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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 뺑소니가 앗아간 신문 배달원 동생이 눈을 뜬다면…



사건/사고

    음주 뺑소니가 앗아간 신문 배달원 동생이 눈을 뜬다면…

    사고현장서 동생 오토바이 본 형 억장
    60일 넘게 혼수상태로 중환자실 입원
    도주후 검거된 상근 예비역 헌병 송치
    도주 우려 없어 영장 기각…가족 반발
    병간호로 지친 가족 "수사 상황 몰라"

    김태환(56)씨 첫째형 김태수(62·오른쪽) 둘째 김태형(59·왼쪽).

     

    형의 소원은 동생이 깨어나는 것이다. 중환자실에 누워 있는 동생의 곁을 지킨지 60일을 넘겼다. 깊어지는 겨울 신문 배달에 나섰던 동생이 음주운전 뺑소니를 당하면서 가족의 삶도 얼어붙었다.

    ◇마지막이 된 신문 배달

    지난 1월 10일 자정 무렵, 전북 전주시 완산구 효자동 한 사거리. 오토바이를 탄 채 신호를 기다리고 있었던 도내 한 신문사 배달원 김태환(56)씨에게 아반떼 차량이 돌진했다.

    태환씨는 오토바이에서 튕겨져 나왔고, 사고 충격으로 주차된 차량 3대가 파손됐다.

    태환씨는 전북대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아반떼 운전자 A(22)씨는 도주했다.

    A씨는 이튿날 도주 경로를 파악한 경찰에 검거된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결과 A씨는 전역을 앞둔 상근 예비역이었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술에 취한 채 차를 몰다 사고를 냈다. 무서워서 도망갔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도주치상) 위반 혐의로 A씨를 군 헌병대에 송치했다.

    김태환 씨 모습(왼쪽)

     

    ◇남겨진 가족의 슬픔

    "사고 소식을 듣고 동생이 아니길 바랐는데…. 사고 현장에서 동생이 타고 다닌 노란색 오토바이를 보고는 하늘이 무너지는 것처럼 마음이 아팠습니다."

    30년 전 동생과 함께 신문 배달에 나선 형 김태형(59)씨가 말했다.

    태환씨의 사고는 가족들의 삶도 바꿨다. CBS노컷뉴스 인터뷰에 응한 14일에도 꼬박 밤을 새운 태형씨는 낮까지 이어지는 병간호로 수척해 보였다.

    "지금 동생이 깨어나는 것밖엔 바라는 게 없다"고 형은 말했다.

    김태환 씨 병원 소견서.

     

    태환씨는 '의식 반혼수'라는 진단을 받았다.

    사지 마비와 4차례의 머리 수술로 인한 통증을 견디고 있다. 또 턱과 갈비뼈, 엉덩이 수술이 태환씨를 기다리고 있다.

    산소호흡기를 단 태환씨의 식도에는 죽이 들어가는 관이 꼽혀 있다.

    사고 당시 태환씨는 운전면허가 없는 상태에서 오토바이를 몰다 변을 당했다고 한다.

    헬멧도 착용하지 않은 것 같다는 태형씨는 "동생에게 신문 배달은 생계였다"고 아쉬워했다.

    ◇가족들 사과, 정보 공개 요구

    계절은 봄이 왔으나 마음은 차갑기만 하다.

    군에서 조사를 받던 상근예비역 A씨에게 구속영장이 신청됐지만 '도주 우려가 없다'며 기각됐다.

    태환씨 가족은 반발하고 있다. 가족이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린 글에는 "세상에 이런 군사재판이 있느냐"고 호소했다.
    김태환 씨 가족이 올린 청와대 국민청원.

     



    A씨는 이달 초 전역했고, 민간인 신분으로 전주지검에서 조사를 받고 있다.

    전주지검 관계자는 "진행 중인 수사 내용을 공개하기 어렵다"고 했다.

    병상에 누운 동생 앞에서 태형씨는 답답하다며 입을 뗐다.

    "누구라도 동생 병문안 온 사람이 없어요. 살았는지 죽었는지 궁금해하는 전화는 있더라고요…."

    시간이 멈춘 가족들은 태환씨의 의식이 돌아오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가해자의 사과와 세심한 수사 상황을 전달 받기를 염원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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