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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성, '증인' 촬영하며 아주 마음 편했던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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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우성, '증인' 촬영하며 아주 마음 편했던 이유

    [노컷 인터뷰] '증인' 순호 역 정우성 ②

    지난달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영화 '증인'에 출연한 배우 정우성의 라운드 인터뷰가 진행됐다.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 이 기사에는 영화 '증인'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최근 5년간 정우성이 출연한 영화는 대개 진지하거나 무거웠다. 장르를 살펴보면 범죄/액션('아수라', '신의 한 수'), SF/액션('인랑'), 액션/드라마('강철비'), 범죄/드라마('더 킹') 등 범죄와 액션을 중심으로 한 작품이 많았다. 개봉을 앞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역시 미스터리/스릴러다. 로맨스/멜로 장르는 '나를 잊지 말아요'와 '마담 뺑덕' 정도였다.

    오늘(13일) 개봉한 영화 '증인'은 더할 것도 뺄 것도 없는 '드라마'다. 현실의 문제 때문에 신념을 저버리고 타협하는 변호사 순호(정우성 분)가 자폐스펙트럼장애를 가진 소녀 지우(김향기 분)를 만나게 되면서 달라지는 얘기를 그렸다. 재판에서 반대편에 있었기에 도무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사이였으나, 순호는 지우의 세계에 들어가려고 노력한 끝에 결국 소통하게 된다.

    지난달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정우성은 "한동안 한국 영화계에서 그런 시나리오를 찾아보기 힘들었던 것 같다"면서 감정을 숨김없이 표현할 수 있어서 좋았다고 밝혔다. 그는 언론 시사회에서도 "제가 해 왔던 캐릭터 중에서 가장 원 없이 감정 표현을 하지 않았나"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일문일답 이어서.

    ▶ '증인' 개봉을 앞두고 생후 29개월일 때 광고 촬영 현장에서 만난 김향기 씨와의 인연이 재조명됐다. 알고 있나.

    아, 그런가. (웃음) 그때 향기 씨와 지금의 향기 씨는 비교도 할 수 없다. 광고 촬영한 것도 잊고 살다가, 현장에서 향기 씨가 어머니한테 들은 얘기를 전해주면서 저도 깜짝 놀랐다. '그런 인연이 있었구나!' 하고. 작품을 보면서도 나랑 저 친구랑 이런 인연이 있다고 인식 못 하고 봤을 것 아닌가. 그 얘기 들으니 너무 신기했다. 아, 이렇게 세월이 흘렀구나 하는 감회도 있고. 마냥 어린아이처럼 보이지 않고, 당연히 현장에서는 동료 배우이고, 지우를 표현하는 '프로'이기 때문에 (현재의) 향기 씨를 그냥 고스란히 느낄 수밖에 없다.

    ▶ 김향기 씨는 정우성 씨에게 '아재' 느낌이 전혀 안 났다고 말했다.

    그런가? (웃음) 아재 개그가 아니라 고급 개그를 친다. (일동 웃음) 무인도 개그에서 고급 개그로 승격됐다. 어, 동의 안 하시는 표정이다. 외면하시네. (웃음)

    ▶ 김향기 씨와 동료로서 함께 연기해 보니 어땠나.

    '우아한 거짓말', '신과함께'를 보면 눈빛이 깊더라. 뭔가 조숙한 생각을 하는 것 같은, 그런 눈빛을 가진 배우라고 생각했다. 현장에서 대해보니까 정말 진지하고 좀 더 성숙한 방향으로 사고하려는 그런 친구인 것 같다. 말수도 적고 진지하고. 그리고 또 자기가 맡은 배역이 사회에 노출이 됐을 때 나오는 부수적인 작용까지 진지하게 고민하는, 바람직한 자세를 가진 배우라고 봤다.

    정우성은 '증인'에서 이한 감독, 배우 김향기와 함께 작업했다.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 극중 '정신병'이라든지 '자폐만 빼면 좋을 텐데' 등 지우에 관해 실언하는 장면이 나온다. 의도하지 않게 편견을 드러내 상처 주는 장면에, 많은 사람이 보면서 공감했을 것 같다.

    우리 모두가 그런 실수를 한다. 사회에서 만들어 낸 편견의 단어가 많고. 상대를 폄하하는 단어인지 모르고 스스럼없이 내뱉을 때가 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실수를 순호에게 얹어놓은 것 같다.

    ▶ 그런 실수를 했던 순호도 지우와 친해지면서 무엇을 잘못했는지 깨닫고 차츰 변한다. 영화를 찍으면서 비슷한 경험을 했는지 궁금하다.

    전 (편견이) 없었다. (웃음) 자폐 특성에 따른 다른 행동 양식이 물론 있다. 가끔 그런 다큐를 접할 때도 있고. 우리는 '발달장애'라고 표현하는데, 발달에 필요한 어떤 부분의 결핍이 어떤 극대화된 능력을 만들어낸다고 생각한다. 그런 걸 보면 인간이 굉장히 위대하고 놀라운 존재라는 걸 느끼고. 대다수 사람과 다른 행동 양식을 갖고 있다는 이유로 '발달장애'라는 표현을 다수의 표현으로 쓰고 있는 것뿐이다. 예를 들어 X맨에 나오는 슈퍼 히어로들도 어쩌면 다른 능력이 극대화돼 초능력으로 표현된 것 같다. 부재한 것을 극대화해서 보는 게 다수의 버릇인 것 같다. 그보다는 가진 장점을 극대화해 보았을 때 온전히 더 아름다운 사람으로서, 사회의 일원으로서 공존할 수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 자폐스펙트럼장애를 캐릭터의 특성이나 하나의 소재로 도구화한 느낌이 들지 않은 점이 인상적이었다.

