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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이 만난 빈곤 현실, 우리는 왜 가난을 외면할까"



인권/복지

    "청년이 만난 빈곤 현실, 우리는 왜 가난을 외면할까"

    대학생들, 전지구적인 빈곤 문제에 관심 아주 많아
    유치원부터 시작된 경쟁, 스스로의 빈곤 역시 고민
    정작 우리 사회, 주변의 이웃 문제에 대한 관심 적어
    학생들이 현장 느낄 수 있도록, 인터뷰 과제 부여
    행당동 재개발, 용산참사, 장애인 야학 등등 살펴봐
    눈앞에 보이지 않는 빈곤문제, 자연스레 외면하게 돼
    빈곤은 누적된 경험이지만 언론에선 단편적으로 다뤄져
    모두가 자기 목소리 낼 수 있는 기회와 역할 필요해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방 송 : FM 98. 1 (19:05~19:50)
    ■ 방송일 : 2019년 6월 28일 (금요일)
    ■ 진 행 : 정관용 (국민대 특임교수)
    ■ 출 연 : 조문영 (연세대 교수), 이지윤 (연세대 학생)

     


    ◇ 정관용> 우리 사회의 양극화, 빈곤 문제 정말 가장 큰 숙제입니다. 최근에 우리는 가난을 어떻게 외면해 왔는가라고 하는 주목되는 책이 한 권 나왔어요. 이 책을 만들어내신 분들을 오늘 스튜디오에 초대했습니다. 연세대학교 문화인류학과의 조문영 교수 그리고 연세대학교 국제대학교 학생입니다. 이지윤 씨. 두 분을 오늘 스튜디오에 초대했어요. 어서 오십시오.

    ◆ 조문영> 안녕하세요.

    ◆ 이지윤> 안녕하세요.

    ◇ 정관용> 조문영 교수께서 빈곤의 인류학이라는 강좌를 개설하셨다고요?

    ◆ 조문영> 네.

    ◇ 정관용> 과목 개설하려면 목적, 취지 이런 거 쓰시잖아요. 뭐라고 쓰셨어요?

    ◆ 조문영> 제가 처음에 썼을 때는 이 자본주의 정치, 경제의 변화 과정에서 빈곤의 양상 그리고 개입 저항의 흐름들이 어떤 식으로 변화왔는가라는 것을 함께 책도 읽어보고 고민해 보는 시간을 갖겠다. 그렇게 썼습니다.

    ◇ 정관용> 그랬더니 학생들이 많이 왔어요?

    ◆ 조문영> 저는 안 올줄 알았어요. (웃음)

    ◇ 정관용> 언제 처음 개설하신 과목이에요?

    ◆ 조문영> 제 기억으로는 2012년? 그 정도로 생각을 했는데요.

    ◇ 정관용> 오래 되셨네요.

    ◆ 조문영> 네, 그렇습니다. 그런데 제가 연세대학교에 2011년에 왔는데 당시 학생들이 제 연구 주제를 낯설어 했습니다. 제가 주로 연구해 왔던 게 한국과 중국에서 빈곤, 그리고 노동, 복지, 철거 이런 문제들이었는데 대부분 많은 학생들이 자신의 장래에 대해서 굉장히 불안해하고 있었고 고시든 취업이든 아주 바쁩니다. 준비하느라고. 그리고 어떤 대안이라는 걸 생각하는 과정에서도 내가 어떻게 다르게 살 것인가 이런 걸 고민했기 때문에 이런 주제에 관심을 가질까 하는 걱정이 있었습니다.

    ◇ 정관용> 그러니까 2012년에 처음 개설하면서 그런 걱정을 했는데 학생들이 많이 왔어요?

    ◆ 조문영> 네, 많이 왔어요.

    ◇ 정관용> 그리고 매 학기 계속 이어지고 있어요?

    ◆ 조문영> 매 학기는 아니고요. 1년 아니면 2년에 한 번 정도 그렇게 개설하고 있습니다.

    ◇ 정관용> 그런데 학생들이 많이 오더라?

    ◆ 조문영> 네, 꽤 많이 오더라고요.

    ◇ 정관용> 우리 이지윤 학생도 수강신청해서 들은 거죠?

    ◆ 이지윤> 네, 수강신청이 쉽지 않은 과목이었어요.

    ◇ 정관용> 인기가 많아서?

