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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권 조정 갈등'에 기름 부은 박상기 장관 '이메일'



법조

    '수사권 조정 갈등'에 기름 부은 박상기 장관 '이메일'

    문무일 검찰총장 "검찰 고언 받아들여진 것으로 보기 어려워"
    "직접 수사 제한하자는 개혁인데…오히려 늘려" 경찰도 반발
    법무부 "의견 말하지 말라는 뜻 아냐…유의해 달라는 취지"

    박상기 법무부 장관(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박상기 법무부장관이 검경 수사권조정 법안과 관련해 "보완책을 마련하겠다"는 내용을 담아 전국 검사장들에게 보낸 전자우편(이메일) 후폭풍이 거세다.

    '검찰 다독이기'에 나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지만, 오히려 검찰 내부에서는 갈등 국면에 기름을 부은 격이라는 반응이다.

    15일 법무부·검찰 등에 따르면 박 장관은 지난 13일 오후 전국 검사장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향후 수사권 조정 법안의 수정·보완 과정에서 법무부장관으로서 검사들이 우려하는 부분들이 법안에 충실히 반영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네 가지 보완책을 제시했다.

    '송치 사건'에 대한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 확대와 경찰에 대한 검찰의 보완수사 권한 강화, 경찰의 1차 수사 종결 사건에 대한 검찰 송치 검토(감독 권한 강화), 피의자 신문조서의 증거능력 관련 의견 수렴 등이다.

    ◇박 장관, 설명 내놨지만…檢, 내부 반발 기류

    박 장관이 이례적으로 검사장들을 향해 입장을 설명하는 이메일을 보냈지만, 검찰 내부는 반발 기류가 강하다.

    문무일 검찰총장도 전날 출근길에 '검찰의 고언이 받아들여진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유선상으로 보고 받기로는 받아들여진 정도까지 된 건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문 총장은 늦어도 다음 주초 기자 간담회를 열고 수사권 조정 법안에 대한 입장을 상세히 밝힐 예정이다.

    박 장관의 이메일을 접한 일선의 한 검사장은 "왜 검찰을 개혁하자고 했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며 "그 원인은 살아있는 권력에 약하고 죽은 권력에 잔혹한 과거 반성에서 개혁 논의가 시작됐는데 지금 논의 방향은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권한만 이리 찢고 저리 찢은 꼴에 불과한 현재 논의로는 아무런 변화가 없다"며 "수사권 조정 논의는 검찰과 경찰, 누가 더 나은가를 따지는 것이 아니라 사법시스템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검사장도 "검사들도 검찰 개혁을 원하고 있다"며 "최종 목적지는 이번 기회에 국민 신뢰를 얻을 수 있도록 개혁 방향이 이뤄져야 하는데 이런 논의 방식으로는 아무런 변화를 끌어낼 수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입 다물어라?…박 장관, '첨언'도 논란

    박 장관이 검사장들한테 보내는 이메일에 자신의 입장을 설명하면서 덧붙인 이른바 '첨언(덧붙인 의견)'도 논란을 더욱 부추기는 분위기다.

    박 장관은 수사권조정 문제를 검찰과 경찰 간에 불신을 전제로 해서 논의해서는 안 되고, 개인적인 경험이나 특정 사건을 일반화시켜서는 안 된다고 적었다.

    또 정확하지 않은 정보나 팩트, 외국의 제도를 예로 들면서 주장하는 것은 진실을 호도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어 자제하라고 밝혔다.

    수사권조정 논의에서 검찰의 신중한 자세를 주문한 원론적인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지만, 일선의 반응은 차갑다.

    최근 일선 검사들이 수사권 조정 법안에 따른 문제점을 개별 사건을 예로 들며 조목조목 반박하고 검찰이 기자간담회 등 설명하는 자리를 준비하자 경고의 메시지를 던진 것 아니냐는 반응이다.

    일선의 한 검사는 "'검찰, 너희는 개혁 대상이니까 입을 다물고 있어'라는 느낌을 검사들이 받는 것 같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안 그래도 수사권조정 관련해 말하기 부담스러운 상황인데 장관이 '말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던지면 어떻게 건전한 논의를 할 수 있겠느냐"며 "이상한 방향으로 개혁 논의가 이뤄져도 아무도 이야기할 수 없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법무부 관계자는 "논의할 때 합리적인 방식으로 하면 좋겠다는 취지이지 하지 말라는 뜻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수사권 조정 논의 과정에서 경찰과 비난이나 감정싸움으로 비칠 우려가 있어 유의해 달라는 원론적인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메일, 차기 총장 겨냥한 메시지?

     

    박 장관이 전한 이메일 배경을 놓고 수사권조정 국면에 놓인 검찰 '달래기' 외에 수사권조정 국면에 반발하지 못하도록 차기 검찰총장 후보군에 던지는 일종의 메시지라는 관측도 제기됐다.

    특히 박 장관이 이메일을 보낸 13일은 검찰총장 제청 대상자로 적합한 인물을 천거 받기 위한 인선 절차에 돌입한 첫 날이다.

    지난 10일 법무부는 문 총장 임기가 75일 남은 상황에서 차기 검찰총장 후보자 추천을 위한 검찰총장후보추천위워회를 구성하고 13일부터 20일까지 후보자를 천거 받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후보추천위 구성이 과거와 비교해 다소 일찍 이뤄졌다는 점을 지적하며 그 배경에 주목했다.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검·경 수사권조정 법안에 대해 반대하는 문 총장을 압박하고 검찰 힘빼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문 총장이 공개적인 반발 입장을 내놓자 현 정부가 국정과제로 추진하는 검찰 개혁의 핵심인 수사권조정에 반기를 든 것으로 보고, 검찰 힘을 빼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추천위 구성이 취임 2주년 특집 대담에 나선 문재인 대통령이 "검찰이 보다 겸허한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발언한 지 하루 만에 이뤄지면서 이런 해석에 더욱 힘이 실렸다.

    다만 법무부 관계자는 이런 해석에 대해 "차기 검찰총장 인선과 전혀 무관하다"고 일축했다.

    ◇경찰도 반발…경찰청장 "수사구조개혁 원칙 지켜져야"

    한편 박 장관 이메일 소식을 접한 경찰도 전날 내부 회의를 열고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밥그릇 싸움으로 비칠까 우려스럽지만, 법무부장관 이메일 내용을 무겁고 엄중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민갑룡 경찰청장도 전날 내부게시판에 "국민이 요구하고 정부가 합의안을 통해 제시하고 국회에서 의견이 모아진 수사구조개혁의 기본 원칙은 지켜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경찰청장으로서 경검 협력관계 설정 및 검사 수사지휘권 폐지, 경찰의 1차적·본래적 수사권 및 수사종결권 부여, 검사의 직접수사 제한이라는 원칙이 최종 입법에 충실히 반영될 수 있도록 지혜와 정성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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