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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엄마, 내일 아침 먹을 빵이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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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칼럼] 엄마, 내일 아침 먹을 빵이 없어요……

    [조중의 칼럼]

    위 사진은 기사와 관련이 없음 (사진=자료사진)

     

    두 모녀는 25만원의 돈으로 한 달을 살아야 했다. 월세를 내고나면 빵을 살 돈이 없었다. 양식을 구하지 못하면 당장 굶어야 했다. 주린 배를 채우려면 도둑질을 하거나 구걸을 나서야 하지만 그럴 배짱도 힘도 없었다. 막막한 절망과 쓰라린 비탄에 빠져 이제 사느냐 죽느냐를 고민해야 했다.

    이 이야기는 지난 1월 3일 서울 중랑구에서 월세를 살던 모녀가 죽음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한 실제 사건이다. 치매를 앓던 80대 어머니와 50대 딸은 기초연금 25만원 외에는 어떤 정부지원금도 받지 못했다. 두 모녀는 죽음 말고는 달리 선택할 여지가 없었다. 그런데 50대 딸은 왜 노동을 해서 생계비를 벌지 못한 것인가. 그 이유는 뒤에 알게 된다.

    올 들어 빈곤으로 내몰린 일가족 동반자살 숫자가 여섯 가족 20명에 이르렀다. 사망 전 극적으로 발견된 일가족 3명까지 더하면 무려 23명이다. 어쩌다가 이렇게 된 걸까.

    3월 13일, 부산의 한 빌라에서 가정 형편을 비관하는 유서를 남긴 일가족 3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30대 부부와 5개월 된 아들이었다. 6일에는 충남 공주시 한 단독주택에서 일가족 4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역시 30대 부부와 2명의 아들이었다.

    2월 25일, 전남 여수의 한 리조트에서 일가족 4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50대 부부와 20대 딸, 10대 아들이 나란히 생을 마감했다. 2월 7일에는 충남 천안의 다세대주택에서 일가족 3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1월 24일, 서울 강서구 화곡동 한 아파트에서 일가족 4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40대 부부와 10대 아들과 딸이었다. 1월 15일에는 경기도 부천에서 일가족 3명이 가스를 흡입해 자살을 기도했다가 마트 주인의 신고로 극적으로 구조됐다. 1월 3일에는 앞서 이야기했던 서울 중랑구 한 월세방에서 모녀가 숨진 채 발견됐다.

    줄 잇는 일가족 동반자살의 원인은 거의가 절대빈곤 때문이다. 지난달 21일 발표된 통계청 '2018년 4분기 가계동향조사'를 보면 충격적이다. 우리나라 전체 가구의 월평균소득은 461만원이지만 소득하위 20% 구간은 123만8000원에 그쳤다. 소득하위 계층은 우리나라 전체 가구의 월평균소득보다 무려 337만2000원이나 적었다. 반면 소득상위 20% 구간의 월평균소득은 932만4000원이었다. 소득하위 계층보다 808만6000원이나 많은 것이었다.

    하위가구의 소득이 급감한 것은 근로소득과 사업소득이 모두 감소했기 때문으로 나타났다. 이들이 일할 수 있는 자리도 크게 줄어들었다. 지난해 4분기 임시 일용직은 15만1000명, 직원 없는 자영업자는 8만7000명이 각각 줄었다. 그 직격탄을 소득하위 가구가 몽땅 맞은 것이다.

    더 심각한 것은 소득하위의 가구주 가운데 일이 없어 놀고 있는 무직자 비중이 55.7%나 된다는 것이다. 가구당 취업인원수는 0.64명에 그쳤다. 저소득층 가구는 시간이 갈수록 소득과 일자리가 동시에 줄어들면서 절대빈곤으로 추락하고 있음이 여실히 드러났다. 중랑구 월세방 모녀의 동반자살을 이해할 수 있는 열쇠가 여기에 있다. 50대의 딸은 일을 하고 싶었지만 일할 곳을 얻지 못한 것이다.

    이 같은 현상은 불길한 암호가 분명하다. 소득하위 계층의 재산은 바람 빠진 풍선처럼 쪼그라들지만 소득상위 계층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것에 대한 위험 신호다. 빨간 경고등이 켜진 것이다. 그런데도 모두의 눈에는 이상할 만큼 경고등이 보이지 않는 것이다. 극단적 선택이 늘어나고 통계와 지표가 명확한데도 우리 사회는 무관심하다. 종교인도, 시민단체도, 인권기관도 마찬가지다. 정부, 국회, 여야 정당 모두 똑같다.

    왜 그럴까. 사회 주류를 형성하고 있는 이들 대부분이 소득상위 20%에 살고 있거나 최소한 월평균소득 461만원의 지대에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들 눈에는 소득하위 20%, 그러니까 월평균소득이 123만8000원에 그치는 빈곤계층, 그 중에서도 끼니걱정을 해야 하는 절대빈곤층은 보이지 않는 것이다. 이것이 우리 사회의 냉혹하면서도 비참한 현실이다.

    그렇거나말거나 오늘도 TV와 신문과 인터넷은 연예인과 정치인들의 성(性) 스캔들과 여야의 낯 뜨거운 정쟁, 여론조사, 치정에 얽힌 살인사건 등을 자극적이고도 선정적으로 보도하는데 열을 올리고 있다. 내일 아침 먹을 빵이 없어 잠 못 드는 일가족들에게는 가진자들의 배부른 이야기일 뿐이다. 그들을 위한 뉴스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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