    ◆ 이지윤> 인기가 많은 게, 사실 빈곤이라는 주제를 학생들이 공부하려고 수업을 수강하는 경우가 그렇게 많지는 않았을 것 같아요. 선생님이 말씀하신 대로. 그런데 선생님이 정말 강의가 너무 많이 배워가는 걸로 유명하거든요. 그래서 선생님의 강의가 최근에는 빈곤의 인류학이라는 수업이 자주 열리지는 않았어요. 제가 입학한 이후에는. 주로 연구하시는 세계화나 아니면 중국 관련된 강의가 열렸었는데 세계화나 중국이라는 소재에 관심을 가진 학생들이 소재를 보고 수업을 들었다가 선생님의 팬이 돼 가지고 문화인류학을 공부 해야겠다 마음먹은 학생들이 꽤 많았거든요. 그런 식으로 소문이 나다보니까 이번 학기에는 빈곤의 인류학이 진짜 오랜만에 열렸다. 한 번 가서 들어보자 이런 식으로 경쟁이 치열했던 것 같습니다.

    ◇ 정관용> 그러니까 솔직히 말해서 이 빈곤 문제에 관심 있어서 신청한 학생들은 아니다, 그거예요?

    ◆ 이지윤> 저는 그랬을 것 같아요. 빈곤에 대해서 공부를 하고자 했던 것보다는 조문영 선생님께 빈곤을 배워보자는 취지가 더 컸을 것 같아요.

    ◇ 정관용> 그리고 우리 조 교수께서는 이 수강신청 한 학생들을 조를 짜서 직접 빈곤 문제 현장에서 활동한 활동가들을 인터뷰하게 만드셨다고요?

    ◆ 조문영> 네.

    ◇ 정관용> 그 이유는요?

    ◆ 조문영> 처음에 개설했을 때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처음에 개설했을 때는 그냥 강연과 토론 위주로 수업을 구성했는데 학생들이 관심 있어 하는 빈곤이 두 종류로 축약이 되더라고요. 그래서 첫 번째 빈곤은 글로벌 빈곤이라고 해야 될까요? 그래서 많은 학생들이 예전에 한비야에 감동을 받아서 오고.

    ◇ 정관용> 오지탐험가.

    ◆ 조문영> 네, 최근에는 반기문처럼 되고 싶어 하는 학생들이 많고, 그래서 남반구의 여러 나라들에 실제로 자원 활동가로 많이 다녀오기도 했고요. 그래서 이런 친구들이 나중에 또 일하는 거고. 그래서 글로벌 빈곤에 대해서 아주 관심이 아주 많았어요.

    ◇ 정관용> 우리나라가 아니라 가난한 다른 나라들.

    ◆ 조문영> 그다음에 또 하나의 빈곤은 자기 자신의 빈곤이었습니다.

    ◇ 정관용> 그렇죠.

    ◆ 조문영> 그러니까 너무 경쟁적인 사회에서 살다보니까는 대학에 와가지고 피곤한 거예요. 너무 피곤한데 유치원 때부터 지금까지 아주 달려왔는데 이게 스톱 사인이 없는 러닝머신 위에서 뛰는 것처럼 그런데 대학에 오니까 이렇게 어떻게 보면 엘리트 대학이잖아요. 그런데 이제부터 시작이다. 이제부터 경쟁을 해야 한다고 하니까 우울증을 호소하는 학생들도 상당히 많았어요.

    ◇ 정관용> 내가 제대로 안 하면 취업도 못하고

    ◆ 조문영> 맞아요.

    ◇ 정관용> 빈곤층으로 갈지도 몰라 이런 두려움.

    ◆ 조문영> 네, 그러다 보니까 자기 자신이 제일 비참하다고 생각하는 친구들이 많은 거죠.

    ◇ 정관용> 자기자신이 비참하다. 내지는 저 먼 나라, 가난한 나라 빈곤에 관심이 있다. 우리 이웃의 빈곤에 관심이 없군요?

    ◆ 조문영> 그러다 보니까 조금 놀란 게 예를 들면 용산 참사에 대해서 잘 들어보지 못했다거나 아니면 시사상식으로만 배웠던, 짤막하게 그런 학생들이 꽤 있어서 우리가 예전에 오랫동안 얘기해 왔던 복지수급자의 문제, 홈리스의 문제, 철거에 대한 문제 이런 부분에 대해서 학생들이 거의 접해 본 적이 없구나, 라는 문제를 제가 깨닫고 작년 2학기에 처음으로 그 반빈곤 활동가와 인터뷰 프로젝트를 마련을 하게 됐습니다.

