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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여성 폭행, 언어소통 부재 이유 안돼"



제주

    "베트남 여성 폭행, 언어소통 부재 이유 안돼"

    <소통공감 양성평등이야기> 고명희 제주여성인권상담소 시설협의회장
    - 이주여성에 대한 가정폭력, 심각한 사회문제
    - 언어소통이 안된다는 게 폭행 이유돼선 안돼
    - 체류권 의존문제 심각
    - 사회구성원의 인식변화 필요

    ■ 방송 : CBS 라디오 <시사매거진 제주=""> FM 제주시 93.3MHz, 서귀포 90.9MHz (17:05∼18:00)
    ■ 방송일시 : 2019년 7월 9일(화) 오후 5시 35분
    ■ 진행자 : 류도성 아나운서
    ■ 대담자 : 제주여성인권상담소시설협의회 고명희회장

    이번에는 소통공감 양성평등 이야기 시간인데요. 오늘은 제주여성인권상담소 시설협의회 고명희 회장 만나봅니다.

    제주여성인권상담소시설협의회 고명희 회장.

     


    ◇류도성> 오늘은 어떤 내용의 주제로 얘기 나눠볼까요?

    ◆고명희> 최근 베트남 등 이주여성 특히 결혼 이주여성들에 대한 폭력이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지난 5일, 둘살배기 아이가 무서움에 떨며 울음을 터뜨리는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세시간이나 아내에게 폭력을 휘두르면서 여성의 갈비뼈가 부러지는 등 이주여성에 대한 심각한 가정폭력이 발생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이주여성의 인권에 대한 이야기를 준비했습니다.

    ◇류도성> 지난 주말부터 연일 언론을 통해 이 사건이 다뤄지고 있습니다. 어제 남편이 구속됐습니다만 영장실질심사 후 기자들에게 한국말을 잘 못알아들어서 그런게 쌓여서 폭행을 했다는 남편의 말이 오히려 공분을 사고 있습니다.

    ◆고명희> 남편이 그런 말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우리 사회가 언어 소통이 안 된다는 것은 폭행의 사유가 된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을 반증하고 있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소위 다문화 가정에서의 이러한 폭력의 사유는 10년 전에도 20년 전에도 가정폭력 가해 남편이나 그들의 가족들이 버릇처럼 하던 말이었습니다.

    한국문화를 이해하지 못해서 언어가 달라서 소통이 되지 않고, 심지어 조선족 중국인 아내를, 며느리를 데려 왔더니 밥상에서 수저를 잘못 놓았다고, 말을 알아들으면서 못 알아듣는 척 한다며 때리는 것이 한국예절을 가르친다는 이유로 허용하는 문화가 오늘에까지 이르렀습니다.

    여전히 말을 못 알아듣는다는 것이 폭행의 이유가 정당화 될 것이라는 가해자의 기대를 반영하는 것이겠죠

    언어를 안다는 것과 그 말의 뜻을 이해한다는 것은 매우 다르다는 것을 우리는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말귀를 알아듣는다는 건 그 말의 뜻을 이해한다는 것이지 단어를 알고 있다는 것이 아니니까요.

    상대 이야기의 맥락을 이해한다는 건 한국 사람끼리의 대화에서도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각자의 경험과 사회문화적 배경이 다른 사람끼리 대화한다는 것만큼 어려운 일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설령 같은 언어를 구사한다고 하더라도 말이죠.

    그래서 개인적으로 동의하지는 않지만 사회적으로는 남성과 여성의 언어가 다르다고 할 만큼 우리 사회의 언어적 정서는 상당히 다른 구조를 갖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가해 남편이 ‘도주의 우려’가 있다고 구속이 되었고, 아내에 대한 폭행 뿐만 아니라 두 살배기 아들에 대한 정서적 학대 혐의도 적용하는 등 적극적 판단을 내리고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류도성> 이번 사건은 SNS 등을 통해 빠르게 전파되면서 우리나라만이 아니라 베트남 국민들 사이에서도 상당히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데요. 이번 사건처럼 알려지지 않았을 뿐 결혼 이주 여성들의 폭력 피해 사례가 좀 더 있을 듯 합니다.

    ◆고명희> 이번 사건은 남편의 폭력을 직감한 피해여성이 동영상을 촬영함으로써 드러나게 되었지만, 사실 많은 결혼 이주여성들이 가정폭력으로 사망에 이르기까지 합니다.

    2018년 12월 19일 경남 양산에서 필리핀 이주여성이 남편에게 살해 당했습니다. 아내를 살해한 후 자해를 시도했지만 남편의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였습니다.

    사망한 여성의 경우는 결혼 7년동안 친정을 방문한 적도 다문화가족지원센터를 방문한 기록조차 없다고 합니다.

    철저히 남편에 의해 통제되고 주변으로부터 고립되었다고 의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 않은가 싶습니다.

