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배너 닫기

전체메뉴보기

독립운동가 고통 새겨진 뤼순감옥



문화 일반

    독립운동가 고통 새겨진 뤼순감옥

    • 2019-03-25 07:31

    방문객들 징벌실·고문기구 둘러보며 수감자 고초 공감
    4월까지 보수공사…한국 관련 시설은 요청시에만 개방

    뤼순일아감옥구지 건물 내부에는 당시 재소자들을 고문하는 데 쓰였던 기구 모형이 전시돼있다. (사진=연합뉴스)

     

    일제시대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를 암살한 안중근 의사를 비롯해 다수의 독립운동가가 고초를 겪었던 중국 랴오닝성 다롄(大連) 인근의 뤼순(旅順)감옥.

    해방 이후 한동안 방치됐던 이곳은 현재, 뤼순 지역 정부에 의해 당시 수감생활을 보여주는 유물·유적을 전시하고 항일운동을 하다 투옥된 지사들을 기리는 뤼순일아감옥구지(旅順日俄監獄舊址) 박물관으로 운영되고 있다

    최근 찾아간 뤼순감옥은 무료로 개방 중이었는데, 평일 낮인데도 매시간 10~20명 정도가 입장할 정도로 발길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었다.

    대다수가 중국인인 관람객들은 직원의 설명을 들으며 약 30분간 감옥 시설을 둘러봤다.

    관람객 행렬을 따라 3층짜리 감옥 건물 안으로 들어서자 복도 양옆으로 한 칸에 10~15㎡ 정도 크기의 감방이 쭉 배치돼 있었다.

    안내원의 설명에 따르면 재소자 7~8명이 한방을 썼는데, 감방은 여름철 더위와 겨울철 추위에 그대로 노출돼있었다고 한다.

    재소자들은 겨울에도 얇은 죄수복을 입고 짚신을 신은 채 생활했고 난방이 안 되는 바닥에서 잠을 자야 했다는 것이다.

    방 안에 빛을 차단한 암방(暗房)은 징벌실 역할을 했다고 한다. 재소자를 고문하는데 쓰였던 각종 기구 모형들도 전시돼 있었다.

    특히 이번 동절기 관람객들에게 공개된 전시물 가운데는 안 의사가 수감됐던 6㎡ 남짓 크기의 독방도 있었다.

    독방 앞에는 한국어와 중국어·영어·일본어 등으로 안 의사에 대해 소개하는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

    창밖에서 안을 들여다볼 수 있었는데, 침대와 함께 자서전인 '안응칠 역사'와 '동양평화론' 등을 집필한 책상이 놓여있었다.

    관람 경로에는 안 의사의 사형집행 장소였음을 알리는 '안중근 의사가 의로운 죽음을 맞이한 곳'(安重根義士就義地)도 있었는데, 일반 관람객에게는 개방되지 않아 표지판만 볼 수 있었다.

    직원에게 문의 결과 "지난해 11월부터 4월까지 보수작업을 하기 때문에 일반에 비공개 상태"라면서 "여름에는 문을 열 것"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주 다롄 한국 영사출장소 관계자는 "동절기에는 관리 직원이 적다"면서 "무료인 데다 방문 인원도 많아 관리가 안되다 보니 한국 관련된 부분은 닫아두고 방문객 요청시 열어주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박물관 측의 양해를 구해 안 의사의 순국 장소와 '뤼순의 국제지사들' 전시실 등 한국 관련 장소를 둘러볼 수 있었다.

    안 의사 순국 장소의 흉상 앞에는 조화가 놓여있었고, '국가안위 노심초사'(國家安危 勞心焦思) 등 안 의사의 붓글씨가 전시돼 있었다.

    특히 안 의사의 처형 장소를 그 당시와 최대한 가깝게 복원해 놓은 곳은 보는 이를 숙연하게 했다.

    또 뤼순에서 순국한 한국인 독립운동가들의 생애와 업적을 전시한 '뤼순의 국제지사들' 전시관에는 안 의사 이외에도 민족사관을 수립한 단재 신채호, 신흥무관학교 등에 관여한 우당 이회영 등의 흉상과 항일운동 사료가 전시돼 있었다.

    독립운동 자금 마련 활동 중 일제에 붙잡힌 신채호는 1930년 징역 10년형을 선고받고 뤼순감옥에서 복역하다 1936년 2월 21일 뇌일혈로 옥중 순국했다.

    일가족이 전재산을 팔아 독립운동을 한 것으로 유명한 이회영은 1932년 만주에 연락근거지를 확보하고 지하공작망 조직을 위해 다롄으로 가던 중 밀정의 밀고로 일본 경찰에 검거됐고, 이후 다롄 수상경찰서에서 고문 끝에 숨졌다.

    전시실에는 또 1932년 일본 관동군 사령관 등에게 폭탄을 던지려다 거사 직전에 발각된 최흥식, 유상근 의사에 대한 설명도 전시돼있다.

    전시물은 "만약 한 민족이 역사에 대한 철저한 반성과 이해가 없다면 영원히 생명력을 잃게 될 것이다"는 문구가 적힌 게시물과 함께 끝을 맺었다.

    박물관에서 만난 관람객 이 모씨(27)는 "한국인이라면 당연히 와봐야 한다고 생각했다"면서 "추운 날씨에 난방이 안 되는 감옥에 있으면서 고문까지 받은 독립투사를 생각하면 가슴이 아팠다"고 말했다.

    이 시각 주요뉴스


    Daum에서 노컷뉴스를 만나보세요!

    오늘의 기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댓글

    투데이 핫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