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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관순 열사 말고는 3.1 운동에 대해 아는 게 없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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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관순 열사 말고는 3.1 운동에 대해 아는 게 없다면?

    [노컷 인터뷰] KBS 3.1 운동 100주년 특집 페이지 기획한 성재호 팀장
    1919년 한 해 동안 일어난 독립만세 운동 지도 공개
    각 인물 연결도로 3.1 운동 확산 흐름 확인 가능
    "어떤 데이터 선택하느냐가 가장 중요… 분석, 정리 통해 숨겨진 사실 발굴"
    "3.1 운동 인물과 사건 큰 얼개를 손쉽게 볼 수 있도록 노력했다"

    KBS 데이터저널리즘팀은 21일 '3.1 운동 100주년 특집 페이지-3.1 운동 100년, 대한민국의 뿌리가 되다'를 공개했다. 사진은 만세 지도 (사진=KBS 3.1 운동 100주년 특집 페이지 캡처)

     

    권동진, 권병덕, 길선주, 김병조, 김완규, 김창준, 나용환, 나인협, 박동완, 박준승, 박희도, 백용성, 손병희, 신석구, 신홍식, 양전백, 양한묵, 오세창, 오화영, 유여대, 이갑성, 이명룡, 이승훈, 이종일, 이종훈, 이필주, 임예환, 정춘수, 최린, 최성모, 한용운, 홍기조, 홍병기. 서울 종로 태화관에서 모여 "조선은 독립국가이며 조선인은 자주국민이다"라는 독립선언문을 낭독한 민족 대표들의 이름이다.

    우리는 역사 시간에 3.1 운동의 불을 지핀 이들을 '민족 대표 33인'으로 배웠다. 하지만 충남 천안 독립기념관에 소장된 민족 대표 33인 그림을 보면 29명만이 그려져 있다. 당시 길선주, 김병조, 유여대, 정춘수 4명은 1919년 3월 1일 지방에 머물며 그 지역의 독립운동을 이끄느라 서울에 올라오지 못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3.1 운동은 1919년 3월 1일 하루만 진행된 것이 아니었다. 누적 시위 1921건, 누적 시위 참여자 121만 1978명에 이르며, 한반도 전역을 뒤흔든 민족 최대의 운동이었다. 하지만 3.1 운동 하면 유관순 열사만 떠올리는 사람이 대부분일 정도로, 3.1 운동은 많은 이들에게 자세히 알려지지 않았다.

    KBS 데이터저널리즘팀은 우리 역사상 가장 위대한 민족운동으로 꼽히는 3.1 운동을 제대로 아는 사람이 드물다는 점에 주목했다. 한눈에 손쉽게 각종 사료와 정보를 볼 수 있는 인터랙티브 사이트를 기획했고, 그 결과물인 '3.1 운동 100주년 특집 페이지-3.1 운동 100년, 대한민국의 뿌리가 되다'를 21일 공개했다.

    메뉴는 '3.1 운동 100년', '만세 지도', '100년 전 우리 동네', '이렇게 퍼졌다', '얼마나 아세요?', '영상 증언' 등 크게 6가지로 나뉘어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만세 지도'다. 1919년 한 해 동안 한반도 안에서 일어난 독립만세 운동(시위, 철시, 파업, 휴업 등) 1967건을 모두 표시한 지도를 공개했다. 일자별 시위 발생지와 누적 시위 참여자, 순국자 수(추정치)를 볼 수 있다.

    '이렇게 퍼졌다'는 3.1 운동이 어떻게 전국적으로 확산했는지를 알 수 있는 코너다. 인물을 더블클릭하면 이름, 출생지, 활동 지역, 관련 사건, 해당 인물과 관련된 인물들이 시각화된 자료로 정리돼 펼쳐진다.

    '100년 전 우리 동네'에서는 각 지역의 시위 횟수, 총 시위 참여자, 총 사망자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사진=KBS 3.1 운동 100주년 특집 페이지 캡처)

     

    또한 KBS 데이터저널리즘팀은 3.1 운동 당시 조선총독부와 헌병대 사령부가 만세 시위 도중 숨진 사람들의 이름과 주소 등을 적은 사망자 연명부를 작성했다는 것을 사상 처음으로 확인했다. 이밖에도 독립운동가들의 생전 KBS 인터뷰 영상, 해방 이후인 1946년 3.1 운동 경축식 장면 등 희귀한 자료들을 이 페이지에서 볼 수 있다.

