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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장풍' 배우 박세영, 세상의 주인공 '을'을 이야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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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장풍' 배우 박세영, 세상의 주인공 '을'을 이야기하다

    [노컷 인터뷰] MBC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 주미란 역 배우 박세영 ①

    배우 박세영 (사진=씨엘엔컴퍼니 제공) 확대이미지

     


    '시크한 현실주의자. 원칙주의자. 매사가 심드렁한 이혼 10년 차 매너리즘 형사.' 이게 MBC 드라마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연출 박원국, 극본 김반디, 이하 '조장풍')에서 주인공 조진갑(조장풍·김동욱 분)의 전처 주미란 형사에 대한 설명이다. 드라마 초반 주미란은 시니컬하고 늘 가족을 생각하라고, 현실적으로 행동하라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후반부로 갈수록 점점 원칙과 현실보다 '정의'라는 이상적인 단어를 좇아가게 된다. 시청자에게는 '변화'로 보였을지 몰라도 주미란에게는 아이를 지키기 위해 꾹꾹 눌러 담으며 참아왔던 진심을 다시금 꺼내놓은 것이다. 주미란 속에 숨겨져 있던 정의감을 끌어낸 건 '사람'이다. 그리고 배우 박세영이 주미란 역을 맡아 '조장풍'에 출연을 결심한 것도 '사람'이다.

    지난 5월 30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모처에서 만난 배우 박세영을 만나 '조장풍'과 주미란 형사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박세영의 대답 하나하나에는 자신이 연기한 캐릭터와 작품에 대해 진지하면서도 깊은 고민을 한 흔적이 깊이 배어 있었다.

    다음은 배우 박세영과의 일문일답.

    MBC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 주미란 역 배우 박세영 (사진=방송화면 캡처) 확대이미지

     


    ▶ 드라마 종영한 소감은 어떤가.

    '돈꽃'이라는 드라마를 했는데 그것도 MBC다. 오랜만에 주말드라마가 잘 됐다고 들어서 좋았는데 이번에도 MBC에서 한 드라마가 잘 됐다고 해서, 할 때마다 그런 소리를 들으니 좋다. 작품을 할 때마다 좋은 인연이라서 좋고 감사하다. 두 작품 모두 배우들끼리 합도 좋았다. MBC의 기를 받아서 작품마다 연이 좋은 게 아닌가 싶다. '조장풍'도 배우들과 감독님과의 합이 정말 좋고 현장 분위기도 좋았다. 끝난 건 너무 아쉽지만, 좋은 작품을 잘 시작해서 잘 마친 것 자체가 만족스럽다. 아쉬움이 남지만 아쉬움이 없게, 만족스럽게 잘 끝난 작품인 것 같다.

    ▶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 혹은 '주미란'의 어떤 면에 매력을 느껴 작품에 참여하게 됐나.

    '조장풍'이라는 작품 자체가 기업에 대한 이야기, 사회적인 이야기도, 사회 풍자도 많은 작품이다. 내가 이 대본을 처음 봤을 때는 그런 것보다 다른 곳에 더 포커스가 맞춰지더라. 우리 드라마의 주인공은 조진갑이고, 그때그때 에피소드로 나오는 배우들이 있었다. 고용노동부에 있는 사람, 휴먼테크 사람들 등 흔히 감들이 말하는 그들의 시선에서 약자인 '을'들이 주인공이 아닐까 생각을 많이 했다. 그리고 그 점에 공감했다. 지적하고 풍자하는 것보다, '을'이라 불리는 이들이 진짜 이 세상을 살아가는 주인공이다. 한 사람 한 사람이 혼자 힘들어하고 세상에, 현실에 자기를 맞춰가며 꾸깃꾸깃 살아가고 있다. 그 한 사람 한 사람이 다 우리다. 각자가 그런 삶을 살아가고 있다. 이런 개념이나 이야기에 좀 더 공감돼서 출연을 결심하게 됐다.