    이런 경우 자신의 피해를 주변에 알리지도, 알리는 방법조차 그리고 도움 받을 수 있는 방법을 알 길이 없었을 거라 생각합니다.

    제주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있었습니다. 2014년 모텔에서 살해당한 20대 베트남 출신의 이주여성이 있었습니다.

    2012년 4월 한국인 남성과 결혼해 제주도로 왔지만 11월 불임 등의 이유로 이혼을 당했습니다.

    이후 모텔에 함께 투숙한 남성에 의해 목 졸려 살해당한 사건이었습니다.

    결혼 이주 여성들이 겪는 폭력 피해는 가정폭력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성폭력 피해를 시아버지나 남편의 형제로부터 겪는 사례들이 있기도 하고요.

    지난 2017년 제주에서도 언니의 결혼을 도와주러 왔던 여동생이 형부로부터 결혼식 전날 성폭력 피해를 경험한 사례도 있었습니다.

    1심에서는 적극적으로 저항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무죄선고가 됐는데요. 이에 대해 제주 지역을 포함한 전국의 시민사회가 함께 공동대책위를 꾸렸고 항소심에서 형부와 처제라는 친족관계 그리고 결혼 이주여성의 가족이라는 특수성을 반영한 판결을 요구했고 항소심에서 성폭력이 인정 돼 7년형 실형을 선고했습니다.

    ◇류도성> 말씀을 들어보니 이주 여성들에 대한 가정폭력만이 아니라 성폭력 등 상당히 심각한 사회문제라 생각됩니다. 이주여성들의 폭력 피해에 대해 실태 조사가 이뤄진 적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고명희> 국가인권위원회에서 2017년 결혼이주여성 920명을 대상으로 가정폭력 경험에 대해 조사한 적은 있습니다만, 이주여성들의 폭력 피해 전반에 대한 실태조사는 2010년 한번 이루어지고 지금까지 실질적인 실태조사는 없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국가인권위에서 진행된 조사 결과를 중심으로 살펴보면, 응답자 중 81.1%는 심한 욕설 등 언어적 학대를 당했고 한국식 생활방식 강요가 있었다는 응답이 41.3%였습니다. 폭력위협은 38%, 생활비 미지급 33.3%, 부모나 모국 모욕이 26.4%였습니다.

    ◇류도성> 이번 사건을 대하면서 많은 분들이 왜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지 않는가에 대해 궁금해합니다. 폭력에 노출된 여성들이 외부기관에 도움을 요청하지 못하는 이유는 뭘까요?

    ◆고명희>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건 체류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헌법 제 6조 2항에서 외국인의 기본권을 인정하고 있음에도 결혼이주여성들이 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이는 이유는 외국인 체류권이 배우자에게 종속돼 있기 때문입니다.

    즉 국적취득과정에서 남편의 동의가 없으면 국적 취득이 어려워지는 제도적 한계가 특히 결혼 이주여성들이 폭력 피해에 노출되어 있음에도 도움을 요청하지 못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현행법에서는 결혼이민한 지 1년째 비자연장을 하거나 2년째 영주권 신청을 하려면 한국인 남편의 신원보증이 필요합니다.

    국제결혼의 대부분이 중개업체를 통해 이루어져 혼인 파탄 등의 문제가 생길 경우 남편이 아내를 추방할 수 있는 권력을 가지고 있는 것이죠.

    이에 대해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가 시정권고를 내리기도 했습니만 아직까지 변화는 없습니다.

    ◇류도성> 그렇다면 이주여성에 대해 가장 시급한 정책이 체류권과 관련된 문제겠네요. 그래야 폭력에 노출된 여성들이 자신의 피해를 주변에 알리고 도움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고명희> 최근 발생하고 있는 이주여성들의 폭력 피해와 살해당하는 이주여성들의 문제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면서 정부차원에서도 이주여성에 대한 대책마련을 서두르고 있다고 보여집니다.

    이주여성들의 폭력 피해 문제를 상담하고 전문적으로 지원해 줄 수 있는 폭력피해 이주여성상담소 등의 지원 정책들이 실행되고 있긴 합니다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체류권 의존 문제가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미국의 경우 가정폭력을 당한 이주여성을 보호할 수 있는 자기청구권제도를 통해 배우자에게 학대당하는 이주여성에 대해 가해 배우자의 도움 없이 영구 영주권을 취득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제도가 시행되고 있습니다.

    우리도 빠르게 이와 같은 제도의 도입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류도성> 정책과 더불어 우리 사회의 인식도 변화해야지 않을까 싶습니다.

    ◆고명희> 정책이 실행되더라도 그 사회의 구성원들의 인식이 변화가 없다면 사회는 더디게 변할 것입니다.

    체류권 문제는 정책적으로 제도적으로 바뀌어야 할 문제지만 궁극적으로는 여성에 대한 차별과 인종 차별이 해소되어야 인권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결혼 이주여성에 대한 차별과 폭력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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