    '3.1 운동 100주년 특집 페이지-3.1 운동 100년, 대한민국의 뿌리가 되다'를 기획·취재한 KBS 데이터저널리즘팀 성재호 팀장은 22일 CBS노컷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파편화된 자료를 한꺼번에, 좀 더 쉽게 볼 수 있게 만들어 보자는 데서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 머릿속에 있는 3.1 운동에 대한 정보는 유관순 열사, 3월 1일에 파고다 공원에서 만세를 불렀다 정도가 다이지 않나"라며 "100주년이지만 (3.1 운동에 관해) 우리에게 남겨진 과제가 있다는 걸 데이터와 특집 사이트를 통해 얘기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성 팀장은 "3.1 운동 인물과 사건의 큰 얼개를 볼 수 있다"며 "많이 봐 주셨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다음은 성 팀장과의 일문일답.

    ▶ 3.1 운동 100주년 특집 페이지를 기획하게 된 계기는.

    2015년에 삼일절 아이템으로 '100년 전 기억을 기록하다'라는 다큐멘터리를 한 적이 있다. 그걸 하면서 3.1 운동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다. 3.1 운동 기록을 국가보훈처, 독립기념관 등에서 여러 가지 잘 정리하고는 있지만 이게 파편적으로 나뉘어 있다. 그럼 저희가 아예 3.1 운동 전체를 한눈에 손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특집 사이트를 만들어보는 게 어떨까 해서 기획하게 됐다. 기존에 나온 가장 방대한 저서들을 중심으로, 하나하나 사건과 관련 인물을 엑셀로 정리해 나갔다.

    왜냐하면 우리는 3.1 운동을 잘 모르기 때문이다. 유관순 열사, 3월 1일에 파고다 공원에서 만세 불렀다… 우리 머릿속에 있는 3.1 운동에 대한 정보는 그게 다이지 않나. 기미년(1919년) 내내 전국적으로 지속해서 얼마나 많은 사람이 희생됐는지를 모른다.

    올해로 100년이 됐지만 3.1 운동에 대해 우리에게 남겨진 과제가 있다. 그때 목숨을 잃었던 분들에 대해서 한 번도 제대로 희생자 조사를 해 본 적이 없다는 것이다, 해방 이후로. 일본은 시위 현장에서 총칼로 죽였다고 한 인원을 553명이라고 집계했는데, 우리는 그 553명을 이름이라도 다 밝혀내고 훈장이라도 드렸느냐? 그러지 못했다. (조사)해 봤더니 300명 수준이었다. 나머지 200여 명은 미상인데, 최소한 일본의 집계치까지는 채워야 할 것 아닌가. 그래서 이 부분에 집중했다.

    일본이 1919년에 3.1 운동으로 인한 사망자, 부상자의 이름과 주소, 나이, 성별 등을 적은 명부를 만들었다는 것을 처음 밝혀냈다. 지금은 사라져서 못 찾고 있는데, 이게 학계에서도 한 번도 문제제기된 적이 없었다. 저희도 일본에서 찾아보고는 있는데 쉽게 나오진 않더라. 이처럼 우리에게 남겨진, 어떻게 보면 부끄러운 과제가 있으니 데이터나 특집 사이트를 통해 얘기하고 싶었던 거다.

    KBS 데이터저널리즘팀 성재호 기자 (사진=전국언론노동조합 제공)

     

    ▶ 내용이 방대해 제작 기간이 오래 걸렸을 것 같다. 언제부터 준비했나.

    실제로 착수한 건 (지난해) 10월 중순 정도다. 데이터를 모으기 시작한 건 11월부터고, 데이터를 모아 정리하는 데 석 달 정도 걸렸다. 12월부터 개발에 들어갔다. 이런 것들이 정말 정신없었다. (웃음)

    ▶ 인터랙티브 서비스를 만들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인지.