    ▶ 작지만 세상을 이루는 개인의 이야기에 공감이 간 건가.

    나 역시도 배우로서도 힘든 부분 있을 거고, 여러 직업마다 자신만의 고충이 있다. 그런 점에서 '조장풍'에는 공감되는 요소가 많았다. 뭔가 오그라들 수도 있지만 '우리는 혼자가 아니야', '나도 이렇고 너도 그걸 느꼈어?', '아, 우리가 다 이렇게 느끼지?' 같은 부분에서 힘이 되고 힐링이 되는 드라마다. 드라마 자체는 판타지적이지만 보이는 내용 자체는 현실적이다. 이게 진짜 사람이 사는 내용이구나 싶은 게 많다. 진짜 사람 사는 이야기라는 점에 많이 끌렸다.

    MBC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 주미란 역 배우 박세영 (사진=방송화면 캡처) 확대이미지

     


    ▶ 그런 점이 '조장풍'의 인기 요인이었다고 보는가.

    우리 드라마는 현실적인 이야기를 다루지만 표현되는 건 '어벤져스'처럼 유쾌하고 비현실적인 판타지다. 이 두 부분이 잘 어우러지지 않았나 싶다. 그래서 다들 좋아했던 거 같다.

    ▶ '주미란'이라는 캐릭터에 어떻게 접근하고 어떤 식으로 발전시켜 나갔나.

    감독님이 초반부터 강조한 게 있다. 나도 동의를 해서 신경을 많이 쓴 부분인데, 바로 '생활감'이다. 사실 배우라면 화면에 보이니 예뻐 보이고 싶은 게 있는데, 그런 걸 다 내려놓고 진짜 현실에 있을 법한 게 필요하더라. 드라마를 보는 시청자는 기존에 갖고 있던 이미지로 드라마를 보기 때문이다. 경찰이라고 해서 다 검은 옷만 입고 다니지도 않고, '도시경찰'이라는 예능만 봐도 머리도 멋있게 하고 다닌다. 그러나 우리가 보통 경찰에 대해서 이미지가 있지 않나. 정형화된 이미지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필요하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찾아간 여형사분들은 진짜 주미란과 같은 옷차림을 하고 있었다. 최대한 현실에 가깝게 보이기 위해 헤어, 메이크업, 의상 등 여러 부분을 참고했다. 그동안 내가 항상 세팅되어 있는 역할, 재벌가, 돈 많은 집안의 딸 역할 등만 하다가 이런 형사 역할이 어울릴까 걱정이 되어서 오히려 더 내려놓고 했다. 기존에 내가 갖고 있던 이미지 때문에 더 많이 신경을 썼던 거 같다.

    MBC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 주미란 역 배우 박세영 (사진=방송화면 캡처) 확대이미지

     


    ▶ 초반에 주미란은 시니컬하다가 점점 정의로운 면모를 보인다. 변했다기보다는 그간 숨겨놨던 정의감을 꺼낸 거로 보이는데, 어떤가.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내가 주미란 캐릭터를 하면서 나랑 좀 비슷하다고 느낀 건, 모든 사람이 비슷하겠지만 마음속에 이상을 갖고 꿈꾸고 있다. 그렇지만 현실이라는 게 있으니 현실주의자, 원칙주의자로 살아간다. 현실을 살아가면서 원칙을 다 따지면 이상적으로 될 수 있다. 그런 걸 꿈꾼다는 점에서 주미란과 내가 비슷하다. 주미란은 현실적으로 현명하게 살아가지만 진갑을 통해서 그 안에 무언가 꿈틀대는 걸 느끼게 된다. 처음에는 진갑을 통해서 그걸 눌렀다면, 진갑을 통해서 다시 정의에 대한 본능이 솟아나게 됐다. 주미란은 그렇게 우리 모두가 갖고 있고 표현하지 못한 걸을 표현해 내는 인물이다. '변화'라기 보다는 주미란에게 다시금 '돌아온' 거다.

