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 : CBS라디오 <임미현의 아침뉴스="">
■ 채널 : 표준 FM 98.1 (07:00~07:30)
■ 진행 : 임미현 앵커
■ 코너 : 안성용 기자의 <정보방 -정치를="" 보는="" 방법="">
◇ 임미현> 안성용 기자의 '정치를 보는 방법', 정보방 시간입니다. 안 기자, 5.18 망언 논란 조금더 해보죠.
이른바 '망언 의원 3인방' 가운데 이종명 의원에 대해서는 당 차원에서 제명 결정을 내렸는데 김진태 의원과 김순례 의원에 대해서는 판단을 미뤘어요?
◆ 안성용> 한국당 당규를 보면 일부 경우를 제외하고는 당 대표와 최고위원 후보자에 대해서는 경선이 끝날 때까지 윤리위 회부 및 징계 유예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한국당이 두 차례에 걸친 윤리위원회 회의 끝에 '5.18 폭동이 시간이 흐르면서 민주화 운동으로 변질됐다'고 한 이종명 의원에 대해서는 제명 결정을 내리고도 두 의원에 대해서는 징계 유예를 결정한 것은 이런 당규에 따른 것입니다. 아스팔트 우파의 지지를 받는 김진태 의원 등에 대해 당원권 정지 등의 징계를 해서 전당대회에 못나오게 했을 경우 밀어닥칠 후폭풍을 우려한 것으로 보입니다.
◇ 임미현> 그렇지만 이 두 의원은 이종명 의원에 비해 책임이 결코 가볍지 않지 않잖아요. 이런 의원들을 전당대회에 나가게 한다는 건 문제 아닌가 싶어요?
◈ 안성용> 김진태 의원은 문제가 된 공청회 축사에서 "5.18 문제만큼은 우파가 결코 물러서서는 안 된다. 힘을 모아서 투쟁하자"고 했구요, 김순례 의원은 토론자로 나서 "종북 좌파들이 5.18 유공자라는 괴물집단을 만들어 내서 세금을 축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지난 시간에도 말씀드렸지만 5.18의 실체적 진실과 역사성을 부정하고, 왜곡해서 지역감정을 부추기고 국론을 분열시키는 행태는 면책특권이 적용되는 국회의원의 발언이라고 그냥 넘어갈 수는 없는 일입니다.
◇ 임미현>하지만 두 의원은 당 결정에 전혀 개의치 않는 것 같아요?
◆ 안성용> 그렇습니다. 사실 두 의원은 국민적 비난이 빗발치자 당 차원의 징계 논의가 진행되기 전에 입장문을 내고 고개를 숙이는 듯한 자세를 취했습니다만, 소나기를 피하고 보자는 심산이었을 뿐이었던 것 같습니다. 전혀 반성의 뜻이 안 담겨 있었습니다.
논란이 일자 김순례 의원은 사과했지만 토론회에서 제기된 북한군 개입설을 비롯한 각종 5·18 관련 비하 발언들은 한국당의 공식 입장이 아닐뿐더러 자신도 동의하지 않는다면서 당시 주최 측이 낸 의견들과 내빈으로 참석한 자신의 발언이 섞여 와전된 부분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김진태 의원도 마찬가집니다. 입장문에서 "작년에 여야합의로 제정된 5.18 진상규명법에 의하면 북한군 개입 여부를 진상 규명하도록 돼 있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이번 5.18 유공자 명단을 공개해야 한다. 국민혈세가 들어갔으므로 우리는 알권리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 임미현> 특히나 전당대회 국면이 본격화 되면서 두 의원의 기가 더 살아나는 것 같아요?
◆ 안성용> 전당대회를 앞두고 합동연설회와 TV토론회 등이 줄을 잇고 있는데요, 화면에 비치는 합동연설회 장면을 보면 김진태 의원이나 김순례 의원 등은 오히려 영웅이 된 분위깁니다. 이른바 태극기부대들이 이 두 명을 적극 지지하면서 현장 분위기만 보면 당선은 떼어 놓은 당상 아니냐는 생각을 갖기에 충분합니다.
