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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5년, 언론은 4월16일을 잊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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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월호 5년, 언론은 4월16일을 잊어선 안 된다

    [노컷 리뷰] KBS1 '저널리즘 토크쇼 J-세월호 5년 그리고 기레기' 편

    KBS1 '저널리즘 토크쇼 J-세월호 5년 그리고 기레기' (사진=방송화면 캡처)

     

    "참, 웃기죠. 진짜 나와서 반성하고 사과해야 할 사람들은 지금도 뻔뻔하게 자기는 잘못 없다고 하고 있어요. MBC 박상후 전국부장 같은 사람은 지금도 따로 나가서 유튜브로 뭐 하잖아요. 그러면서 자기는 잘못한 거 없다고, 더 오히려 이상한 이야기만 하고 있는데, 정작 용기를 내서 결단한 분들은 저희한테 와서 사과를 하고 미안하다고 고개를 숙이십니다."(고 유예은 양의 아버지 유경근 씨, KBS1 '저널리즘 토크쇼 J' 중)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와 함께 수많은 이들이 세상을 떠난 지도 내일(16일)이면 벌써 5년이다. "전원 구조"라는 '오보'로 시작된 그 날의 참혹함과 언론에 대한 사람들의 불신이 얼마나 큰 지는 '기레기(기자+쓰레기)'라는 말이 여전히 존재함에서 알 수 있다. 언론은 여전히 믿지 못할 곳임을 짐작할 수 있다. KBS1 '저널리즘 토크쇼 J'에서는 세월호 참사 5주기를 맞아 '기레기는 사라졌는지'에 관해 물었다.

    모든 언론에서 "전원 구조"라고 전하는 말에 안도했던 것도 잠시, 5년 전 사람들은 방송을 통해 눈앞에서 가라앉는 거대한 세월호의 모습을 실시간으로 지켜봤다. 동시에 아무것도 하지 않는 정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스스로에 절망을 느끼고 자책했다.

    KBS1 '저널리즘 토크쇼 J-세월호 5년 그리고 기레기' (사진=방송화면 캡처)

     

    KBS1 '저널리즘 토크쇼 J'는 지난 14일 방송에서 망가진 저널리즘을 돌아보는 계기가 된 '세월호 참사'를 주제로 다뤘다. "전원 구조" 오보 이후 언론은 구조된 아이들에게 카메라를 들이대고, 구조에 참여한 생존자를 '미담의 주인공'으로 만드는 데 급급했다. 심지어 참사 당일 희생자 보험금에 대해 다루는 언론도 있었다.

    정작 비판해야 할 대상인 '정부'보다 살아남은 세월호 선장과 세월호의 실질적 소유주인 청해진해운의 유병언 일가에 대해 보도가 쏟아지기도 했다. 2014년 7월 25일 '국정원 지적사항' 문건을 발견한 유가족 기자회견이 예정돼 있었지만, 이날 유병언 씨 장남 유대균 씨가 검거되면서 온 언론은 '유대균 검거' 소식을 집중해 보도했다. 유가족의 기자회견은 다 묻혀버렸다.

    국민의 시선을 돌리고 사건의 본질을 흐리는 보도는 계속 이어졌다. 유가족의 조급증이 민간 잠수부를 사망으로 몰아갔다는 보도, 사고 생존자인 단원고 2학년 학생들이 대학 입학에 특례를 받는다는 등 세월호 피해자에 대한 악의적 보도도 이어졌다.

    KBS1 '저널리즘 토크쇼 J-세월호 5년 그리고 기레기' (사진=방송화면 캡처)

     

    모두 '기레기'라 불렸던, 그리고 지금도 불리고 있는 언론이 만들어 낸 '보도'때문이었다. 언론의 보도가 만들어 낸 프레임 속에서 세월호는 정치적이고 유가족의 욕심으로 불리게 됐다. '순수 유가족'이라는 단어까지 등장하며 침몰 당시 오보로 상처 준 언론은 그 상처를 더 크게 벌리고 파헤쳤다.

    정부와 언론에 대한 불신과 세월호 참사를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국민들은 결국 촛불을 들고 직접 나섰다. 믿을 수 없는 '기레기'를 대신해 '국민'이 나서기로 한 것이다.

