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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자 검거율 낮고 처벌도 '솜방망이'…산불 '악몽' 되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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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화자 검거율 낮고 처벌도 '솜방망이'…산불 '악몽' 되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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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임 없는 결론이 산불 키운다…강원 동해안 산불 ③]
    실화자 검거율 40%대 절반도 못 잡아
    산불 가해자 처벌도 '솜방망이' 지적
    전문가들 "원인 규명, 처벌도 강화해야"

    지난달 4일 고성에서 발생한 산불이 강풍을 타고 속초 도심지역까지 확산하고 있는 모습. (사진=독자 제공)
    강원 동해안 산불은 한 번 발생하면 걷잡을 수 없는 대형산불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지만, 정작 절반 이상은 원인을 제대로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책임자 처벌까지 이어지는 경우도 드물다. 그러는 사이 산불은 해마다 되풀이된다. 강원영동CBS는 동해안 산불의 역사를 돌아보고, 얻어야 할 교훈과 과제 등은 무엇인지 짚어보는 연속기획을 마련했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 '전선'에 의한 산불…주민들은 '트라우마'

    ② 삶의 터전까지 휩쓴 산불 피해…안전불감증 '여전'
    ③ 실화자 반도 못 잡고 처벌도 '솜방망이…산불 '악몽' 되풀이


    지난달 4일 고성에서 발생한 산불 원인규명에 나선 합동 감식반. (사진=전영래 기자)
    강원 동해안 산불은 잊을만 하면 터지는 '악몽'이 되풀이되고 있다. 특히 한 번 발생하면 대형산불로 이어지면서 산림과 인명·재산 피해 등 막대한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

    하지만 원인 규명과 실화자 검거는 절반에도 못 미치는데다 처벌도 '솜방망이'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어서 산불로 인한 재앙이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지난달 4일 발생한 강릉 옥계 산불의 발화지점으로 추정되고 있는 '신당'. (사진=전영래 기자)
    ◇대형산불 원인 절반도 못 밝혀…실화자 검거율도 40% 그쳐

    동해안산불방지센터에 따르면 지난 1998년부터 지난해까지 강원 동해안 지역에서 발생한 대형산불(100ha 이상, 24시간 이상 지속)은 모두 21건이다. 이 가운데 쓰레기 소각이나 전선 단락, 북측에서 남하 등 원인이 파악된 것은 절반도 안되는 9건이다. 나머지는 모두 '원인 미상'이나 '추정'으로 사실상 정확한 규명을 하지 못했다.

    앞서 지난 2017년 5월 6일 삼척시 도계읍 점리에서 불이나 756㏊의 산림을 태우고, 사망자 1명을 포함해 4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수사 결과 이 불은 입산자 실화로 추정됐지만, 끝내 불을 낸 사람은 찾지 못했다.

    같은 날 발생한 강릉시 성산면 어흘리 산불도 마찬가지. 252ha의 산림이 잿더미로 변하고 33개의 가옥이 전소돼 모두 69명의 이재민이 발생했지만, 역시 입산 실화자를 잡지 못한 채 수사가 종결됐다.

    이밖에 지난 2005년 천년 고찰 낙산사를 집어 삼켰던 양양 산불은 전선스파크 추정, 2000년 동해 삼화지역의 산불은 담뱃불 실화 추정, 2004년 강릉 옥계 산불은 방화로 추정되고 있다. 하지만 발생 원인에 대한 추정만 나왔을 뿐 정확한 원인을 찾지 못하면서 실화자 검거까지 이르지 못했다.