    ◇ 정관용> 현장에 가봐라, 우리나라 구석구석 이런 데들이 있다. 그 얘기군요. 용산참사가 벌써 10년 됐으니까.

    ◆ 조문영> 그렇습니다.

    2011년 17일 오전 '용산참사 2주기 범국민 추모주간 선포' 기자회견 (사진=한재호기자)

     


    ◇ 정관용> 지금 대학에 들어온 학생들이 10년 전이면 초등학교 때.

    ◆ 조문영> 초등학생, 중학생 정도죠.

    ◇ 정관용> 그렇죠? 이지윤 학생은 누구를 인터뷰했습니까?

    ◆ 이지윤> 저는 이영호 이사장님을 인터뷰했고 이사장님이 현재 농골신협이라는 신협이라는 신용협동조합의 이사장님으로 계세요.

    ◇ 정관용> 농골신협? 농골이 어디예요?

    ◆ 이지윤> 행당동의 옛날이름이거든요.

    ◇ 정관용> 서울시 행당동.

    ◆ 이지윤> 네, 금호에 계신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 정관용> 그런데 거기에 저소득층을 위한 신용협동조합을 만들어서 활동하고 있는.

    ◆ 이지윤> 그런데 이영호 이사장님 같은 경우에는 행당동에 원래 재개발이 이전 행당동. 지금 금호를 가면 아파트뿐이거든요. 그 이전에는 달동네가 있었다고 해요. 거기에 사시던 분이었고 재개발하면서 갑자기 철거민이 되신 거예요. 처음에는 그냥 어, 나가라니까 나가야겠네 이런 식이어서 본인도 별 생각 없이 이사를 가야겠다, 어디로 가지가 제일 큰 고민이었는데 당시 있던 공부방이라든지 근처 같이 살던 이웃 주민들이 주거권이라는 개념을 이영호 선생님께 알려드렸다고 해요. 우리가 이렇게 밀려날 수 없다, 쫓겨날 수 없다. 그래서 그때부터 철거민 투쟁을 하셨고요. 처음으로 가이주단지라는 개념을 만든 성과. 그 성과가 처음으로 생긴 곳이 행당동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 정관용> 이 경우는 재개발철거민 사례고 또 어떤 분들이 인터뷰의 대상이 됐나요, 교수님?

    ◆ 조문영> 그래서 저희가 용산참사가 일어나고 그 대책위원장을 맡으셨던 이원호 씨를 인터뷰를 했습니다.

    ◇ 정관용> 용산참사. 또.

    ◆ 조문영> 그다음에 한국의 행당 지역 외에도 다양한 지역운동이 있었는데 특히 서울 신림동에 난곡지역에서 활동하셨던 분들.

    ◇ 정관용> 전부 재개발 철거민 이쪽이네요.

    ◆ 조문영> 네, 그분들이 많았고 또 홈리스 행동이라고, 홈리스의 권리를 위해서 싸우고 계신 분들 인터뷰를 했었고요. 그다음에 또 두 분은 노점상, 그리고 최근에 젠트리피케이션으로 계속해서 쫓겨나고 있는 상인들의 입장을 또 대변하고 있는, 맘상모라고 합니다. 맘편히 장사하고 싶은 상인들의 모임, 거기 활동하는 분도 이야기 했었고. 노들장애인야학도 계시고..

    ◇ 정관용> 저희 프로그램에 다 인터뷰한 분들이네요.

    ◆ 조문영> 그럴 것 같습니다. 빈곤사회연대도 하셨을 것 같아요. 그렇죠.

    ◇ 정관용> 그런 활동가들. 10명 정도를 학생들이 조를 짜서 인터뷰하고 그 내용을 정리해서 책을 펴내신 거군요. 제목이 우리는 가난을 어떻게 외면해 왔는가. 제목은 누가 붙였습니까?

    ◆ 조문영> 제목은 결국 출판사에서 붙였습니다. 저는 계속 고수했던 제목이 ‘청년, 빈곤을 인터뷰하다’라는, 제 프로젝트 이름이었습니다.

