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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남편이 했다'는 사람과 '아내가 했다'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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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칼럼] '남편이 했다'는 사람과 '아내가 했다'는 사람

    [조중의 칼럼]

    (사진=자료사진/연합뉴스)

     

    헌법재판관 후보자의 남편인 그는 라디오 인터뷰에서 자신이 35억 원대의 주식을 보유한 것이 무슨 잘못이냐고 말했다.

    그러나 시민들에게 공감받기가 쉽지 않은 말이었다. 전직 판사 출신 변호사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개미 투자자들에게 35억 원대의 주식은 꿈같은 일이다. 국민 눈높이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전 대법관의 옹호에도 불구하고 시민들 눈에는 높기만 하다.

    그 인터뷰를 통해 그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주식 투자는 '남편이 했다'는 것이다. 그러니 헌법재판관 후보자인 자기 아내는 아무 잘못이 없다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그는 주식투자를 통해 부를 쌓고, 아내는 헌법재판관이 되어 사회적 명예와 권력을 갖게 되는 가장 이상적인 소득 상위 20%의 삶을 누리고 싶은 숨은 욕망을 엿보게 했다.

    지난달 말 흑석동 재개발지구 상가건물을 매입한 사실이 드러나 공직에서 물러난 또 다른 남자는 은행 대출 같은 모든 것은 '아내가 했다'고 말했다. 그는 공직에서 물러나는 자리에서도 청와대 입성 후 재개발지구의 상가건물을 25억7000만 원에 매입하게 된 사실에 대해 '아내가 했다'는 것으로 항변했다.

    그 역시 공직에서 물러났을 때 안정적인 수입과 행복한 노후를 보장받는 길을 모색한 것 같다. 25억 원대 상가건물의 재개발로 얻게 될 이익과 세입자로부터 받게 될 고정적인 임대수입 역시 소득 상위 20%의 삶을 보장받게 된다.

    이 두 사건의 공통점은 당사자가 아니라 그들의 '남편' 혹은 '아내'가 했다는 것으로 부부 가운데 한쪽이 면죄부를 갖도록 했다는 점이다. 그러나 냉철하게 들여다보면 부부는 가정공동체 안에서 경제적으로 한 울타리 안에 있는 것이 분명하다.

    '남편'이 혹은 '아내'가 했다 해도 부부 간 포괄적 동의가 있었다고 봐야 한다. 때문에 상대방은 법적으로 책임질 일이 없고 도덕적으로 깨끗하다는 것이 부부 간에 분리가 가능한지에 대해 고민해봐야 할 부분이다. 주식거래를 했든 부동산 매입을 했든 부부가 그를 통한 이익을 향유했거나 할 수 있게 된다면 부부 둘 다에게 책임이 있는 것 아닌가.

    더욱이 '남편이 했다'는 사람과 '아내가 했다'는 사람, 그들 진보 부부를 통해 드러난 부의 축적과정을 보면 실망스러울 뿐이다. 그들 진보 부부의 가정공동체는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정부 아래서 이미 사회적 강자로 진입했다. 반면 적폐를 청산하고 사회대개혁을 외쳤던 노동자와 농민, 도시빈민 등 대다수 저소득층 시민들과 소수자들은 '팽' 당한 기분이기 때문이다.

    (사진=자료사진)

     

    한성안 영산대교수의 글이 잊혀지지 않는다. "남편은 불법을 저지르지 않았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때문에 도덕적 책무까지도 면책되는 진보라면 보수주의와 뭐가 다른가? 역사를 돌이켜 보면 인간들은 정의를 배반한 역사에 분노해 혁명을 일으켰었다. 촛불혁명도 정의를 향한 혁명이었다" 며칠 전 SNS에 올라온 글이다.

    촛불혁명의 주역이었던 원희복 한국진보연대 대표의 말도 떠오른다. "우리가 문재인 정부에 요구하는 것은 적폐청산과 사회대개혁이다. 노동자 농민 도시빈민(촛불의 주역들)은 모두 '팽' 당했다" 지난해 말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그가 했던 말인데, 갈수록 그의 말이 실감난다.

    인권운동가 엘리 위젤은 "우리는 언제나 편을 들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럴 경우 당연히 정의로운 쪽을 편들어야 맞다. 그렇다면 이 같은 상황에서 어느 편을 들어야 하는 걸까. 촛불의 의미를 퇴색시키는 것 같은 현실 앞에서 촛불을 지지하기에 침묵만 하고 있어야 하는 것일까. 엘리 위젤은 말한다. "침묵은 폭력의 주동자를 독려한다"고.

    진보정권의 정치적 행위 특히 인사에서 오류가 발견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진영논리와 내부지형의 변화를 우려해 외면한다면 이 역시 촛불을 든 시민들에 대한 폭력이다. 보수와 다를게 무언가. 이 같은 상황 속에서 '남편이 했다' 또는 '아내가 했다'는 두 사람의 진보를 두고 침묵할 수 있을까. 편들 수 있을까. 잠시 고민이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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