    가장 최근에 겪었던 건 사이트 만들었을 때 나오는 기술적인 버그였다. 저는 잘 모르는 분야이긴 하지만, 그런 걸 경험하는 게 색달랐다. 제일 어렵고 지금도 어려운 것은 데이터베이스를 만드는 과정이다. 책 하나하나 한 줄 한 줄 분석해서 하나의 사건, 연관된 인물, 그 인물의 판결문과 고문록을 다 찾아서 연결시켜 놓았다. 저희가 최종적으로 정리한 파일을 보면 사건과 인물로 나뉜다. 인물 파일은 사람 이름뿐 아니라 한자, 사건, 고문록, 판결문까지 다 연결돼 있다. 그렇게 데이터를 구축하는 데 가장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었다.

    그렇다면 저희가 이걸 왜 공개하느냐. 어쨌든 역사를 분석하고 정리할 때는 주관과 기준이 개입될 수 있는 건데, 열려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봤다. 자료에 심각하게 문제가 있다면 알려 달라, 그럼 저희가 반영해서 바꾸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셈이다. 어떻게 지금의 수치와 내용이 나왔는지를 궁금해하실 테니, 이걸 공개해서 열려 있는 자세로 의견을 받겠다는 의미다.

    ▶ 데이터저널리즘팀은 언제 만들어졌나. 규모는 어느 정도인지도 궁금하다.

    본격적으로 시작된 거는 2014년 정도로 보시면 된다. 5년 남짓 됐다. 아직도 가야 할 길이 멀다. 중앙일보라든지 후발주자들도 워낙 잘하고 열심히 해서 저희도 많이 긴장하면서 하고 있다. 앞으로 비전을 갖고 (조직을) 확대하면서 일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 그런데 여전히 기자들은 데이터저널리즘에 대해 낯설어하고 조금 두려워하는 것 같다. 개발자, 디자이너분들도 충원하겠지만 이걸 기획하고 콘텐츠를 채워갈 기자들이 합류했으면 좋겠는데 아직까진 그런 부분들이 조금 아쉽다.

    (사진=KBS 3.1 운동 100주년 특집 페이지 캡처)

     

    ▶ 데이터저널리즘팀에서 일하면서 느낀 보람과 성취를 알리면 관심을 가지는 분들이 늘지 않을까.

    데이터를 분석하고 정리하는 데 그친다면 그게 저널리즘은 아닐 것이다. 어떤 데이터를 선택하느냐가 가장 중요하다. 두 번째는 이 데이터를 정리, 분석함으로써 그 안에 숨겨져 있는, 혹은 누군가가 숨기고자 하는 사실이 드러난다는 거다. 물론 (자료를) 시각화해 손쉽게 보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동시에 우리가 몰랐던 이야기를 발굴하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 데이터를 한꺼번에 모아보고 분석하면 그런 것들이 드러나더라. 그동안 저희 팀에서는 석면, 교통사고, 메르스 지도 등 무거운 주제를 꾸준히 다뤄왔다. 메르스 지도를 예를 들면, 시각화해서 보면 어디가 중심인지가 바로 보인다. 이런 점에서 데이터저널리즘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 마지막으로 3.1 운동 100주년 특집 페이지와 관련해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많이 봐 주셨으면 좋겠다. 사실 이 비슷한 작업을 여러 기관에서도 했지만 이용자 친화성이 부족한 편이다. 이런 서비스를 받는 독자, 시청자, 네티즌들이 어떡하면 쉽게 접근하고 이해할 수 있는가를 고민하는 곳이 언론사 아니겠나. 그런 관점으로 접근했다. 또 자랑하고 싶은 게 있다. KBS 아카이브에는 100년 전 3.1 운동에 직접 참여했던 독립운동가들의 인터뷰가 많다. 심지어 민족 대표 33인이었던 분의 생전 인터뷰도 있다. 앞으로 차근차근 업데이트할 건데, 이런 자료도 있다는 것을 많이 알아주셨으면 좋겠다. 3.1 운동의 인물과 사건의 큰 얼개를 정말 손쉽게 볼 수 있도록 노력을 많이 했다. 그런 부분에서 학생들, 자녀들을 비롯해 많은 분이 이용해 주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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