    (자료=동해안산불방지센터)
    산림청에 따르면 지난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10년간 전국에서 발생한 산불은 4316건으로, 이 가운데 1767건의 산불 원인 제공자를 검거했다. 하지만 검거율은 41.3%로 절반에도 못 미치고 있는 수준이다. 산불 원인 규명이 어렵다 보니 실화자 검거율도 당연히 낮을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산림당국의 한 관계자는 "산불의 경우 피해지역이 워낙 광범위하고 발화지점이 산불 진화과정에서 훼손되는 경우가 많다"며 "산불의 특성상 원인을 규명하기가 어렵다 보니 입산자 실화로 추정해도 원인 제공자 검거에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산불 실화자 '솜방망이' 처벌도 지적

    강원지역 최근 5년 간 산불 가해자 처리현황. (자료=동해안산불방지센터 제공)
    지난 2017년 3월 산림 244ha를 잿더미로 만들고 10억 원에 가까운 복구비용이 발생했던 강릉 옥계 산불. 당시 경찰은 담배꽁초를 버려 산불을 낸 약초 채취꾼 2명을 상대로 조사를 벌였다. 경찰은 거짓말탐지기 검사와 진술내용의 모순점 등을 통해 담배꽁초를 버려 낙엽 등에 불이 옮겨붙어 산불이 발생했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이후 법원은 산에서 담배를 피우고 제대로 끄지 않은 점을 고려해 이들에게 징역 6개월과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당시 "과실로 인해 발생했고 인명피해가 발생하지 않은 점, 피고인들의 나이, 성행, 범행 경위, 범행 후 정황 등을 참작했다"고 양형 사유를 밝혔다.

    또한 지난해 3월 28일 발생한 356ha의 산림을 태운 고성군 간성읍 탑동리 산불은 전선단락으로 추정돼 책임자 2명이 지난해 12월 기소됐다. 하지만 현재 재판 일정도 잡히지 않은 상황이다. 책임자 2명은 개인 사업주와 안전관리 담당자로 알려졌다.

    산림보호법에 따르면 과실로 산불을 낼 경우 최고 징역 3년이나 3천만 원의 처벌을 받는다. 하지만 산불 실화자를 검거하더라도 방화 등 고의가 아닌 과실범이나 초범, 고령인 경우 대부분 약한 처벌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동해안산불방지센터에 따르면 최근 5년 간 강원지역에서 검거한 산불 가해자 172명 중 징역이나 벌금형은 80명으로 파악됐다. 나머지 92명은 기소유예나 내사종결, 과태료 등의 조치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벌금 액수는 최소 5만 원에서 최대 5백만 원으로 1인당 평균 165만 원에 그쳤다.

    이와 관련해 산불 피해 주민들은 "산불 실화자를 끝까지 찾아내 막대한 피해에 상응하는 책임을 묻는다는 인식을 심어줘야 산불 실화가 줄어들 것 아니냐"며 "예방차원에서 처벌 수위도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토로했다.

    화마가 휩쓸어 잿더미로 변한 삶의 터전을 바라보며 망연자실하고 있는 한 이재민. (사진=전영래 기자)
    ◇되풀이되는 악몽…"원인 밝혀내고 실화자 처벌 강화 필요"

    되풀이 되는 동해안 산불을 그나마 막기 위해서는 원인 제공자 검거와 함께 처벌을 강화해 경각심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숭실사이버대학교 소방방재학과 박재성 교수는 "산불은 실화가 많아 처벌 수위가 너무 낮아도 안된다"며 "산불 가해자 처벌이 강해지면 산불에 대한 경각심을 높일 수 있어 예방 효과를 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막대한 피해가 발생하는 산불의 가해자 처벌을 강화할때 배상적 책임처벌은 분명히 한계가 있다"며 "보다 실효성을 거둘 수 있는 처벌 수위에 대한 고민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전문가들은 산불의 정확한 원인규명과 함께 실화자 검거율을 높이기 위해 보다 전문성을 갖춘 인력을 양성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가톨릭관동대 경찰행정학과 문준섭 교수는 "산림 분야 특별사법경찰(특사경)의 산불 수사 전문성을 높여야 원인 규명과 검거율도 높아질 것"이라며 "특히 동해안 지역에서는 대형산불이 자주 발생하는 만큼 정부차원에서 전문 요원들을 양성할 수 있도록 교육비 등의 예산을 투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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