    ◇ 정관용> 교수님답군요. (웃음)

    ◆ 조문영> (웃음) 그렇습니다.

    ◇ 정관용> 그래서 청년이 빈곤 인터뷰 했더니 그 결과가 우리는 모두 외면하고 있었다 이건가요?

    ◆ 조문영> 우리가 얘기를 하다 보니까 정말 너무 몰랐구나라는 얘기를 제가 학생들한테서 아주 많이 들었습니다.

    ◇ 정관용> 그렇죠. 이지윤 학생도 진짜 몰랐죠?

    ◆ 이지윤> 네, 저는 용산참사를 예시로 들면 당시에 제가 중학생이었거든요. 그런데 중학교 다닐 때 국어시간에 사설 스크랩하는 숙제가 있었어요. 그래서 사설 스크랩을 하는데 당시에는 신문 전체적으로 용산참사 얘기가 엄청나게 많았잖아요. 그런데 어떤 신문들의 논조가 제가 이해하기에는 좀 이상한 거예요. 그거에 의문을 가졌지만 제 주변에 뭐 부모님이라든지 선생님이라든지 같이 얘기할 사람이 없었던 거죠.

    ◇ 정관용> 그렇죠.

    ◆ 이지윤> 그런 식으로 저도 얘기할 사람도 없고 어른들도 주변에서 얘기를 안 하다 보니까 이상한데라는 의문만 품다가 이제 희미해져갔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외면하게 된 거죠.

    ◇ 정관용> 용산참사뿐만 아니라 재개발 철거민들 또 홈리스.

    ◆ 이지윤> 적어도 제 시야 앞에 보이는 일들이 아니었다 보니까 외면하게 된 거라고 말씀드릴 수 있죠.

    도서 <우리는 가난을="" 어떻게="" 외면해왔는가=""> (사진=21세기북스 제공)

     


    ◇ 정관용> 직접 인터뷰하고 친구들이 인터뷰한 결과를 같이 토론하고 이야기 나눠보고 하니까 빈곤이 뭐던가요?

    ◆ 이지윤> 저는 제 눈앞에 보이지 않았다고 말씀을 드렸잖아요. 제 친구들 눈 앞에도 보이지 않았고 제가 있는 작은 사회, 그 사람들 누구의 눈앞에도 보이지 않았어요. 그런 걸로 미뤄봤을 때 가난이나 빈곤은 결국에는 사회적으로 단절되는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분명 우리 사회 구성원이고 저희가 다 같이 살아가는 사회잖아요. 그런데도 보이지가 않는 거예요. 보이지가 않으니까 연결될 수 없는 사람들이고 그러니까 저기에 사람이 있네, 있으니까 인사를 하는 거잖아요. 그런데 저기에 사람이 있다는 걸 모르면 인사도 할 수 없는 거고 대화를 한다든지 그런 일절 사회를 만들어나가는 과정이 전혀 생길 수 없는 거죠. 그래서 시작될 수도 없었던 것 같아요. 그런 관심들이.

    ◇ 정관용> 죄송하지만 우리 조문영 교수님께서는 대학을 몇 년대쯤에 다니셨습니까?

    ◆ 조문영> 저는 94년도에 대학에 들어갔습니다.

    ◇ 정관용> 94년도? 그 시점쯤 해도 대학 사회에서는 우리 사회 가난한 자들, 빈곤 문제, 양극화 이런 관심도 있고 토론도 하고 그러지 않았나요?

    ◆ 조문영> 상당히 많았죠.

    ◇ 정관용> 그렇죠? 90년대 중반까지도.

    ◆ 조문영> 제가 94년도에 들어가서 이제 학교 주변에 있었던 당시 관악구 봉천동 지역에서 공부방 교사를 한 3년 동안 했었어요. 그래서 빈활이라고 얘기하죠. 빈민 지역에 들어가서 활동을 하고 그런데 지금도 남아 있습니다. 지금도 남아 있는데 아주 소수가 된 거죠, 그 학생들이. 그래서 당시 제가 염두에 뒀던 빈곤이라는 것은 항상 어떤 집단적인 그림이 그려졌거든요. 달동네다, 어떤 재개발지역이다. 그런데 최근에는 아마 그 많이 보셨겠지만 빈곤을 다루는 영화들이 다 개별 가족이라든가 아니면 개별자, 최근에 나온 <박화영>이다 아니면 <똥파리>다 아주 사회적으로 고립되고 아니면 폭력적인 그런 현상으로밖에 드러나지 않는 거죠.

