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경근 선임연구원이 개발에 성공한 고성능 수직 유기 트랜지스터를 들어보이고 있다. (사진=한국표준과학연구원 제공)
한국표준과학연구원(KRISS)은 수직 구조의 신개념 유기 트랜지스터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고 16일 밝혔다.
웨어러블·플렉서블 기기의 핵심인 유연 소자를 저렴하면서도 고성능으로 제조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유기 트랜지스터는 디스플레이, 센서, 메모리 등을 가볍고 유연하게 만들 수 있는데다 값싸게 대량 생산까지 가능해 차세대 반도체 소자로 주목받는다.
하지만 상용화 수준에 도달하기까지는 아직 걸림돌이 있다. 트랜지스터의 전극이 수평으로 배열돼 소자 면적이 넓어져 구동 전압과 반응시간이 클 뿐만 아니라 구조적인 문제로 전극에 기생하는 정전용량이 높아 성능이 제한돼왔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전극과 유기 반도체를 수직으로 쌓아 배열했다. 전자의 흐름을 수직으로 조절하면 이동 거리가 수백 배 짧아져 구동 속도가 급격히 빨라진다.
이러한 수직구조에서 핵심은 반도체층 내부에 있는 투과 전극의 성능이다.
연구팀은 기존보다 누설전류를 1만 배 이상 감소시키는 투과 전극을 제작하는 데 성공했다.
투과 전극은 소자가 켜진 상태에선 전자를 아주 빠르게 투과하고 꺼진 상태에서는 누설전류 없이 전하이동을 차단해야 하지만, 기존의 열 성장 등의 방법으로 제작된 투과 전극은 미세 나노구조를 제어할 수 없어 성능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번 기술은 투과 전극을 통과하는 전자 흐름을 효과적으로 제어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비싸고 복잡한 공정 없이 아노다이징 전압의 세기 조절만으로 투과 전극을 안정적으로 제작할 수 있어 산업 응용성이 크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임경근 선임연구원은 "이번 기술로 유기 트랜지스터의 성능이 향상돼 다양한 곳에 응용될 것"이라며 "폴더블폰, 웨어러블 컴퓨터 등의 제조 비용도 절감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연구재단 지원을 받아 이뤄진 이번 연구 결과는 소재 분야 국제 학술지 '어드밴스드 머티리얼스'(Advanced Materials)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