    ▶ 실제 박세영은 주미란처럼 정의감이 많은 사람인가.

    미란이와 비슷했던 건 어릴 때는 어떤 불의를 보면 나서서 이야기했지만 나이가 드니까 그게 쉽지 않더라. 그리고 무조건 나서는 것보다 지혜롭게 해결할 수 있는 방법도 알게 되는 거 같다. 그리고 배우라는 일을 하니까 나서는 게 더 쉽지 않게 되더라. 그리고 옳다고 해서 모든 행동까지 다 옳은 게 아니라는 걸 이해하게 된 거 같다. 진갑은 신념 하나로 밀고 나갔다면, 미란은 '엄마'의 심정인 거 같다. '네가 맞아, 하지만 네가 다칠 만큼은 아니야'라는 어떤 가족의 마음이랄까. 그런 부분에서 미란이와 비슷했던 거 같다.

    배우 박세영 (사진=씨엘엔컴퍼니 제공) 확대이미지

     


    ▶ 물론 이혼은 했지만 결혼해서 남편도 있고 아이도 있는 역할이다. 주변에서 조언을 얻었는가.

    조언도 많이 구하고, 나름 공부한다고 했는데도 초반에는 되게 어려웠다. 이혼한 부부는 어떻게 지내지? 원수처럼 지내나? 그것도 잘 모르겠고, 엄마의 마음은 또 뭐지? 너무 어렴풋하더라. 부모님에게 물어보기도 하고, 언니 둘이 있는데 언니에게도 물어봤다. 언니들한테 가서 애들 키우는 데 대한 조언도 구하고, 조카들 이야기도 들어봤다. 거기서 힌트를 많이 얻었다.

    ▶ 드라마 마지막에 조진갑과의 재결합이 암시됐다. 주미란을 연기했으니, 주미란의 서사를 가장 잘 알 텐데, 이혼을 한 번 했는데 재결합을 생각하게 된 결정적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사실 이혼하게 된 계기는 뭔가 너무 힘들고 벅찬 것도 있지만 아이가 가장 컸다. 우리 둘만 있으면 모를까 진아(이나윤 분)라는 책임져야 할 어린 아이가 있는데, 진아가 부모의 실수로 다치게 되고 그걸 더 이상 감당할 수 없었던 거다. 가정을 지켜야 하는 두 명 중 한 사람으로서 진갑이 하는 행동이 옳고 맞지만, 가정을 지키는 가장으로서는 위험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이혼을 선택한 후 혼자 가장 노릇을 하며 살았다. 진갑의 모습이 싫었던 게 아니다. 그의 행동이 틀렸다고 이야기할 수 없는 사람이기 때문에, 서로 사랑하는 사이에서 헤어졌으니 헤어진 후에도 만날 때마다 늘 사랑하고 있었다고 생각한다. 사랑은 있지만 지켜야 할 것이 있기 때문에 그런 선택을 한 거다. 진아도 아빠의 마음도 잘 알고 나도 사실 잘 알았다. 그런데 진갑과 같이 일을 하고 도하를 통해 구대길을 잡으면서 미란이 변하는 걸 봤다. 원래의 미란의 모습이 나오게 되면서 다시 미란이 있는 자리로 돌아가는 느낌이었다. 그렇게 이미 정신을 차려보니 다시 진갑과 마음이 하나가 됐다. 그간 나의 이야기를 안 하다가 미란이 진갑에게 자신의 속마음을 이야기하게 된다. 난 내가 나쁜 사람이 되기로 했다고 말하는데, 나는 그때 미란이 자신의 마음을 처음 드러냈다고 생각한다. 그걸 통해서 진갑도 미란의 마음을 알고, 미란도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고부터는 보다 확실하게 자신의 감정을 느꼈다고 생각한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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