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배너 닫기

전체메뉴보기

예술위, '팝업씨어터' 사태 사과…피해 예술인 "반쪽짜리" 비난



공연/전시

    예술위, '팝업씨어터' 사태 사과…피해 예술인 "반쪽짜리" 비난

    문화예술위 "블랙리스트, 자행되어서는 안될 국가 폭력" 사과
    피해 예술인들, "가해자 실명 빠지고, 참석 안해 '반쪽 짜리 사과'" 비난

    사과하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박종관 위원장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이하 문화예술위)가 과거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태 당시 자행한 공연방해·검열 사례에 대해 공개 사과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했다. 하지만 '가해자가 빠진 사과'라는 피해 예술인의 지적이 이어지며 '반쪽 뿐인 사과'로 전락했다.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대학로 예술극장 1층 씨어터카페에서 문화예술위원회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태와 관련 공개 사과 행사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문화예술위 박종관 위원장은 "지난 정부 하 소위 블랙리스트 사태 당시 청와대와 문체부를 통해 전달된 예술인 배제 및 사전검열 지시를 거부하지 못하고 해당 예술인 및 단체에 불이익을 주는 등 조직의 본분과 사명을 저버렸다"며 "이는 다시는 자행되어서는 안 될 국가 폭력이었다"라고 인정했다.

    '팝업씨어터'는 예술위원회의 주최, 주관의 기획사업 '공원은공연중'의 프로그램으로 극장 로비, 카페, 공원 등 다양한 장소에서 돌발적으로 펼쳐지는 팝업 형태의 연극, 무용, 음악 등의 공연이다.

    하지만 지난 2015년 9월 참여 예술가 섭외 과정부터 블랙리스트가 적용, 시행됐다. 이 과정에서 섭외 대상이었던 전진모 연출가에 대해 문체부로부터 배제 지시가 있었다.

    이후 10월 17일 '팝업씨어터' 참가작인 김정 연출의 '이 아이'가 공연됐다. 이 공연을 관람한 문화사업부장은 "세월호를 연상시킨다"라고 보고 했고, 공연 진행을 방해하고 '공연 취소'를 지시했다.

    이어 차기작이던 '불신의 힘'(송정안 연출)과 '후시기나 포켓또'(윤혜숙 연출)에 대한 대본 사전 검열을 실행해 공연을 취소하고록 만들고 논쟁이 공론화되자 '사실관계와 다른 사과문'을 게시했다.

    또 예술위원회의 조직을 방어하기 위해 자체 내부조사에서 '공연 방해는 없었다'는 조사결과 보고서를 작성하기도 했다.

    문화예술위는 이같은 사실을 하나하나 열거하며 시인했다.

    또한 이런 부당행위를 세상에 알린 공익제보자이자 당시 사업 담당자였던 김진이 씨에게 인사상 불이익을 주고자 부당한 전보조치를 한 사실도 인정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박종관 위원장

     

    박 위원장은 "예술현장의 동반자로서 든든한 지원자가 되어야 할 예술위원회가 본분을 다하지 않고 사명마저 저버린 이러한 잘못에 대해 늦게나마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사과했다.

    이어 "'이 아이', '불신의 힘'. '후시기나 포켓또' 공연팀을 비롯, '팝업씨어터' 참여 공연팀들에게 사과드린다"라며 "특히 당시 공연을 방해받은 상황에서도 연기를 해야했던 출연배우와, '팝업씨어터'를 기획했던 예술위원회 직원에게도 사과드린다"고 재차 사과했다.

    하지만, 블랙리스트 피해 예술인들은 '실제 가해를 한 당사자의 사과가 이뤄지지 않았다'라고 지적을 하며 '반쪽짜리' 사과에 대해 강하게 문제를 제기했다.

    특히 이날 공개사과에는 피해 예술인과 내부고발한 전직 직원의 실명이 공개됐지만, 가해한 것으로 알려진 직원들의 실명은 거론되지 않았다.

    문화예술위 관계자는 "해당 직원들이 팝업씨어터의 사실 관계에 대해 다른 의견이 있었다"고 밝혔다.

    입장문 낭독하는 블랙리스트 피해 예술인들

     

    피해 예술인들은 "실제 블랙리스트 가해를 했던 당사자들의 사과는 전혀 없었다"면서 "언제까지 대리인의 사과만 받아야 하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박 위원장은 "당사자들도 충분히 사과와 여러가지 죄송스러운 마음을 갖고 있다. 아직 이런 공개 현장에 나와 사과를 하기에 감당하기 힘들다는 얘기를 전해들었다"라며 "공개사과 자리에 사람을 강제로 데리고 나올 순 없었다. 매우 송구하다"라고 답했다.

    박 위원장의 이 같은 해명은 논쟁을 더욱 부추겼다.

    피해 예술인들은 "(피해자들은) 실명을 내걸고 엄청난 용기를 내어 나왔는데 가해 당사자는 공개 사과 자리에 나오지 않고, 문화예술위는 가해자를 보호하고 있다"라며 "부끄럽지도 않나. 피해자들은 또 반쪽짜리 사과문을 듣고 돌아가야 하나"라고 항의했다.

    문화예술위 측은 "지적을 겸허히 수용하겠다"라며 "(당사자의 사과 자리가 마련될 수 있도록) 끝까지 노력하겠다"라고 고개를 숙였다.

    문화예술위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블랙리스트와 관련한 가해자는 총 23명이다.

    이 중 13명이 정직, 감봉 등의 징계를 받았고, 나머지 10명은 퇴직 등의 이유로 징계를 받지 않았다.

    또 '팝업씨어터' 사건과 관련한 가해자 3명 중 1명은 이미 퇴직해 징계를 피했고, 나머지 2명은 각각 정직과 감봉 3개월의 처분을 받았다.

    문화예술위 관계자는 "이번 공개 사과가 끝이 아니라 제도 개선 등 부족한 과정을 해내겠다는 출발점이라고 이해해 달라"면서 "조직 보다는 현장을 향한 문화를 잃지 않도록 과제를 삼아 보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 시각 주요뉴스


    Daum에서 노컷뉴스를 만나보세요!

    오늘의 기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댓글

    투데이 핫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