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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신의 한수 '막판 504표차 1대1', 아전인수는 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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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칼럼] 신의 한수 '막판 504표차 1대1', 아전인수는 금물

    [구성수 칼럼]

    (사진=연합뉴스)

     

    504표차로 1대1

    4.3 보궐선거 개표결과이다.

    1대1은 여러 경우의 수 가운데 하나였지만 이렇게 근소한 표차로 되리라고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개표과정도 드라마틱했다.

    창원 성산구에서는 개표 막판까지 자유한국당 후보가 줄곧 앞서나가 일부 방송에서는 2대0이 유력하다고 보도했다.

    정의당에서는 패배한 것으로 보고 기자들에게 1년 뒤를 기약하겠다는 문자까지 보냈다고 한다.

    그런데 개표 99.98%의 막판에 대역전극이 일어나면서 결국 504표차로 정의당 후보가 당선됐고 결국 1대1로 끝났다.

    정의당은 물론 정의당과 함께 단일후보를 낸 더불어민주당으로서는 가슴을 쓸어내리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자유한국당으로서는 다 잡은 물고기를 놓친 것 마냥 크게 아쉬워했으리라.

    이번 보궐선거는 두 석을 놓고 치러졌지만 역대 어느 선거보다 치열했다.

    자유한국당에서 황교안 체제가 갖춰진 뒤 보수 진영과 진보 진영이 처음으로 일합을 겨룬 것으로 1년 앞으로 다가온 총선까지 정국의 주도권을 누가 잡느냐가 판가름 나는 중요한 선거였다.

    여야 각 당이 사활이 걸린 것처럼 지도부가 총출동해 아예 현장에서 숙박까지 하면서 선거전을 치른 이유다.

    그런 만큼 선거결과가 어느 한 쪽으로 기울어 2대0이 됐다면 패배한 당은 치명상을 입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승리한 당은 기고만장해 다른 당을 깔아뭉개며 정국을 이끌어갔을 것이다.

    그런 결과는 승리한 당과 그 지지자에게는 경사일지 모르지만 우리 정치와 국민에게는 큰 불행이다.

    그런 불행을 막은 '막판 504표차 1대1'이란 선거결과는 정말 신의 한수와 같이 절묘했다.

    인위적으로는 절대 만들어 수 없는 결과를 투표로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국민의 힘을 느낀다.

    이번 선거결과는 보는 이에 따라 자기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실제로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창원 성산에서 504표 차로 정의당이 이긴 뒤 "민주당과 정의당 공동의 승리이자 미래를 선택한 시민의 승리"라는 평가를 내놨다.

    통영·고성에서 한국당이 크게 이긴 것에 대해서도 민주당은 불모지에서 약진한 것으로 큰 의미를 부여했다.

    반면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이번 선거결과에 대해 "국민이 이 정부에 대해 엄중한 심판을 내린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 곳에서는 압도적으로 이겼고 또 다른 선거구에서는 매우 어렵다고 한 상황에서 출발했지만 마지막까지 박빙의 승부를 겨뤘다"는 것이다.

    이런 평가는 선거 결과의 한 면을 조명한 것이긴 하지만 다분히 각자의 입장에서 아전인수식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아전인수(我田引水)는 자기 논에만 물을 대려는 행동으로, 자기에게만 유리하게 해석하고 행동하는 태도를 말한다.

    이번 선거결과에 대한 여야의 이런 아전인수식 태도에서는 국민이 바라는 변화를 기대하기 힘들다.

    민주당은 민주당 대로, 한국당은 한국당대로 지금까지 걸어왔던 길이나 방식에 변화를 주지 않고 계속 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일 것이다.

    이것은 국민이 만들어 준 변화를 도모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포기하는 것이다.

    정치를 혐오하게 하는 여야의 극한 대립과 갈등을 앞으로도 계속 지켜봐야 하는 것은 국민에게 끔찍한 일이다.

    국민은 여와 야가 어느 한쪽으로 기울어지지 않은 보수와 진보의 건강한 두 날개로 한국 정치를 이끌어 가기를 바란다.

    그래서 이번에 여와 야 어느 한편의 손을 들어주지 않고 앞으로 1년 동안 변화를 통해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 기회를 줬다고 할 수 있다.

    여야 모두 이번 선거결과의 의미를 겸허히 받아들이고 국민이 진정으로 바라는 변화의 계기로 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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