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공개된 고유정의 얼굴. (사진=고상현 기자)
■ 방송 : CBS 라디오 <시사매거진 제주-고="" 기자의="" 사후담="">
■ 채널 : 표준 FM 제주시 93.3MHz, 서귀포 90.9MHz (17:05~18:00)
■ 방송일시 : 2019년 6월 12일(수) 오후 5시 5분
■ 진행자 : 류도성 아나운서
■ 대담자 : 제주CBS 고상현 기자
◇ 류도성> 제주지역의 사건사고 뒷이야기를 들여다보고, 행정 당국의 후속 대책을 점검하는 '고 기자의 사후담'. 오늘은 어떤 주제를 들고 오셨나요.
◆ 고상현> 네. 요즘 범행의 잔혹성 때문에 떠들썩했던 사건이죠. 제주 전 남편 살인 사건을 들고 왔습니다.
◇ 류도성> 고 기자가 사건을 최초로 보도한 이후 2주 가까이 취재를 해왔어요. 많은 분이 궁금한 사항이 많을 거 같은데, 오늘 자세한 얘기 들어보죠.
◆ 고상현> 네. 피의자 고유정의 신상이 언론에 공개됐고, 사건이 검찰로 넘어갔습니다. 지금까지 경찰 수사 내용과 취재 내용을 바탕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 류도성> 먼저 사건부터 소개해주시죠.
◆ 고상현> 고유정은 지난달 25일 저녁 제주시의 한 펜션에서 전 남편을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하고 여러 장소에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 류도성> 혐의만 살인 외에도 사체 훼손, 사체 유기, 사체 은닉입니다.
◆ 고상현> 네. 고유정은 살해한 직후에 펜션에서 시신을 심하게 훼손했습니다. 무려 하루 동안 시신을 훼손했습니다.
◇ 류도성> 그 이후엔 훼손한 시신을 어떻게 처리했나요?
◆ 고상현> 범행 사흘째인 27일 정오쯤 고 씨는 훼손한 시신을 종이상자와 스티로폼 상자에 담아서 차에 싣습니다. 다음날엔 제주시의 한 마트에 들러 여행용 가방과 종량제 봉투 30장을 삽니다.
◇ 류도성> 시신을 여행용 가방에 나눠 담은 건가요?
28일 밤 완도행 여객선에서 내린뒤 잠시 차를 멈춰세운 고유정. (사진=자료사진)
◆ 고상현> 네. 28일 저녁 제주항에서 완도행 여객선에 오르기 전에 인적이 드문 곳에 가서 훼손한 시신을 종량제 봉투에 나눠 담습니다.
◇ 류도성> 배를 타고 가면서 1차적으로 시신 유기가 이뤄졌죠?
◆ 고상현> 배에 탄 지 1시간쯤 지났을 때 여행용 가방에 담았던 훼손한 시신을 7분 가량 바다에 버립니다. 그 모습은 여객선 CCTV 영상에도 잡힙니다.
◇ 류도성> 배에 내린 뒤 고유정의 행적은 어떻게 되나요?
◆ 고상현> 고유정은 차를 몰고 경기도 김포시 아버지 소유의 아파트로 향합니다. 29일 새벽 이 아파트에서 남은 시신 일부를 재차 훼손합니다.
◇ 류도성> 완도행 여객선을 타고 가면서 전기톱을 추가로 인터넷 주문했다고 들었어요.
◆ 고상현> 네 바로 그 전기톱으로 피해자 시신을 2차 훼손한 겁니다. 그러고 나서 31일 새벽 훼손된 시신을 종량제 봉투에 담아 아파트 쓰레기 분리수거장에 버립니다.
◇ 류도성> 그러다 1일 충북 청주시의 주거지 주차장에서 경찰에 긴급체포 됐죠?
◆ 고상현> 네. 범행 장소인 펜션에서 피해자의 것으로 확인된 혈흔이 다량 발견됐고, 주거지에서 경찰이 흉기와 톱을 찾았기 때문입니다.
◇ 류도성> 범행 동기가 가장 궁금한데, 고유정은 뭐라고 주장했나요?
