전 손님들로 붐볐던 방앗간은 이제 굽은 손을 가진 어르신들 몇 명만이 그 자리를 지킬 뿐으로, 사뭇 달라진 풍경을 느낄 수 있었다.
    추석맞이용 떡을 구매하기 위해 손님들이 맞춤 떡 전문점을 찾았다. (사진=유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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