◇ 임미현> 이러다가 전당대회를 통해 두 의원이 완전히 살아나는 거 아닌가요?
지난 14일 오후 대전 한밭운동장 다목적체육관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3차 전당대회 충청ㆍ호남권 합동연설회에서 당 대표 후보로 김진태 의원(오른쪽)과 최고위원 후보로 나선 김순례 의원이 밝은 표정으로 손을 맞잡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 안성용> 두 사람은 5.18 망언으로 정치생명에 위기가 찾아왔지만 전당대회 과정을 통해 다시 살아나는 양상입니다.
김진태 의원은 지난 15일 대전 합동연설회에서 갈색 카우보이 모자를 쓰고 무대에 올라 "만약 제가 당 대표가 되지 않으면, 이 당에서 쫓겨날 수 있는데 괜찮겠냐"고 목소리를 높였구요, 김순례 의원도 "매일 자고 나면 제가 죽고 있다. 또 죽고 또 죽고 있다. 당원 동지 여러분이 저를 살려주시겠냐"고 호소했습니다.
김 의원은 특히 이튿날 대구에서 "떳떳하게 할 말을 하는 자유한국당의 여전사가 되겠다"면서 "내년 총선에서 한국당이 과반수 획득에 실패하면 대한민국은 간판을 내려야 한다. 우리는 고려 연방제 국가로 전락한다"고 색깔론을 펼쳐들었습니다.
◇ 임미현> 잊혀질만하면 색깔론이 고개를 드는군요?
◆ 안성용> 색깔론이 과거처럼 국민들에게 먹혀들지도 않을 뿐더러 자칫 잘못하면 역효과가 날 수도 있습니다만, 이른바 극우 성향의 골수 지지자들을 결집시키는 데는 효과가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정용기 정책위 의장이 꺼내든 인민민주주의도 지지자들을 겨냥한 것으로 보이는데 다소 위험해 보입니다. 정 의장은 윤리위의 결정이 꼼수라는 민주당 등의 비판에 대해 "자기들 마음대로 처리가 되지 않았다고 해서 저희를 공격하는 것은 법치주의를 하지 말고 당헌·당규를 무시하자는 말"이라며 "인민민주주의도 아니고 말이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습니다.
◇ 임미현> 왜 이 대목에서 인민민주주의가 나왔는지 이해가 좀 안되네요?
◆ 안성용> 그렇게 말입니다. 정 의장의 발언은 당 지도부 경선에 출마한 후보자들에 대해서는 전당대회가 끝날 때까지 후보 신분을 보장해 줘야 한다는 당규가 있지 않느냐. 이 당규를 무시하고 어떻게 징계를 하라는 얘기냐는 취지로 들립니다만 북한 체제를 비판할 때 단골메뉴로 등장했던 인민민주주의라는 말을 동원하다보니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겅 보고도 놀란다'는 속담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정용기 정책위 의장의 말이 맞기는 맞습니다. 당규에 전당대회 후보자들을 징계할 수 없도록 돼 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전당대회 이후 입니다. 전당대회가 끝났기 때문에 징계가 유예된 두 사람을 이종명 의원처럼 제명이라는 중징계를 내릴 수 있을지 지켜볼 대목입니다.
◇ 임미현> 제명 결정을 내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이 안 되면 '쇼' 아니겠습니까?
◆ 안성용> 의원 제명은 소속 의원 2/3 이상의 동의가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이종명 의원에다 김진태, 김순례 의원이 윤리위에서 제명 징계를 받는다고 하더라도 실효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의총에서 의원 2/3 이상이 제명에 찬성해야 하는데 현재 상태로는 죽었다 깨어나도 안 될 것 같습니다.
죽었다 깨어나도 안될 일을 갖고 논쟁하고 싸우고 하는 것을 보면 모든 것이 허무해지기도 합니다만, 분명한 것은 국민들이 한국당의 지금 이런 상황을 묵묵히 지켜보고 있다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