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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국민은 안중에도 없는 제1야당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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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칼럼] 국민은 안중에도 없는 제1야당의 미래

    [구성수 칼럼]

    나경원 자유한국당,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가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운영위원장실에서 국회 정상화 합의문을 발표하고 있다.(사진=박종민 기자)

     

    "합의문을 추인해 주지 않음으로써 더 큰 강력한 힘을 갖고 합의를 해 달라는 것이 의원님들의 부탁 사항이었습니다."

    24일 오후 여야 교섭단체 3당의 국회정상화 합의를 부결처리한 의원총회 직후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발언이다.

    3당간 합의 당사자의 발언인가 의심스러울 정도로 미안함은커녕 부결처리가 당연하다는 투다.

    다른 교섭단체와 합의한 사안이 의총에서 부결된 뒤 마치 남의 일처럼 자신에게 더 큰 힘을 실어줬다고 말하는 원내대표는 지금까지 없었다.

    특히 이번 3당 합의는 과거 여느 합의와는 다른 것이었다.

    국회는 지난 4월 5일 본회의를 끝으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회오리 정국 속에 여야가 극한 대치를 벌이면서 문이 굳게 닫혀 있었다.

    민생과 경제 등 중요한 국가 현안이 산적해 있는 가운데 국회가 80일 동안이나 겉돌고 있는 것은 심각한 직무유기였다.

    여야 정치인들에 대한 국민의 인내도 거의 임계점에 달했다.

    누구보다 이를 잘 알고 있는 3당 원내대표들도 큰 부담을 느끼고 전력을 다한 끝에 합의를 이뤄냈다.

    합의를 이뤄낸 3당 원내대표의 감회도 남다르게 보였다.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한국당의 안을 포함해 처음부터 논의를 재개한다는 합의정신에 따라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다졌고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앞으로 국민을 위한 국회, 다시 출발하는 시작점이 됐으면 좋겠다"고 희망을 피력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도 '공존'과 '합의' 정치에 대한 기대를 드러냈다.

    "그동안 대한민국의 정치는 적대정치였다면 이제 공존의 정치의 시작을 볼 수 있지 않나 이렇게 생각을 하고 그동안 강행의 정치였다면 합의의 정치의 시작을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많은 국민들도 '이제야 말로 국회가 정상화되는구나'하면서 '이제부터라도 국회가 전력을 다해 민생을 보살피게 되리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이같은 기대는 두 시간 만에 산산조각이 났다.

    한국당 의총에서 합의를 부결처리했고 나 원내대표는 언제 합의했었느냐는 식으로 강변했다.

    합의발표 때 '한국당 의총의 추인을 전제로 한 합의'라는 점을 밝혔기 때문에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에서다.

    그럼에도 온 국민의 여망이 담긴 국회 정상화 합의문을 발표한 뒤 두 시간 만에 이를 번복해놓고 이런 태도를 취한 것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의총에서는 의원들 대다수가 합의문에 반대했다고 한다.

    80일만에 국회를 정상화시키는 중대 합의를 하면서 사전에 의원들의 총의도 모으지도 못했다는 것은 원내대표로서의 자격을 의심케 한다.

    본인이 여러 어려움 가운데 합의를 이뤄낸 것이라면 의총에서 어떻게든 의원들을 설득해 추인을 받아냈어야 했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 등 의원들이 21일 오전 국회에서 현안 및 안보 의원총회를 마치고 로텐더홀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한국당 의원들도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의원을 대표하는 원내대표가 나서 가까스로 합의한 것을 바로 번복한 것은 책임있는 공당으로서는 부끄러운 일이다.

    선거법 등 패스트트랙법안 철회를 위해 국회에서 고소고발을 무릅쓰고 극한 투쟁을 벌여온 한국당으로서는 이 법안을 '합의정신에 따라 처리한다'는 조항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고 한다.

    '그것은 해도 되고 안해도 된다'는 그런 의미이기 때문에 '패스트트랙법안을 합의처리한다'까지는 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정치의 세계에서 상대방에게 항복을 강요하는 억지에 가까운 일로, 받아들여지기 힘들다.

    실제로 이인영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새로운 협상이 가능할 것이라는 착각은 꿈도 꾸지 말아라"며 "어떠한 전제 조건도 없이 국회에 복귀하라"고 촉구했다.

    국회 정상화라는 국민의 간절한 바람이 언제 이뤄질지 기약이 없게 된 것은 안타깝다.

    집권 3년차를 맞은 문재인 정부가 경제와 안보 등 국정전반에서 성과를 제대로 내지 못하고 있고 지지를 철회하는 국민이 늘고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그것이 한국당의 지지로 연결되지 못하고 있다.

    그것은 한국당이 국민의 바람을 읽지 못하고 각종 현안에 대해 시대착오적인 엇박자로 대응하기 일쑤인데다 막말파문에 잇따라 휩싸이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번 국회정상화 합의파동 역시 국민의 바람은커녕 국민은 안중에도 없는 '오만과 독선'을 여지없이 드러냈다는 비판이 쏟아진다.

    국회 정상화를 간절히 바라는 국민의 여망을 조금이라도 의식했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국민이 안중에 없는 정당은 국민이 떠나가게 되고 결국은 더 이상 존립할 기반을 상실하게 된다는 점을 명심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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