    ◇ 정관용> 몇 년 전 <카트>와 같은 영화. 그건 집단적인 노동자, 비정규직 문제 같은 걸 정면으로 다루기도 하잖아요. 또 용산참사 다룬 영화도 있고. 하지만 또 개별화된 빈곤 문제를 다루는 영화들도 요즘은 더 많아지고 있고.

    ◆ 조문영> 더 많아지고 있죠.

    ◇ 정관용> 그러니까 제가 죄송하지만 대학 다니던 시점을 여쭤본 게 지금 2019년 오늘날 대학의 학생들은 완전히 다른가요?

    ◆ 조문영> 저는 완전히 다르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자기 같이 짓눌린, 자기 앞에 놓인 그 무게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가 됐다라고 저는 생각이 되고요.

    ◇ 정관용> 내 문제가 급하니 다른 데 눈 돌릴 틈이 없다?

    ◆ 조문영> 네, 그런데 한편에서는 글로벌 빈곤이든 아니면 나의 실존의 빈곤, 어떤 관계 빈곤이든 간에 이 부분도 저는 상당히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왜냐하면 과거 한국사회가 한편에서는 잊고 있었던 빈곤이라고 저는 생각이 돼요. 그런데 문제는 이런 빈곤 속에서 우리가 우리 앞에 보이지 않는 사람들이 너무나도 많아졌다는 거죠. 지금 지윤 학생이 얘기하는 것처럼.

    ◇ 정관용> 그러니까요.

    ◆ 조문영> 그리고 또 청년의 빈곤이라고 얘기하지만 결국에는 청년 대학생의 빈곤이거든요. 그래서 이제 문화자본, 경제자본, 어떤 학력자본을 갖고 있지 못한 동시대의 청년들이 과연 어떻게 살아가는가에 대해서도 우리는 굉장히 캄캄해진 상태라고 저는 생각을 합니다.

    ◇ 정관용> 같은 대학생임에도 불구하고.

    ◆ 조문영> 아니면 대학을 아예 들어가지 못한.

    ◇ 정관용> 그렇죠. 이지윤 학생 같은 경우에는 조금 아까 빈곤 같은 문제를 빈곤이 뭡니까 그랬더니 사회적 단절이라고 그랬어요. 이런 과목이나 이런 인터뷰 책 만드는 과정, 토론을 통해서 조금 눈에 들어왔잖아요. 눈에 들어오니까 어떤 변화가 생기던가요? 본인이.

    ◆ 이지윤> 일단 선생님이 공부방 활동을 실제로 하셨다고 말씀하셨잖아요. 저도 이영호 선생님 공부를 해야지 선생님하고 인터뷰를 하면서 이해를 하니까 하잖아요.

    ◇ 정관용> 신협 활동하시는 분.

    ◆ 이지윤> 그런데 이제 대학생들이 공부방 활동을 했었다는 자체를 저희 캠퍼스 안에 그 누구도 알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 정관용> 그랬겠죠?

    ◆ 이지윤> 그래서 저도 조문영 선생님과 비슷한 생각을 하게 됐던 것 같아요. 우리가 왜 이렇게까지 우리의 앞날만 걱정을 하게 되는 건지. 그러니까 스펙을 쌓고 학생, 그러니까 캠퍼스 안에 학생 사회 자체가 엄청 옅어진 것 같거든요. 더 이상 이제 학생사회의 사람들이 학생들이 참여를 하지 않는 거예요. 왜냐하면 그 시간에 나의 고민을 해결해야 하는 거니까요. 그런 식의. 문제의식도 갖게 되고 그러니까 그 너머의 고민을 해야 되는 생각이 들어요.

    ◇ 정관용> 그 고민을 얘기해 보세요, 왜 내 스펙만 고민하는 인간이 되었지라는 문제의식을 가졌어요. 그다음에는?

    ◆ 이지윤> 그다음에는 아무래도 앞으로 그러면 나는 어떻게 살아야지 이 캠퍼스에, 작게 말해서 캠퍼스 크게 말하면 우리 사회의 모습이 달라질까를 고민하는 걸로 나아간 것 같은데요. 되게 너무 큰 고민이죠.

