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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취준생도 못 받는 청년수당 대학생이? 줄줄새는 서울시 복지



사건/사고

    [단독]취준생도 못 받는 청년수당 대학생이? 줄줄새는 서울시 복지

    규정상 재학·휴학생 못 받지만…학력 점검 시스템 미비
    올해 청년수당 공고 바꾸며 혼란 자초했다는 지적도
    구직자들 "부당 수급자 적발해 환수조치 해야"


    박원순 서울시장.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대학 졸업 후 1년 넘도록 취업을 준비하던 26살 송모씨는 지난해 3~8월 서울시가 지급하는 청년수당을 받았다. 늦어지는 취업에 막막하던 송씨에게 매달 50만원 수당은 큰 도움이 됐다. 그런데 송씨는 청년수당 역량강화 프로그램에 갔다가 자신을 '군입대 전 휴학생'이라고 소개한 사람을 만났다. 대학생이나 휴학생은 받을 수 없는 청년수당을 버젓이 받고 자기소개 때도 이를 거리낌없이 얘기하자 송씨는 크게 놀랐다.

    취업준비 청년들에게 서울시가 매달 50만원씩 지급하는 '청년수당'이 줄줄 새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CBS노컷뉴스 취재결과 서류 심사가 허술해 '취준생'이 아닌 일반 대학생들도 마음만 먹으면 수당을 받을 수 있는 구조인 것으로 나타났다.

    ◇신청자 '최종학력 검증' 제출 문서에 의존…'사각지대' 생겨

    서울시가 지급하는 청년수당은 서울에 거주하는 만 19~34세 미취업 청년에게 길게는 6개월까지 한 달에 50만원을 지급하는 제도다.

    자유한국당 홍문표 의원실이 서울시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제도가 도입된 지난 2016년부터 현재까지 청년수당을 받은 사람은 2만217명에 이른다. 이들에게 지급됐거나 지급 예정인 돈은 총 518억원이다.

    그래픽

     

    취업 준비생을 돕기 위한 제도인만큼 주 30시간 이상 일하거나 3개월 이상 고용보험에 가입한 근로자는 받을 수 없다. 대학 재학생이나 휴학생도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다.

    서울시와 서울시 청년지원센터는 신청자들에게 △고용보험 피보험자격 이력 내역서 △최종학력 졸업증명서 △건강보험증번호 등의 서류를 받아 심사에 나선다. 신청자가 이미 취업을 했거나 학업 중인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문제는 사후 검증 없이 신청자가 제출하는 서류에만 의존해 심사가 진행되는 점이다.

    CBS 취재결과 수당 신청자의 대학 재학 여부를 따로 점검하는 시스템은 서울시 안에서 따로 마련돼 있지 않았다. 대학생이 재학 사실을 숨기고, 고등학교 졸업 증명서만 최종 학력 서류로 제출하고 수당을 받아도 이를 걸러낼 제도적 장치가 없는 것이다.

    게다가 지난 2016년 청년수당 제도 시행 이후, 서울시가 의심 수급자의 '학력'을 따로 점검한 사례는 단 한차례도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결국 서울시가 애초 세밀한 설계 없이 청년수당을 만들어 4년 동안 이를 운영해 오면서 심사 제도를 허술하게 진행해 학력을 속이는 '부정수급'의 길을 열어놓은 것이다.

    ◇취업준비생들 "청년수당 조사해야…적발된 부정수급자 환수 조치"

    2018년 서울시 청년수당 공고(왼쪽)와 2019년 공고(오른쪽).

     

    올해 서울시 청년수당 제도 공고가 바뀐 점이 이런 위험성을 더 키웠다는 지적도 있다. 지난해 공고에는 '신청 자격 요건'에 대학 재학(휴학)생은 신청할 수 없다는 사실을 명시했지만, 올해 공고에는 해당 문구가 삭제된 것이다.

    실제 온라인 커뮤니티 '청년수당' 게시판에서도 서울시의 학력 점검 시스템에 대한 의문 제기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한 네티즌은 올해 공고를 보고 "최종학력 졸업 2년 이후라는 문구를 보면 대학 재학생이나 휴학생들이 학적을 속이고 수당을 받아내더라도 아무도 모를 수 있다"며 "전수조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서울시 청년수당 공식 홈페이지에도 지난 5월 '최종학력증명서 답변 부탁드립니다'라는 문의 글이 올라왔다. 작성자는 "서울시가 어떤 확인 절차를 거쳐 최종학력을 검증하는 지 알려달라. 부정수급 시도를 색출하는지 궁금하다"고 했다.

    한 인터넷 커뮤니티의 서울시 청년수당 관련 게시글.

     

    취업 준비생들은 제도적 허점에 허탈감을 감추지 못하며 이제라도 부정 수급자들을 조사해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학 졸업 후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강모(26)씨는 "어떤 제도든 빈틈을 파고드는 사람은 있기 마련이다. 결국 이를 걸러내는 시스템이 제대로 돼 있어야 한다"며 "지금이라도 수급자들을 점검하고 부정수급 사실이 밝혀진다면 시간이 지난 일이라도 환수하는 등 강력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졸업유예 상태로 공부 중인 김모(25)씨도 "부정하게 수당을 받았다면 정말 그 돈이 필요한 사람의 기회를 뺏는 게 아닌가"라며 "주변에서 청년수당을 신청하고도 탈락한 사람을 많이 봤다. 이제라도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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