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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도 울었다, '따돌림' 서울대 대학원생 사과 추모식



사건/사고

    하늘도 울었다, '따돌림' 서울대 대학원생 사과 추모식

    '학내 따돌림'에 세상과 등진 서울대 미대 대학원생
    학교 측, 100일만에 추모식 열고 '공식 사과'
    "기댈 버팀목 돼주지 못해 후회스럽고 자책"
    '재발 방지 대책'도 내놔…연말 작품전 예정

    학내 따돌림 끝에 극단적 선택을 한 서울대 미술대학 대학원생 A씨의 추모식이 17일 경기도 광주 소망수양관에서 열렸다. (사진=윤준호 기자)

     

    "예술적 영감과 지적 열정으로 가득찬 당신이었습니다. 함께 해서 고마웠고 떠내보내 미안했습니다. 영원히 아름다운 청년으로 기억하겠습니다."

    17일 경기도 광주 소망수양관. 학내 따돌림 끝에 세상과 등진 서울대 미술대학 대학원생 A씨의 추모식이 열렸다. 숨진 지 꼭 100일 만에야 어렵사리 치러진 추모식이었다. 하늘도 슬픈 듯 장대비를 연신 쏟아부었다.

    유족들과 아픔을 나누려는 친지 수백명이 추모식에 찾아왔다. 모두 침통한 표정으로 고개를 떨궜다. 엄숙한 분위기 속에 훌쩍이거나 흐느끼는 소리가 곳곳에서 들렸다. 연단에서 고인의 지나간 일생을 읊자 유족들도 참았던 눈물을 끝내 터뜨렸다.

    서양화과 대학원생이었던 A씨는 지난 5월 수업 도중 밖으로 나가 교내 작업실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유서도 남기지 않았다. 경찰은 단순 자살로 사건을 종결했지만, 학내 따돌림이 그를 벼랑으로 내몬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미국 시카고 예술대학을 졸업한 A씨는 2017년 서울대 대학원에 입학한 뒤 차별과 따돌림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신입생 환영회에서 "너를 뽑지 않으려 했다"는 교수의 막말부터 지도 거부, 서울대 출신이 아니라는 이유로 전시회를 방해받기도 했다.

    A씨가 세상을 떠나면서 남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메모에는 그가 감당한 고통의 무게가 고스란히 담겼다. "학생부터 교수까지 모든 사람들이 나를 싫어한다" "괴롭고 힘든 것이 당연한 건가" "내 편에는 누가 있을까 외롭다 슬프다" 등이다.

    줄기차게 내리던 비는 추모식이 시작하는 오전 10시30분이 되자 거짓말처럼 사그라들었다. 말 없이 추모객을 바라보는 A씨의 영정 사진 앞으로 유족을 대신해 부친의 지인 이유선씨가 나와 소회를 밝혔다.

    이씨는 "침묵으로 일관했던 서울대가 83일 만에 사과하기로 결정했고, 100일 만인 오늘 이렇게 추모식이 열렸다"며 "서울대의 비뚤어진 반교육적 학풍을 바로 세우고, 참된 교육 문화로 승화돼 나아가기를 바라는 고인의 참뜻을 살려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숭고한 영원의 작품은 A씨가 만들었지만 이를 완성하는 건 이제 서울대가 책임지고 해야할 일"이라며 "오늘 서울대의 추모식 행사는 첫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우리는 계속 지켜보고 그리고 함께 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학내 따돌림 끝에 극단적 선택을 한 서울대 미술대학 대학원생 A씨의 추모식이 17일 경기도 광주 소망수양관에서 열렸다. (사진=윤준호 기자)

     

    A씨의 선택이 학내 따돌림 때문으로 밝혀진 이후 유족들은 사과와 명예회복을 요구했고, 서울대 측은 이를 받아들여 이날 행사를 마련했다.

    김형관 서울대 미대 서양화과 학과장은 추모 편지를 꺼내들어 "A씨가 기댈 수 있는 버팀목이 되지 못했음을, 고민과 어려움을 함께 하지 못했음을 후회하고 자책한다. 다시 한번 유족분들께 마음 깊이 위로와 죄송함을 전한다"며 고개를 숙였다.

    서울대 미대 측은 A씨처럼 외국에서 생활하다가 입학한 학생들이 학교에 순조롭게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대안들도 이날 내놨다.

    구체적으로는 국외 대학 졸업자와 외국인 학생을 대상으로 ▲정기적 만남·소통 주재 ▲학업·작품 제작 지원 창구 마련 ▲생활·진로 상담센터 설치 등이다.

    문주 서울대 미대학장은 "이같은 조치들이 대단한 대책은 아니지만 오늘을 시작으로 다시는 아픔이 반복되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개선하고 보완하겠다"며 "학교의 노력이 A씨의 영혼에 닿아 조금이라도 평온할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한다"고 말했다.

    추모사가 모두 끝나고 A씨를 기리는 연주가 울려퍼지자 잠깐 내비쳤던 햇살 사이로 먹구름이 드리우며 다시 억수같은 비가 쏟아졌다. A씨의 영정 앞에 국화를 내려놓는 추모객의 발길은 그 뒤로도 한참 동안 이어졌다.

    눈시울이 불거진 A씨의 부친은 마지막 사람이 헌화할 때까지 물끄러미 영정을 바라보며 자리를 지켰다. 서울대 미대는 A씨가 남긴 작품들을 연말 졸업작품전에 전시할 예정이다.{RELNEWS:r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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