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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산업‧신산업, 곳곳에서 충돌중인데 정부는?



기업/산업

    전통산업‧신산업, 곳곳에서 충돌중인데 정부는?

    정부 "신산업이 포용하고, 이해관계자 대타협해야"
    신산업 "생존 다투는데…당사자 합의 비현실적 주문"
    전문가 "정부가 산업변환기 비전 제시하고 갈등 조정해야"

    (사진=연합뉴스)

     

    실시간 차량공유서비스 '타다'와 택시업계의 갈등이 접점을 찾지 못하고 계속되는 가운데 이런 전통산업과 신산업의 갈등이 산업계 곳곳으로 번지고 있다.

    결혼컨설팅업계와 환전서비스업계 등에서 전통산업 종사자와 모바일 플랫폼 사업자가 부딪히고 있고 다른 산업군으로 이런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정부는 전통산업과 신산업의 공존이 필요하고, 그 과정에서 정부가 역할을 하겠다고 공언하면서도 막상 정부의 중재가 필요한 지점에서는 '당사자 주의'를 강조하는 모양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23일 "혁신의 과정에서 일자리를 잃거나 소외되는 분들에 대한 존중과 배려, 그분들의 사회적 충격을 관리하고 연착륙을 돕는 것은 혁신에 대한 지원 못지않게 중요한 일"이라며 정부가 혁신과 포용의 균형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히면서도 "혁신의 승자들이 패자를 이끌고 함께 걸을 수 있길 바란다"며 신산업의 '배려'를 주문했다.

    카풀 논란에 이어 타다 논란까지 관할하게 된 국토교통부의 김현미 장관도 같은 날 "새 산업이 등장하면 혁신·변화도 있겠지만 기존 사업이 혁신을 따라가지 못해 겪는 어려움도 분명 있다"며 "대화와 타협, 서로간의 존중,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는 공동체 정신 등이 모여야 한다"고 말했다. 당사자 주의를 강조한 것이다.

    하지만 산업계에서는 정부가 산업변환기에 맞는 비전 제시와 갈등 조율 등을 통해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전통산업 종사자는 신산업 모델이 자신들의 시장을 잠식하며 종국에는 생존권을 위협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을 갖고 있고, 신산업 종사자들은 시장에 뿌리내려 생존해야 한다는 절박감을 갖고 있는데 각자의 생존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당사자들이 과연 스스로 접점을 찾을 수 있냐는 것이다.

    한 벤처업계 관계자는 "정부는 스타트업 등을 '혁신의 승자'로 치켜세우며 양보를 요구하지만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거나 기존시장에 새롭게 진입하는 신산업 종사자도 생존을 다투는 것은 마찬가지"라며 "전통산업도 신산업도 각자의 생존을 다투는 상황에서 당사자들끼리 협의에 이르라는 것은 이상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매우 비현실적인 주문"이라고 꼬집었다.

    이재웅 쏘카 대표. (사진=연합뉴스)

     

    정부는 그러나 이해관계자들이 소통의지가 있다면 적극적으로 나서서 중재할 용의가 있지만 그렇지 않은 상황에서는 정부가 할 수 있는 역할은 사실상 없다며 소극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대립하고 있는 타다와 택시가 한 목소리로 '정부의 중재'를 말하고 있지만 속내는 정부가 자신들의 편을 들어주기를 바라는 것 아니냐"며 "근본해법은 택시의 경쟁력을 높여서 새로운 서비스(타다나 카풀 등)과 경쟁하도록 하는 것인데 법 개정 작업 등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당분간은 이 부분에 집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전통산업과 신산업 갈등이 사회적 혼란과 피로도를 더 높이기 전에 부처가 아니라도 공적 영역에서 중재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부처가 아닌 다른 중재모델로는 대통령 산하 4차산업혁명위원회가 꼽힌다. 4차산업위는 해커톤을 통해서 공유숙박 활성화의 첫 발을 뗀 선례가 있다. 해커톤은 해킹(hacking)과 마라톤(marathon)의 합성어로 한정된 기간 동안 참여자가 쉼 없이 아이디어를 내고 이를 바탕으로 비지니스 모델이나 서비스까지 완성하는 것이다.

    에어비앤비 등 공유숙박을 두고 숙박업계도 택시업계 못지않은 반감을 드러냈지만, 양측은 이 해커톤에서 서로의 입장과 숙박산업과 관련된 의견을 공유하며 불법 숙박업체 신고 채널을 단일화하고 숙박공유를 활성화하기 위한 상설협의체를 구성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후 정부는 내국인이 도시 지역으로 여행이나 출장을 갈 경우 기존 숙박업체 외에 에어비앤비 등 공유숙박을 활용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의 '공유경제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사진=연합뉴스)

     

    다만 숙박공유 영업일수는 연 180일 이내고 제한을 뒀고 숙박업 종사근로자에게 야간근로수당을 비과세하고, 소규모 숙박업체 신용카드 매출세액 우대공제율 2021년까지 적용 연장하는 등 기존 숙박업계에 대한 지원책도 제시하며 전통산업과 신산업이 상생 가능하도록 했다.

    이와 관련해 차두원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혁신전략연구소 정책위원은 "정부는 기존 전통산업과 신산업간 갈등 해소를 위한 적극적인 중재자 역할 수행해야하고 관련 산업들의 장기적인 비전을 제시해서 기업들이 시대에 맞게 변화하고 비지니스를 펼칠 수 있는 예측 가능한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차 위원은 특히 택시를 둘러싼 갈등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중재를 재차 주문하며 "국토부가 나설 수 없다면 국토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함께 대통령 직속인 4차산업위가 중재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그는 "4차산업위가 지난해 그런 역할을 하려고 했다가 택시업계의 불참으로 결실을 맺지 못했지만, 공유숙박 갈등을 해결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이 문제도 해커톤 등을 통해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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