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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의 기본소득과 보수의 기본소득…정치권 관심↑



대전

    진보의 기본소득과 보수의 기본소득…정치권 관심↑

    (사진=자료사진)

     

    기본소득은 드물게도 진보와 보수 모두가 찬성하는 주제 중 하나다. 양 측은 기존 복지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에 공감한다. 하지만 방향성과 결과에 큰 차이가 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진보 측이 인간다움에 방점을 찍는다면 보수 측은 효율성 측면을 강조한다. 복지제도를 기본소득에 포함해야 한다는 점에서는 양 측 모두 공감하지만, 그 범위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린다. 장애인이나 희귀병 환자 등 사회 취약계층에 대한 복지를 유지해야 한다는 게 진보의 주장이라면 보수는 선별 없이 모든 복지를 기본소득으로 ‘대체’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사회보험이나 사회서비스의 폐지도 포함된다.

    예를 들어 현재의 복지비용이 GDP의 10% 수준이라면 이를 선별 지원할 것이 아니라 국민 수만큼 나눠 모두에게 1/n로 나눠주자는 게 보수의 논리다. 복잡한 복지제도 간소화를 통해 관리 비용을 줄이고 국가 개입도 줄일 수 있다. 뿐 만 아니라 복지제도에 의존하는 사람들도 줄일 수 있다는 주장이다.

    액수에서도 차이가 있다. 보수는 적은 금액을 지급해 노동을 격려(?)해야 한다는 주장인 반면 진보는 노동을 하지 않아도 될 만큼 충분한 금액이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다만, 재원 마련의 한계와 사회적 협의 및 합의 등을 위해 초기에는 적은 금액으로 시작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여기에 진보는 ‘공정한 재분배’를 위한 수단으로서, 기본소득의 의미를 더하고 있다.

    물론 양 측 모두 한계는 있다.

    기본소득과 장애인 등에 대한 기존 복지를 병행해야 한다는 진보의 주장은 재원 확보가 문제다. 성격이 비슷한 복지 제도를 통합한다고 해도 증세 및 새로운 세원 발굴이 불가피하다. 증세와 국가 개입 확대에 대한 국민 설득 작업이 필요한데, 자칫 이념 갈등으로 비화될 소지가 크다.

    (사진=FreeQration)

     

    보수가 강조하는 1/n 방식은 양극화를 오히려 더 심화시킬 수 있다는 맹점이 있다. 실제 지난 2017년 OECD 일자리·소득부문 연구팀이 프랑스와 이탈리아, 영국, 핀란드 등 4개국을 대상으로 시뮬레이션을 실시한 결과 1/n 방식은 오히려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취약계층의 경우 기존보다 복지 혜택이 줄어든 반면, 중산층은 없던 기본소득이 생겨나면서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더 심화됐다.

    바라보는 시각과 한계 등에 따라 진보와 보수 모두 찬성하기도 하지만, 거꾸로 양 측 모두 반대하는 주제이기도 하다.

    따라서 현실화까지는 오랜 논의와 국민적 합의 과정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2015년 스위스의 국민투표 부결에서 이런 상황을 엿볼 수 있다. 압도적인 표차로 도입이 무산됐지만, 유권자 대부분이 기본소득 자체를 반대한 게 아니라 좀 더 많은 논의가 필요하다는데 표를 던진 것으로 해석됐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정치권의 관심이 부쩍 늘어난 건 눈여겨 볼 일이다.

    기본소득은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기도 한데,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 당시 이재명 성남시장을 만나 “기본소득 정신을 잘 살려나가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사진=자료사진)

     

    이 후 경기도지사에 당선된 이재명 지사는 청년기본소득 제도를 이미 도입했고, 박원순 서울시장도 오래 전부터 ‘한국형 기본소득’을 강조해왔다. 이 밖에도 전국의 많은 자치단체에서 지역별 상황에 맞는 기본소득 제도를 도입했거나 도입을 준비 중이다.

    국회에서도 김부겸 의원(전 행정안전부 장관)이 지난 2017년 ‘청년기본소득법안’을 대표 발의한 것을 비롯해 다수의 여야 의원들이 기본소득에 관심을 갖고 각종 토론회 등을 진행하고 있다.

    정의당 당대표로 선출된 심상정 의원은 오래 전부터 4차 산업시대를 대비한 기본소득 도입을 주장해왔으며 노동당은 아예 당명을 ‘기본소득당’으로 바꾸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진보도 보수도, 정치권도 많은 관심을 보이는 기본소득. 포퓰리즘 논쟁부터 이념 갈등까지 많은 논란이 예상되는 ‘화약고’이지만, 4차 산업과 양극화 심화 등 사회 문제를 해결하거나 대비하기 위해 보다 구체적이고 본격적인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일 하고 싶은 의지도, 능력도 있지만 일자리 자체가 없는 시대가 현실화 된다면 우리는 어떻게 인간다움을 유지할 수 있을까. ‘돈이 돈을 버는’ 양극화의 틈새는 더 벌어지겠지만, 지금의 복지 제도만으로 그 틈을 메우기에는 역부족이다.

    일자리 소멸에 대한 심상치 않은 경고가 잇따르면서 최근 들어 기본소득에 대한 관심도 부쩍 많아졌다. 인간다움 뿐 아니라 재분배와 자본주의 체제 유지 방안으로까지 평가받으며 진보와 보수를 넘나드는 지지를 받고 있는 기본소득은 과연 대안일까.

    좋든 싫든, 우리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시대 앞에 서 있다. 대전 CBS는 기본소득이 우리 삶에 미칠 영향과 찬반이 엇갈리는 지점, 재원 확보 방안과 논의의 한계, 정치권의 역할 등 기본소득을 향한 다양한 시선들을 짚어보고 활발한 논의를 위한 화두를 던져본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 왜 기본소득인가
    ② 당신은 '이미' 기본소득을 받고 계십니다
    ③ 세계는 지금 기본소득 실험 중
    ④ 진보의 기본소득 보수의 기본소득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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