    ◇ 정관용> 교수님, 과목 개설의 효과가 나오고 있는 겁니까?

    ◆ 조문영> 너무 다들 고민에 빠뜨린 것 같아서 도리어 미안하기도 합니다.

    ◆ 이지윤> 1년 전에 수업을 들은 거잖아요. 가을이었으니까 이제 딱 반년이 되어 가는데 그 반년 동안 좀 더 부지런하게 살았던 것 같아요. 그러니까 더 막 스펙을 쌓는 식의 부지런함이라기보다는 여태껏 제가 외면해 왔던, 우리 사회의 큰 부분이 있는 거잖아요. 그거에 대해서 아직도 잘 모르니까 공부를 열심히 했던 것 같습니다.

    ◇ 정관용> 단도직입적으로 그 현장에 우리가 그동안 눈 감아왔던 그 가난한 사람들. 그분들 탓입니까? 사회 탓입니까?

    ◆ 이지윤> 저는, 음.. 어떻게 말씀을 드려야 될까요? 그분들의 탓은 아니라고 생각을 하고요. 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고방식이 문제라고 생각을 해요. 왜 그냥 내 일이 아닌데 왜 참견하냐. 혹은 그냥 너 할 일 잘해. 이런 식의 사고방식이 되게 많이 퍼져 있는 것 같아요.

    ◇ 정관용> 그렇죠.

    시사자키 방송 출연중인 이지윤씨(왼쪽)와 조문영 교수(오른쪽) (사진=시사자키 유튜브 캡쳐)

     


    ◆ 이지윤> 그 사고방식이 가장 큰 문제인데 그럼 그 사고방식을 누가 만들었느냐. 질문을 하면 사실 아무도 쉽게 답할 수 없는 거잖아요. 그런 각자도생, 내 밥그릇은 내가 알아서 챙긴다 이런 사고방식이 가장 큰 문제라는 생각이 듭니다.

    ◇ 정관용> 우리 조문영 교수 한국, 중국 등등의 빈곤, 노동, 철거 문제 등등을 쭉 연구해 오시다보면 가난의 문제, 빈곤의 문제는 사회 구조의 문제 아닙니까?

    ◆ 조문영> 그렇죠.

    ◇ 정관용> 그걸 기본 전제로 사회를 연구하시는 건데 학생들한테 전달하기가 어렵군요?

    ◆ 조문영> 어렵죠, 어렵고 이게 또 우리가 많은 학생들이 계속 노오력하면서 살지 않습니까? 노력이 아니라 그냥 노오력하지 않습니까? 그래서 문제는 그런데 언론에서 보이는 복지수급자의 문제다 아니면 홈리스의 문제다. 이 사람들이 그런 상태에 놓인 과정을 보여주지는 않죠. 항상 스냅샷으로 아, 이 사람들이 이번에 복지급여를 갖다가 이런 식으로 착복했다더라. 이런 식으로 사건사고로 보여주지 않습니까?

    그런데 제가 그동안 오랫동안 빈곤 연구를 해오면서 그리고 제가 중국에서든 아니면 한국에서든 만나왔던 수많은 사람들에게 있어서 빈곤이라는 것은 아주 오랜 시간 누적되어 온 경험이라고 생각이 됩니다. 그래서 어떤 물질적인 빈곤과 정서적인 소외와 그다음에 계속해서 반복되는 좌절이라는 것이 사람들의 몸에 그리고 그들이 타인과 맺는 관계에 어떤 방식으로 체화돼서 드러나는가, 그래서 그런 부분들이 저는 개인적으로 굉장히 가슴 아픈데 항상 우리가 그 언론 상에서 볼 수 있는 부분들은 그냥 아주 단편적인 모습인 거죠.

    ◇ 정관용> 그렇죠. 어느 사회나 지구 사회에 존재하는 모든 국가의 빈곤 문제는 다 있습니다. 그렇죠? 그러나 그 빈곤 문제를 구조의 문제로 인식하는 사회적 연대의 힘이 나라마다 다르죠. 연대의 힘이 강한 나라를 우리는 선진복지국가라고 부르죠. 우리가 그렇게 가야 하는 거 아닐까요?

    ◆ 조문영> 가야죠, 당연히.

