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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거 시작된 산불 피해지역…주민들 건강 '빨간불'



영동

    철거 시작된 산불 피해지역…주민들 건강 '빨간불'

    주민들, 피부염 증상에 정신적 트라우마 호소

    철거작업을 지켜보고 있는 엄기만(80)씨. (사진=유선희 기자)

     

    강원 산불 피해지역에서 철거작업이 본격 진행 중인 가운데 고령자가 많은 피해마을 주민들이 건강에 이상증세를 호소하고 있다.

    이번 산불로 40여 가구 중 절반이 불에 탄 속초시 장천마을은 주민 대다수가 70세 이상 고령자로,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건강이 나빠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17일 취재진이 찾은 장천마을은 철거작업이 시작돼 주민들의 얼굴에는 허탈함과 함께 지친 표정이 역력했다.

    철거 현장에서 만난 주민 어재동(78)씨는 "50년 넘게 살던 보금자리를 다 드러낸다니 한쪽 가슴이 텅 빈 느낌"이라며 "아내와 함께 결혼반지를 찾으려고 샅샅이 뒤졌는데 결국 못 찾았다"고 발을 동동 굴렀다.

    이어 "어제까지만 해도 혈압수치가 정상이었는데 오늘 갑자기 올라 약을 먹어야 한다"며 "일부 주민은 두통에 시달리기도 하고 피부염까지 앓고 있는 등 주민들 건강이 말이 아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주민 박만호(72)씨가 철거가 진행되기 전에 자신의 집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유선희 기자)

     

    장천마을에서 최고령인 엄기호(89) 할아버지는 바람에 날린 잿더미 등에 계속 노출되면서 피부에 문제가 생겼다.

    엄 할아버지는 취재진과 만나 "며칠 전부터 왼쪽 허벅지 쪽이 계속 간지러워 병원을 찾았더니 피부염이라고 했다"며 "오늘 약을 처방받아서 먹을 예정"이라고 힘겹게 말했다.

    이와 함께 정신적인 충격을 호소하는 주민들도 있었다.

    철거가 진행되기 전 집 앞에서 한참을 서성거리고 있던 박만호(72)씨는 "제가 아까 노인정에서 그런 이야기를 했거든요. 여기 화마에 당한 사람들 지금 정신질환자 초기증세 같다고요. 평생을 가꾸던 집과 농기계가 다 타버렸는데 정신이 온전할 수가 있나요" 라며 마을 분위기를 전했다.

    초점 없는 눈으로 자신의 집이 철거되는 모습을 그저 바라만 보고 있던 엄기만(80)씨는 "집을 직접 지으면서 평생 모든 정성을 다 쏟아부었는데 이렇게 허무하게 쓰러져 갈 수 있느냐"며 마른 눈을 연신 비벼댔다.

    장천마을 앞에서 '현장응급의료소'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 (사진=유선희 기자)

     

    현재 속초시는 타 지역과 함께 마을 앞에서 '현장응급의료소'를 운영하고 있다.

    시에 따르면 산불이 발생한 직후부터 지난 16일까지 '현장응급의료소'에 다녀간 주민은 모두 445명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와 별도로 시는 재난심리상담도 지원하며 치료도 진행하고 있다.

    속초시 관계자는 "계속 주민들의 건강상태를 지켜보며 의료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다"며 "주민들이 건강은 물론 마음까지 치유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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