    이건 지우와 감독님한테 해야 할 질문일 것 같다. (웃음) 자폐증 환자를 어떻게 다룰 것이냐가 아니라, 우리가 어떻게 바라보고 있느냐의 얘기인 것 같다. 그래서 다른 영화들과 조금 다른 시각으로 자폐를 볼 수 있는 거다. 문제는 그들의 존재가 아니라 그들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고, 그 자세를 들여다 보려고 하는 영화이기 때문에… 캐릭터로 만들어서 드라마틱한 부분을 영화에 이용하려고 하는 게 아니라, 그들을 바라보는 우리의 자세가 온당한가 질문하는 거다.

    ▶ 순호는 지우와 만나면서 성장하게 된다. 그렇다면 순호는 지우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을까.

    사실 순호가 지우에게 영향을 준 건 없다. 지우가 순호에게 영향을 많이 준 것 같다. 저는 둘의 관계를 따로 설정 안 하고 지우를 대했다. 지우를 바라보면서 느껴지는 감정을 표현하는 데 중점 뒀던 것 같다.

    ▶ 영화에서 어떤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는지.

    마지막에 지우의 인사를 받았을 때. 지우라는 어떤 순수한 존재가 한 어른을 성장시키지 않았나. "좋은 사람이 되도록 노력할게"라는 말이 되게 중요한 말인 것 같다. 좋은 말 같다.

    오늘(13일) 개봉한 영화 '증인'에서 순호 역을 맡은 배우 정우성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 '좋은 사람'으로 살기 위해 노력하는 부분이 있나.

    (웃음) 거창하거나 클 필요는 없는 거 같다. 순호가 한 말이 정말 솔직하고 맞는 말 같다. 지우는 (누구를 좋은 사람, 아닌 사람으로) 그렇게 평가할 수 있지만 모든 사람은 많은 관계를 맺고 살 수밖에 없는 사회이기 때문에 (어떤 사람인지는) 늘 상대적이니까. 또, 얼마만큼 상대를 존중하느냐의 문제인 것 같다. 혼자 사는 사회가 아니니까.

    ▶ 언론 시사회 때, 순호 캐릭터를 연기하며 원 없이 감정 표현해서 좋다고 했는데 이런 역할에 대한 갈망이 있었나.

    그동안은 상대에게 감정을 들키지 않으려는 캐릭터를 주로 했다. 감정을 숨겨야 하니 되게 답답했다. 움켜쥐고 있어야 하니까. 근데 '증인' 같은 경우는 그럴 필요가 없어서 자유로웠다. 아주 맘 편했다. 아주 맘 편했다. 어떻게 보면 어떤 캐릭터를 하든 어떤 장르의 연기를 하든 현장은 배우에게 가장 좋은 휴식처이자 안식처다. 그래도 그 안에서 캐릭터에 대한 긴장을 꽉 쥐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피로가 생긴다. 이번엔 (순호) 캐릭터를 하며 힐링했다.

    ▶ 확실히 그동안은 작품이나 캐릭터 모두 어둡고 무거운 느낌이었다. 이런 잔잔하고 따뜻한 작품을 오랜만에 해서 느낌이 남달랐을 것 같은데.

    영화라는 게, 보면 어떤 시기에는 어떤 영화가 쏟아져 나오는 시류가 있다. 결국 시대의 요구를 담는 작업이 선행되는 거고. 앞으로는 자신을 돌아보거나, 자신 혹은 주변을 돌보는 영화가 많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 지금은 그런 것들이 요구되는 시대고. 나 자체가 누군가에게 보듬음을 받고 싶지 않나. 아무래도 격동의 시대를 지나온 당사자들이기 때문에, 너무 의식 강요를 하면 거기에 대한 피로도가 있는 것 같다.

    ▶ 이한 감독과 함께 작업했는데, 이번에 연출이나 제작 부분에도 참여했나.

    어떤 프로젝트냐에 따라서 롤과 참여도가 달라지지 않을까. 순수하게 (감독 대) 배우로 만났고 배우로서 소통했다. 현장에서도 배우로서 역할 충실히 하는 게 제 목적이었고. 이 감독님은 워낙 타고난 인품을 가지셨고, 따뜻함을 추구하셨다. 잔잔하면서도 (무언가를) 강요하지 않는 담백한, 아름다운 영화를 계속해서 해 주셨으면 좋겠다.

    ▶ 지금까지는 주로 영화로 관객을 만나왔는데 드라마를 할 생각은 없나.

    드라마를 한다, 안 한다기보다는 타이밍과 캐릭터가 맞아야 한다. 많은 드라마 제안이 오긴 했지만, 영화 위주의 스케줄이 먼저 잡혀 있다 보니까 물리적인 시간 때문에 할 수 없었던 부분이 있다.

    배우 정우성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 꾸준히 제작도 해 왔다. 현재 준비 중인 작품이 있는지.

    네. 준비하는 것들이 꽤 있다. 올해는 감동 입봉하려고 준비 중인 작품이 있다. 올해 작업 들어간다면 내년에 선보일 수 있지 않을까. 준비가 잘 돼서 원하는 스케줄 안에서 되면 되는 거고 아니면 아닌 거고. (웃음) 이게 뭐 사회적 공헌이 아니기 때문에. (일동 웃음)

    ▶ '증인'을 볼 관객들에게 한 마디 부탁한다.

    따뜻하다는 말이나 감정을 강요하는 영화가 아니다. 여백이 고스란히 있어서, 보는 사람이 (자기) 감정을 이입할 여지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담담함과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영화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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