    ◆ 이지윤> 제가 한 번 비유를 생각해 봤는데 왜 유튜브에서 화질설정을 할 수 있잖아요. 저화질로 어떤 영상을 아주 큰 화면에 쏘면 안 보이니까 일단 영상의 내용이 희뿌옇게 보이니까 내가 뭐를 봤다는 감상이나 평가나 개선 방안, 피드백 이런 걸 전혀 할 수가 없잖아요. 그런데 그게 저희 지금 눈앞에 보이는 시야인 것 같아요. 뭔가 사회가 잘못됐고 뭔가 구조적인 문제가 있는 것 같은데 구체적으로 그 문제가 어디서 왜 왔는지를 설명을 못하는 거예요. 그래서 학생들이 해야 되는 일은 일단 그 해상도를 높이는 일. 일단은 제대로 뭔가가 보여야지 제대로 뭔가를 알기 위해서 했던 과정이 저희 책에 담긴 것 같고요.

    ◇ 정관용> 외면해 왔다는 자각으로부터 이제 조금 더 나갑시다. 그 현실의 문제 또 구조와 역사를 압시다. 라는

    ◆ 이지윤> 좀 더 끈질하게 추적을 해보자, 따라가보자.

    ◇ 정관용> 앞으로 조문영 교수 과목은 계속 들어야겠는데요.

    ◆ 조문영> 졸업을 해야 해요. (웃음)

    ◇ 정관용> 졸업해요?

    ◆ 이지윤> 저는 주변에 추전을 하고 다니고 있습니다. 제가 졸업을 해야 돼 가지고.

    ◇ 정관용> 그런데 졸업하고 또 직장 생활을 하면서도 이런 문제의식과 관점은 계속 가질 수 있는 거잖아요.

    ◆ 이지윤> 그렇죠. 제가 주변에 전파하고 다니겠죠.

    ◇ 정관용> 네. 결국은 이 책을 통해서 우리 사회에 조 교수께서는 무슨 말을 하고 싶었는지 마지막으로 한 말씀.

    ◆ 조문영> 이 책을 다 읽고 나니까 결국에는 어떤 화두가 좀 보이더라고요. 그런데 모든 활동가들이 문제를 삼고 또 사회적으로도 이슈가 되는 게 결국에는 이제 가난한 사람이 자립해야 한다, 자활해야 된다. 이런 얘기를 너무나도 많이 듣고 있는 거죠. 그런데 이 자립이라는 말 그냥 얼핏 들으면 참 좋은 말이잖아요. 스스로 하는 건데. 그런데 문제는 이 사회가 그리고 또 정부가 너무나도 기다려주지 않는 거예요. 돼지고기를 갈았으니 당장 소시지를 뽑아내야 된다라는 거죠.

    그런데 아까도 제가 말씀드렸다시피 빈곤이라는 건 아주 누적되는 과정이거든요. 누군가가 일어나기 위해서는 기다려주고 또 지켜봐주고 응원해 줘야 되고 그리고 그 자리를 만들어줘야 하는데 그런 의미에서 학생들하고 저하고 같이 공감을 한 건 의존이라는 것이 자립의 반대말이 아니다. 의존이라는 것은 우리가 가난하든 그렇지 않든 간에 각자에게 어떤 사회에서 자기가 살아갈 수 있는 그리고 자기가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기회와 그 역할을 열어주는 거다. 그래서 그런 모습들을 저희가 그 각각의 현장에서 많이 볼 수가 있었습니다.

    ◇ 정관용> 제가 표현한 사회적 연대의 의미로 연장해서 말한다면 그 연대의 힘이 살아 있으면 그분들이 의존할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나는 거죠? 그러면서 그분들이 이른바 고기 잡는 법을 스스로 깨우치게 되는 거지. 어느 날 갑자기 고기 잡는 법 깨우치는 게 아니지 않습니까? 우리 젊은 학생들한테 이런 상황이구나. 우리가 가난해서 너무나 모르고 있구나라는 자각을 갖게 하는 계기가 됐다는 것만으로도 소중한 책이 될 것 같습니다.

    ◆ 조문영> 네, 감사합니다.

    ◇ 정관용> 연세대학교 문화인류학과의 조문영 교수 또 연세국제대학의 이지윤 학생 두 분이었습니다. 고맙습니다.

    ◆ 조문영> 감사합니다

    ◆ 이지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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