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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클럽 유착 수사 경찰관, 檢에 警지휘부 '직권남용' 진정



사건/사고

    [단독] 클럽 유착 수사 경찰관, 檢에 警지휘부 '직권남용' 진정

    [버닝썬 수사, 첫 단추부터 잘못 뀄다]
    ①"비리 경찰이 허위 제보로 첩보 생산" 조사 요구했지만 묵살한 경찰

    (사진=연합뉴스)

     

    강남 클럽과 경찰의 유착 의혹을 수사했던 현직 경찰관이 서울청 지수대장 등 경찰 지휘부를 직권남용 혐의로 검찰에 진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경찰관은 버닝썬 유착 수사의 단초가 된 최초 첩보가 허위 제보로 이뤄졌다는 의혹이 있어 조사가 필요하다고 요구했지만 상관들이 이를 막았다고 주장했다.

    허위 제보 의혹이 있는 버닝썬 최초 첩보를 가져온 경찰관은 강남의 다른 클럽에서 뒷돈을 받은 혐의가 드러나 수사 도중 구속된 것으로 파악됐다. 클럽에 유착된 비리 경찰이 버닝썬 유착 수사를 시작하다가 수사의 진실성을 의심받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된 것이다.

    경찰 지휘부가 여론에 떠밀려 버닝썬 수사의 첫 단추를 무리하게 꿰면서 정작 유착의 본류를 파헤치지 못했고, 내부의 자성(自省)은 묵살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버닝썬 최초 첩보, 허위 제보로 조작된 정황"

    5일 CBS 노컷뉴스 취재 결과, 강남경찰서 소속 A경위는 지난달 곽정기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장과 이재훈 강남경찰서장을 직권남용 혐의로 검찰에 진정했다.

    A경위는 강남경찰서 지능팀 소속으로 클럽 아레나의 탈세 혐의를 수사한 경찰관이다.

    그는 클럽 아레나 실수유주이자 강남에 여러개의 가라오케를 운영해 '유흥 황제'로 불리는 강모씨를 구속시키고, 바지사장 등 10명을 형사 입건했다. 올해 4월에는 지능범죄수사대(지수대)로 파견돼 경찰과 클럽 간 유착 의혹 수사를 담당했다.

    지수대 파견 근무 과정에서 A경위는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광수대) 소속 염모 경위와 강남경찰서 김모 경사가 미성년자 출입 사건을 무마해주는 대가로 클럽에서 돈을 받은 사실을 밝혀냈다. 그 결과 염 경위는 구속되고 김 경사는 불구속 입건됐다.

    그런데 구속된 염 경위는 뇌물 혐의가 드러나기 전까지 광수대에서 버닝썬 유착 사건을 주도적으로 수사한 경찰이었다.

    지난 2월 '전직 경찰 강모씨가 버닝썬 공동대표에게 2000만원을 받아 강남경찰서 직원들에게 전달했다'는 첩보를 생산한 것도 염 경위였다.

    버닝썬 게이트가 열리면서 경찰과 클럽의 유착을 파헤쳐달라는 요구가 들끓던 때에 마치 기다렸다는 듯 나온 첩보였다. 갈피를 못잡던 광수대는 염 경위가 제출한 첩보를 기초로 클럽 버닝썬과 경찰 유착 수사의 첫발을 뗐다.

    A경위는 염 경위가 만든 이같은 첩보를 두고 "허위 제보로 꾸며진 거짓 첩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염 경위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그에게 첩보를 제공한 제보자와 첩보 당사자, 다른 경찰 사이 수상쩍은 거래가 포착됐기 때문이다.

    A경위의 주장대로라면, 결국 뇌물 혐의가 드러난 비리 경찰의 잘못된 첩보로 버닝썬과 경찰 간 유착 수사의 첫 단추부터 잘못 꿰어진 셈이다. 실제로 염 경위의 첩보 내용 가운데 강씨가 2000만원을 받았다는 것 이외에는 수사 과정에서 어떤 실체도 드러나지 않았다.

    이는 100일이 넘는 수사에도 버닝썬과 경찰의 유착을 단 한 건도 밝혀내지 못한 광수대의 초라한 성적표와도 무관치 않다.

    ◇"지수대장·강남서장이 내사 막아"…직권남용 혐의 '진정'

    A경위는 염 경위의 첩보 생산과 광수대의 수사 착수 과정 전반을 다시 들여다봐야 한다고 요구했지만, 곽정기 지수대장과 이재훈 강남서장이 정당한 이유없이 막아섰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진정서에서 "지난 5월 1일 (염 경위의 혐의를 담은) 범죄 첩보 보고서와 내사 착수 보고서를 작성한 다음 곽정기 지수대장에게 결재를 요청했으나 서울청 광수대에 대한 내사라며 거절했다"고 밝혔다.

    이어 "지수대 지원 근무 기간이 7월 1일까지임에도 지수대장이 내사에 착수하지 못하도록 직권을 남용해 5월 7일에 (파견을) 해제시켰다"고 적었다.

    A경위는 지난달 7일 예정된 지수대 근무 지원 기간이 두어달 남은 상황에서 중간에 강남경찰서로 복귀 조치됐다.

    강남경찰서로 돌아간 이후에도 원래 소속인 지능팀이 아닌, 사실상 수사 업무가 불가능한 민원상담센터로 발령받았다. 클럽 아레나의 실소유주와 바지사장을 대거 잡아들인 공적은 인정되지 않았고 수사 업무에서 배제됐다.

    A경위는 "강남경찰서장을 찾아가 지능범죄수사과로 복귀시켜 달라고 요청하면서 (지수대에서 작성한) 범죄 첩보 보고서를 설명했으나 서장은 '서울청 수사부를 어떻게 수사하냐'며 거절했다"고 썼다.

    그러면서 "직접 수사부서가 아닌 민원상담센터로 전보 조치해 수사 업무를 하지 못하도록 방해했다"고 주장했다.

    A경위의 주장에 대해 지수대장과 강남경찰서장은 직권을 남용한 게 아닌 정당한 업무 지시였다고 반박했다.

    지수대장은 CBS 노컷뉴스와 통화에서 "A경위를 지수대에 파견 받으면서 명시한 업무는 클럽 아레나와 관련된 유착 수사를 하라는 것이었다"며 "버닝썬 수사 과정을 내사하겠다는 건 업무 지원 목적에 맞지 않다"고 말했다.

    또 "내사는 상관인 팀장과 계장 선에서 먼저 구체적인 근거를 따져봐야 할 수 있다"며 "팀장과 계장도 거치지 않고 지수대장에게 바로 내사할 수 있도록 결재해달라고 하는데 어느 누가 결재해줄 수 있냐"고 되물었다.

    강남경찰서장은 "원칙대로 일단 첩보를 제출한 다음 판단을 받는 게 맞다"며 "A경위는 무작정 내사를 허락해 달라고 요구했다. 승인할 경우 자칫 청탁 수사라는 의심을 받을 수 있어 거절했다"고 설명했다.

    A경위를 민원상담센터로 발령한 이유에 대해서는 "A경위가 복귀했을 때는 이미 자리가 모두 찼고, 다른 팀에서도 그를 받지 않으려 했다"고 해명했다.

    버닝썬 유착 수사의 초라한 성적표로 국민의 공분을 샀던 상황에서 허위 제보와 관련된 진정서까지 검찰에 제출돼 파장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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