◆ 고상현> 고유정은 경찰 조사 내내 피해자가 덮치려 해 우발적으로 살해했다고 주장했습니다.
◇ 류도성> 그 주장이 사실인가요?
◆ 고상현> 아닙니다. 경찰은 이번 사건을 철저하게 준비된 계획범죄로 보고 있습니다. 고 씨의 주장도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 류도성> 어떤 계획범죄 정황들이 경찰 수사 과정에서 확인됐나요?
◆ 고상현> 먼저 고유정이 범죄를 계획한 건 지난달 10일부터입니다. 이때부터 살해도구라든가 사체 훼손과 유기 방법 등의 정보를 인터넷을 통해 수집하거든요.
◇ 류도성> 범행에 사용한 톱도 지난달 18일 제주로 내려오기 전에 구매했다고 들었어요.
◆ 고상현> 네. 맞습니다. 피해자에게 먹인 수면제인 졸피뎀도 전날 청주시의 한 병원에서 처방받아 약국에서 사서 왔습니다.
◇ 류도성> 제주에 와서도 추가로 범행도구를 구매했죠?
범행 전인 지난달 22일 제주시의 한 마트에서 흉기와 표백제 등을 구매하는 고유정. (사진=자료사진)
◆ 고상현> 네. 범행 직전인 22일 밤 제주시의 한 마트에서 흉기, 표백제, 고무장갑, 청소도구 등을 구매했습니다.
◇ 류도성> 사건 당일 미리 준비해온 범행도구를 차에 싣고 피해자를 만나러 가죠?
◆ 고상현> 네. 그 날이 피해자가 2년 만에 6살 아들을 보는 자리였는데요. 오전에 서귀포시의 한 테마파크에서 피해자와 고유정, 아들이 처음 만납니다.
◇ 류도성> 테마파크에서 처음 만난 뒤 범행 장소인 펜션으로 바로 이동한 건가요?
◆ 고상현> 바로 간 건 아니었고, 중간에 제주시의 한 마트에 들러서 함께 장을 봅니다. 이전까지는 각자 자신의 차를 타고 움직였는데 펜션으로 갈 때는 피해자가 고유정의 차를 타고 이동합니다.
◇ 류도성> 고유정이 범행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 피해자를 자신의 차에 태웠군요.
◆ 고상현> 네. 펜션도 무인으로 운영되고, 모형 CCTV만 있는 곳인데요. 고유정이 피해자에게 얘기도 없이 예약해서 데려갔다고 합니다.
◇ 류도성> 사전에 범행도구를 준비하고 무인 펜션을 예약한 것도 그렇고, 얘기만 들어도 계획범죄 가능성이 농후하네요.
◆ 고상현> 네. 그래서 경찰이 피해자가 자신을 덮치려 해 우발적으로 살해했다는 고유정의 주장을 믿지 않는 겁니다.
◇ 류도성> 그럼 경찰이 파악하는 고유정의 범행 동기는 무엇인가요?
◆ 고상현> 고유정이 1차 진술을 고집해 경찰이 프로파일러를 투입해 범행동기를 파악했습니다. 그 결과 가정사 문제로 범행했다는 최종 결론을 내립니다.
◇ 류도성> 가정사 문제요?
◆ 고상현> 아까 피해자가 아들을 보러 갔다가 변을 당했다고 말씀드렸는데요. 사건 당일이 지난달 9일 가정소송에서 면접교섭권을 얻어 2년 만에 아들을 보는 날이었습니다.
◇ 류도성> 범행 동기와 면접교섭이 관련 있는 건가요?
◆ 고상현> 네. 경찰이 추정하기론 고유정이 피해자와 아이의 면접교섭으로 현 남편과의 결혼생활이 깨질 수 있다고 우려해 살해했다는 겁니다.
◇ 류도성> 고유정이 피해자와 아이 문제로 갈등이 있긴 했습니다.
◆ 고상현> 네. 고유정은 재작년 피해자와 이혼한 직후 현 남편과 청주시에서 재혼했는데요. 아이를 제주시내 친정집에 맡겨놓고 청주시에서 생활할 정도로 현 남편과의 결혼생활에 집중했습니다.