    지난 2017년 자신을 반성하고 공정언론을 위해 투쟁하겠다며 KBS와 MBC도 파업에 나섰다. 당시 고 유예은 양의 아버지 유경근 씨는 KBS와 MBC를 비롯한 언론에 다음과 같이 말했다.

    "망가져 버린 언론의 피해자는 여러분(KBS, MBC 구성원)이 아니라 바로 국민들, 예은이 아빠인 나이기 때문입니다. 진도 체육관에서, 팽목항에서 나를 두 번 죽인 건 여러분의 사장이 아니고 그 현장에 있던 바로 여러분(기자들)이었습니다. (중략) 제가 파업을 지지하는 건 여러분들이 쾌적한 환경에서 편하게 근무하라는 게 아니라 바로 내가, 또다시 죽고 싶지 않아서, 내가 언론 때문에 또 다른 고통을 받고 싶지 않아서입니다. (중략) 여러분들의 파업을 적극 지지합니다. 공정언론을, 언론의 독립성을 대통령이 만들어주고 국회가 만들어주는 게 아니라, 여러분들이 양심을 걸고, 여러분들의 삶을 내 걸고 언론의 독립성을 따내야만, 대통령이 누가 되든, 여당이 누가 되든, 여러분의 사장이 누가 되든, 끝까지 언론의 독립성을 지켜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의 힘으로 여러분이 바라는 그 언론을 따내야만, 여러분 틈바구니 속에 기레기가 단 한 마리라도 숨어들 수 없기 때문입니다."(유경근 4.16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 2017년 9월 8일 '돌아오라! 마봉춘(MBC) 고봉순(KBS)-KBS와 MBC를 국민의 품으로' 중)

    KBS1 '저널리즘 토크쇼 J-세월호 5년 그리고 기레기' (사진=방송화면 캡처)

     

    당시 누구보다 언론에 상처를 받은 유경근 씨는 그런데도 언론사의 파업을 지지하고 공정방송으로 돌아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렇게 다시 2년이 흐른 지금 유경근 씨는 "(진상 규명에 대해) 아직까지도 유가족들의 주장이라고만 보는 시각이 언론사 내에 굉장히 크다. 그러면서 도대체 무엇을 반성한다고 하는 것인가 질문을 안 할 수가 없다"라고 반문했다.

    기자들의 반성문이 이어졌고, 국민들의 마지막 남은 믿음에 기대어 언론사의 파업이 진행됐다. 불신 속에서도 언론을 위해 남은 희망을 걸어 준 국민에게 언론은 5년 전 그때와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을까.

    '저널리즘 토크쇼 J'는 언론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 냉소는 이해하지만 냉소가 무관심으로 이어진다면 국민을 위한 '공정방송'은 없을 수 있다고 말한다. 지난 세월 쌓여온 냉소와 불신을 지금 당장 해소하기는 어려운 게 사실이다.

    지금도 이 사회의 거대 권력이 얽히고설킨 '고 장자연 사건'과 '김학의 사건' 등은 의혹으로만 남아 있다. 여전히 피해자를 위한 진상 규명은 과거에 머물러 한 발자국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과연 지금도 언론은 진상 규명을 위해 제대로 보도에 나서고 있을까, 보도해야 할 것을 뒤로 제쳐두고 다른 것에 집중하고 있지는 않을까, 스스로에게도 언론에게도 묻지 않을 수 없다.

    KBS1 '저널리즘 토크쇼 J-세월호 5년 그리고 기레기' (사진=방송화면 캡처)

     

    적어도 언론에 대한 무관심이 지금보다 더 커지지 않으려면 결국 '언론'과 '기자'가 노력해야 한다. 5년의 세월이 지났지만 5년 전보다 나아졌다고 말하기 어려운 언론 현실에 대해 다시금 반성하고, 기자 개개인이 달라지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5년 전 그날, 2014년 4월 16일을 잊지 말고 기억해야 한다는 것이다. 저널리즘도, 언론도 가라앉은 그 날, 국민에게 언론과 기자의 민낯을 드러낸 그 날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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