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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비탄 속에서도 희망을 노래하는 파리지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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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칼럼] 비탄 속에서도 희망을 노래하는 파리지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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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성수 칼럼]

    전날 발생한 대형화재로 16일(현지시간) 새벽 첨탑이 사라진 모습의 프랑스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 (사진=파리 AFP/연합뉴스)

    "대성당들의 시대가 찾아왔어
    이제 세상은 새로운 천년을 맞지
    하늘 끝에 닿고 싶은 인간은 유리와 돌 위에 그들의 역사를 쓰지

    돌 위엔 돌들이 쌓이고 하루, 또 백년이 흐르고
    사랑으로 세운 탑들은 더 높아져만 가는데"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Notre-Dame de Paris)'에서 음유시인 그랭구아르가 첫 부분에 등장하면서 노트르담 대성당(Cathédrale Notre-Dame de Paris)을 배경으로 부르는 유명한 '대성당들의 시대(Le Temps Des Cathédrales)'의 한 대목이다.

    이 뮤지컬의 원작은 프랑스의 대문호 빅토르 위고의 동명소설이다.

    소설 '노트르담 드 파리'는 15세기 파리의 노트르담 대성당을 무대로 다양한 인간 군상이 벌이는 사랑과 질투, 증오와 연민의 사건을 통해 19세기 프랑스 사회를 풍자한 작품이다.

    대성당의 종지기로 일하는 못생긴 꼽추 콰지모도와 어여쁜 집시 여인 에스메랄다의 이뤄질 수 없는 사랑과 세속적 욕망에 휩싸여 끝내 파멸하는 사제의 뒤틀린 사랑 등이 낭만주의적이고 장엄하게 그려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위고가 이 소설을 출간한 것은 1831년.

    당시 노트르담 대성당은 프랑스 혁명의 광기로 성당 내 28개 동상 머리가 잘려나가는 등 훼손되고 방치된 상태였고 아예 헐자는 여론까지 일고 있었다.

    위고가 이 성당을 무대로 하고 성당 이름을 제목으로 하는 소설을 쓴 것은 당시 헐릴 위기에 처한 이 성당을 구하겠다는 뜻도 있었다고 한다.

    실제로 노트르담 대성당은 위고의 소설이 큰 인기를 얻으면서 복원의 계기를 마련했다.


    '유리와 돌 위에 쓴 역사'였던 노트르담 대성당을 허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노트르담 대성당은 프랑스 자체라고도 할 수 있다.

    182년간의 대공사 끝에 1345년에 완공된 이후 가톨릭 국가였던 프랑스 정치의 중심이었다.

    노트르담(Notre Dame)이라는 이름은 '우리의 귀부인'이란 뜻으로 성모마리아를 가리킨다.

    영국 왕 헨리 6세의 프랑스왕 즉위식과 프랑스의 구국영웅 잔 다르크의 명예회복을 위한 재심재판, 나폴레옹 보나파르트의 황제 대관식이 열린 곳도 바로 이곳이었다.

    그런 노트르담 대성당이 15일(현지시간) 불탔다.

    수많은 전란을 겪고도 856년 동안 살아남았으나 화재 발생 한 시간여 만에 96미터 높이의 첨탑과 지붕 3분의 2가 잿더미가 됐다.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노트르담 대성당을 "우리의 역사이자 위대한 사건들이 일어난 장소, 우리의 삶 그 자체였다"며 그것이 불타자 "우리의 일부가 불탔다"고 말한 이유이다.

    파리 시민들은 밤 새워 화재현장을 지켜보며 큰 비탄에 잠겼다.

    전 세계인들도 TV와 SNS 등의 실시간 중계와 뉴스속보에서 눈길을 떼지 못하고 안타까움을 금치 못했다.

    우리 국민들도 11년 전 숭례문 화재를 떠올리며 함께 가슴 아파했다.

    다행인 것은 성당에서 가장 귀중한 보물로 꼽히는 '장미창' 대형 스테인드글라스와 성당을 상징하는 전면 쌍둥이 석조 종탑이 무사하다는 점이다.

    이 종탑은 위고의 '파리의 노트르담' 속 콰지모도가 지내던 곳으로 널리 알려졌다.

    또 예수 그리스도가 썼던 것으로 추정되는 가시면류관 등 귀중한 유물도 미리 빼내 화를 면했다고 한다.

    세계인류문화의 큰 유산인 노트르담 대성당의 화재는 분명히 파리 시민에게 큰 재난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파리 시민들은 재난 속에서도 희망을 노래했다.

    화재 당시 노트르담 대성당이 바라보이는 광장에서 수백 명의 시민들이 모여서 기도하는 심경으로 나직하게 가톨릭 성가 '아베마리아'를 함께 부르는 모습이 중계화면에 잡혔다.

    파리 시민들은 화제가 진압된 다음날 저녁에도 노트르담 인근 광장에 모여 노트르담의 앞날을 위해 함께 기도하고 성가를 노래했다고 외신이 전했다.

    시민들이 서로 연대하면서 한 마음으로 기도하고 성가를 부르는 모습은 아름답다.

    노트르담 대성당과 같은 오래된 건물이 값진 것은 건물 자체가 아니라 그랭구아르가 노래한 것처럼 인간이 그 건물의 '유리와 돌 위에 역사를 썼기' 때문이다.

    인간이 세운 건물은 영원할 수 없다.

    언젠가는 낡아서 허물어지거나 이번과 같이 뜻하지 않은 화재로 소실될 수 있다.

    그것을 인간이 연대해서 다시 힘을 모아 세우면 '유리와 돌 위에' 새로 역사를 쓰는 것이 된다.

    함께 기도하고 성가를 부르는 파리지앵들에게서 희망을 본 이유이다.

    노트르담 대성당 복원을 위한 소망은 기부로 이어져 화재발생 하루 만에 1조원이 넘는 기부금이 모아졌다고 한다.

    마크롱 대통령의 말대로 노트르담 대성당이 5년 이내에 더 아름다운 모습으로 재건축돼 세계인의 사랑을 더 많이 받는 인류의 문화유산으로 다시 태어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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