◇ 류도성> 면접교섭으로 정기적으로 피해자에게 아이를 보여주게 되자 부담을 느낀 건가요?
◆ 고상현> 네. 경찰은 피해자의 존재로 갈등과 스트레스가 계속될 거라고 느껴 살해했다고 최종 판단했습니다. 박기남 제주동부경찰서 서장의 얘기를 들어보시죠.
[녹취 : 박기남 서장] "(고유정이) 현 남편과의 완벽한 가정을 꿈꾸고 있는데, 면접교섭권이 인정돼서 그사이에 낳은 아들을 보여줘야 하지 않습니까. 전 남편이 현 남편과의 결혼생활을 하는데 방해요소로 작용한다고 스스로 생각하지 않았나…."◇ 류도성> 그렇군요. 호리호리한 고유정이 어떻게 자신보다 몸집이 큰 피해자를 제압했는지 의문이 많았어요.
◆ 고상현> 네. 경찰은 고유정이 범행 과정에서 수면제를 사용해 피해자를 살해했다고 보고 있습니다.
◇ 류도성> 그렇게 판단하는 근거가 무엇이죠?
◆ 고상현> 일단 피해자의 혈흔에서 수면제인 졸피뎀 성분이 검출됐고요. 범행 장소의 혈흔 형태도 방어흔만 확인됐기 때문입니다.
◇ 류도성> 정황상 의식이 또렷하지 않은 상태에서 공격 받았을 가능성이 큰 거군요.
◆ 고상현> 네. 하지만 고유정은 현재 약물 사용을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수면제를 처방받은 사실만 인정하고 있습니다.
◇ 류도성> 경찰은 고유정의 정신질환 가능성도 부정했습니다.
◆ 고상현> 네. 사이코패스의 경우 다른 사람의 감정을 고려하지 않는데, 고유정이 가족과의 관계를 계속 유지하려는 정황을 봤을 땐 사이코패스는 아니라는 겁니다. 다만 경계성 성격 장애는 관찰됐다고 경찰은 밝혔습니다.
◇ 류도성> 현재까지 피해자 시신은 발견되지 않고 있죠?
인천시의 한 재활용업체에서 고유정이 버린 것으로 추정되는 유해를 찾고 있는 경찰들. (사진=제주동부경찰서 제공)
◆ 고상현> 네. 경찰이 인천시의 한 재활용업체에서 고유정이 버렸을 것으로 추정되는 유해 일부를 발견해 국과수에 감식을 의뢰했지만, 피해자의 것으로 확인될지 미지수입니다.
◇ 류도성> 왜 그렇죠?
◆ 고상현> 이미 소각 처리된 터라 유해에 DNA가 남아 있을 가능성이 작기 때문입니다. 또 경찰은 펜션 하수구에서 피해자의 것으로 추정되는 머리카락 50여 수를 확보했지만, 이마저도 피해자의 것일지는 불투명합니다. 범행 다음 날에도 펜션에 손님이 머물렀었거든요.
◇ 류도성> 고 기자가 여러 차례 단독 보도했지만, 시신이 아직도 발견되지 않는 거 보면 경찰의 부실한 초동수사가 아쉽네요.
◆ 고상현> 네. 유가족이 고유정이 시신을 훼손한 뒤 펜션을 빠져나온 27일 저녁에 실종신고를 하거든요. 당일 경찰이 고유정과 통화까지 했고요.
◇ 류도성> 그런데 경찰은 왜 의심하지 않았나요?
◆ 고상현> 고유정의 진술을 그대로 믿어버린 겁니다. 그때도 고유정은 전 남편이 자신을 덮치려했다가 미수에 그치자 25일 밤 먼저 펜션을 나갔다고 했습니다.
◇ 류도성> 피해자 동선 파악이 중요했을 텐데요.
◆ 고상현> 네. 일단 고유정의 진술이 맞는지 확인하기 위해선 피해자가 25일 밤 펜션을 빠져나왔는지 확인했어야 했는데 제대로 확인을 안 했습니다.
