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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전화 한통에 전재산 1600만원 날린 80대 노인



전북

    국제전화 한통에 전재산 1600만원 날린 80대 노인

    중국 보이스피싱 경찰관 사칭
    "냉장고에 돈 넣고 집 비워라"
    빈집 틈타 인출책 훔쳐 달아나
    중국 갔다가 한국와 꼬리 잡혀
    20만원씩 모은 돈 회수 어려워

    인천국제공항에서 포착된 중국 보이스피싱범. (사진=전북지방경찰청)

     

    지난달 9일 오전 11시 40분쯤 전북 군산시 미룡동에 사는 이모(80)씨에게 한 통의 국제전화가 걸려왔다.

    한 남성은 자신이 경찰이라 밝히며 "계좌가 해킹당했으니 통장에 있는 돈을 전부 인출해 냉장고에 보관하라"고 말했다.

    철석같이 믿은 이씨는 은행에서 인출한 전 재산 1,600만 원을 냉장고에 넣었다. 한 달 소득 20여만 원인 그는 평생에 걸쳐 1600만 원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남성은 중국 현지에서 활동하는 보이스피싱 조직원이었다.

    이씨를 집 밖으로 유인한 남성은 "돈을 보관하기 위한 새로운 계좌를 만들어야 한다"며 "개인정보가 유출됐으니 동사무소로 가서 주민등록증도 새로 만들어라"고 지시했다.

    빈집을 노린 조직원은 되레 "돈을 지켜주겠다"며 현관 비밀번호를 받아냈다.

    5분 뒤 수상한 낌새를 눈치챈 이모씨는 부랴부랴 경찰에 신고했지만, 인출책 리모(30)씨에게 1,600만 원을 털린 뒤였다.

    리씨는 이씨의 아파트에서 빠져나와 택시를 이용해 대전역으로 이동한 뒤 서울행 KTX 열차를 탔다.

    경찰의 추격을 따돌리기 위해 서울역 화장실에서 옷을 갈아입는 치밀함도 보였다.

    서울 명동과 을지로 등을 돌아다닌 인출책이 사건 당일 오후 10시 중국 항공기를 타면서 미제 사건으로 남는 듯했다.

    그러나 수사는 리씨가 지난달 20일 입국하면서 재개됐다.

    출입국 명단에 오른 이름 덕분에 덜미가 잡혔다.

    붙잡힌 리씨는 경찰 조사에서 "100만원을 받고 단순 심부름을 했을 뿐"이라며 절도 혐의만 인정했다.

    경찰은 중국 현지에서 보이스피싱을 지시한 총책 등을 추적하고 있다.

    군산경찰서 두석진 강력 5팀장은 "인출책이 공항에서 환전한 뒤 중국에 돈을 보낸 것으로 파악 된다"며 "이씨가 잃은 1600만원을 찾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고령의 노인이 많은 현금을 한꺼번에 인출할 땐 창구 직원의 의심과 발 빠른 신고가 피해를 막을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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