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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악화일로 한일갈등, DJ라면 어땠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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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칼럼] 악화일로 한일갈등, DJ라면 어땠을까

    [구성수 칼럼]

    김대중 전 대통령. (사진=자료사진)

     

    "일본에게는 과거를 직시하고 역사를 두렵게 여기는 진정한 용기가 필요하고 한국은 일본의 변화된 모습을 올바르게 평가하면서 미래의 가능성에 대한 희망을 찾을 수 있어야 합니다."

    1998년 10월 일본을 국빈방문했던 김대중 대통령(DJ)이 일본 의회에서 한 연설의 한 대목이다.

    연설은 DJ가 오부치 게이조 일본총리와 정상회담을 통해 '21세기의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 선언'을 함께 발표한 뒤 이뤄졌다.

    이른바 김대중-오부치선언은 1965년 국교정상화 이래 한일간 가장 높은 수준의 협력을 이끌어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선언은 한일관계가 발전되고 분위기가 무르익어서 나온 것이 아니다.

    당시 한일관계는 김영삼 대통령이 1995년 독도문제와 관련해 "일본의 버르장머리를 기어이 고치겠다"고 발언한 이후 완전히 냉각돼 있었다.

    이런 냉각관계를 최고의 협력관계로 바꾼 것은 바로 DJ의 결단이었다.

    국익을 위해 '세계 제2의 경제대국으로 발돋움한 일본'과의 교류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본 것이다.

    그 결단의 배후에는 한일간 '참으로 길고 깊은' 교류협력의 역사에 대한 인식이 깔려 있었다.

    "역사적으로 일본과 한국의 관계가 불행했던 것은 약 4백년 전 일본이 한국을 침략한 7년간과 식민지배 35년간"이라며 "50년도 안되는 불행한 역사 때문에 1,500년에 걸친 교류와 협력의 역사 전체를 무의미하게 만든다는 것은 참으로 어리석은 일"이라는 것이다.

    DJ는 그런 결단 아래 일본대중문화를 한국시장에 개방하겠다고 선언했다.

    국내 여론은 들끓었고 사무라이 영화와 엔카(일본가요)가 판을 치게 될 것이라며 국민적 반대가 극심했지만 DJ는 밀어붙였다.

    이것은 결과적으로 한류가 일본을 거쳐 전 세계시장으로 확산되는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DJ의 결단과 혜안이 높은 평가를 받는 이유이다.

    현재 한일관계는 국교정상화 이후 최악이다.

    한국에 대한 일본의 수출규제조치로 인해 촉발된 한일 갈등은 양국이 강대 강으로 맞서면서 경제전쟁으로 치닫고 있다.

    일본 수출규제조치의 단초가 된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문제와 관련해 일본은 제3국 중재위 구성을 제안하면서 18일까지 답을 달라고 했지만 청와대는 그런 일정에 합의한 바 없다며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한일관계는 악화일로로 가고 있다.

    일본은 한국을 수출과정에서 우대조치를 제공하는 화이트(백색)국가에서 제외하는 수순을 밟겠다고 위협하고 청와대는 그렇게 되면 일본이 더 큰 피해를 당할 것이라고 굽히지 않고 있다.

    갈등을 풀어갈 한일간 외교는 실종상태다.

    얼굴을 맞대고 하는 협상 대신 원거리에서 서로 포사격만 하고 있는 것과 같은 형국이다.

    이런 강대 강의 대치국면에서는 정부 대응이 잘못됐다거나 협상이나 외교로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주장도 쉽지 않다.

    당장 우리 측을 분열시키는 매국노, 토착왜구라는 비판이 몰매처럼 쏟아진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그 피해는 애먼 기업과 국민이 당하게 된다.

    답이 없는 답답한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와 같이 진보진영에 섰던 DJ라면 어땠을까를 떠올려본다.

    물론 DJ정부와 문재인 정부의 여건은 다르다.

    DJ와 문재인 대통령의 상대도 각각 한국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오부치와 극우보수의 길을 걷고 있는 아베총리로 다르다.

    그렇지만 DJ였다면 과거사 문제로 한일관계가 이렇게 악화되도록 방치하지는 않았으리라.

    DJ정부 때 청와대 비서실장을 지낸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은 최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DJ였다면 (사태를) 풀기 위해 국익을 생각하고 용기있는 결단을 내리셨을 것이고 강제징용 문제도 이렇게 악화시키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DJ에게 일본과의 교류협력 강화는 친일이 아니라 결과적으로 일본을 이기는 극일(克日)과 국익을 위한 것이었다.

    DJ가 바랐던 대로 일본대중문화 개방은 극일의 결과를 낳았다.

    최근 한일 갈등이 첨예화하고 있는 가운데서도 방탄소년단(BTS)이 일본의 두 도시에서 21만명이 운집한 가운데 매진공연을 한 것이 단적인 예이다.

    현 국면에서 무엇이 진정 극일과 국익을 위한 길인지 문재인 정부가 곰곰이 되새겨볼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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