유가족이 경찰에 위치를 알려준 펜션 인근 주택 CCTV. (사진=고상현 기자)
◇ 류도성> 고유정의 진술이 허위라는 것을 확인했던 펜션 인근 주택 CCTV 영상도 유족이 찾아줬다면서요?
◆ 고상현> 네. 그렇습니다. 또 피해자 차량이 사흘째 마트 주차장에 세워져 있었는데도 블랙박스 영상조차 확인 안 했습니다. 이것도 유족의 요청으로 나중 돼서야 경찰이 확인했습니다.
◇ 류도성> 경찰이 실종 신고한 유가족에게 고유정의 주장을 얘기했다면 사건이 조기에 형사과로 인계됐을 텐데요.
◆ 고상현> 네. 경찰은 고유정의 진술만 믿고 실종신고 다음날까지 피해자의 휴대전화 기지국 신호가 마지막으로 잡힌 제주시 이도1동을 중심으로 수색을 벌이며 시간을 허비했습니다.
◇ 류도성> 그런데 최종 기지국 신호가 이도1동으로 잡혔던 건 고유정이 조작 문자를 보내서였죠.
◆ 고상현> 네. 고유정이 자신의 혐의를 벗어나기 위해 이 지역에서 피해자 휴대전화로 취업도 해야 하니 덮친 거로 고소하지 말아 달라고 자신에게 문자를 보낸 거거든요.
◇ 류도성> 경찰이 허둥대는 사이 고유정은 훼손한 시신을 차에 싣고 제주도를 유유히 빠져나가 시신을 수일에 걸쳐 유기했습니다.
◆ 고상현> 사실상 초동수사는 유가족이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이 때문에 유가족도 분통을 터뜨리고 있습니다.
[녹취 : 피해자 유가족] "실종신고 이후에 여성청소년과에서 전혀 움직이지 않았어요. CCTV 확인해서 범죄 가능성이 있다 판단해서 형사과로 빨리 넘겼으면 시신이라도 찾았을 텐데…."◇ 류도성> 안타깝네요.
◆ 고상현> 관할서인 제주동부경찰서는 작년 2월 게스트하우스 살인사건 때도 부실한 초동수사로 유력 용의자 한정민을 놓쳤었거든요. 실수가 되풀이되는 모양새입니다.
◇ 류도성> 그런데도 변명으로 일관한다면서요?
◆ 고상현> 네. 물론 지난달 30일 사건이 형사과로 넘어간 뒤로는 경찰이 신속하게 고유정을 긴급체포하고, 범행 관련 증거물품을 상당 부분 확보했습니다. 형사 전원이 투입되며 사건을 검찰에 넘기기 전까지 제대로 집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고생한 것도 압니다.
◇ 류도성> 네. 그렇겠죠.
◆ 고상현> 다만 경찰이 초동수사를 제대로 했다면 시신을 유기하기 전에 막을 수 있었지만, 그러지 못한 부분을 지적하는 겁니다. 경찰은 실종신고 매뉴얼에 따라 제대로 수사했다고만 해명하고 있습니다.
◇ 류도성> 유가족의 마음은 찢어지고 있을 텐데요.
박기남 제주동부경찰서 서장. (사진=자료사진)
◆ 고상현> 네. 사건을 수사한 동부경찰서의 박기남 서장은 지난해 부임하면서 본관 로비에 로버트 필의 9가지 경찰 원칙을 게시했습니다. 이 원칙을 준수하겠다고 게시한 거겠죠.
◇ 류도성> 로버트 필이요?
◆ 고상현> 근대적 경찰제도의 기초를 확립해 경찰의 아버지로 불리는 사람인데요. 9가지 원칙에는 이런 문구가 있습니다. '시민의 지지는…(중략)…생명을 지키고 보호하기 위해 자신을 희생할 준비를 통해 얻어지는 것이다.' 경찰이 변명만 늘어놓을 게 아니라 이번 사건 초동수사에서 노출된 문제점을 인정하고, 반면교사로 삼았으면 좋겠습니다.
◇ 류도성> 네. 지금까지 고상현 기자였습니다.
지난 1일 제주로 압송된 고유정. (사진=고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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