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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인' 정우성 "타협은 위험하죠. 함부로 해서도 안 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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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증인' 정우성 "타협은 위험하죠. 함부로 해서도 안 되고"

    [노컷 인터뷰] '증인' 순호 역 정우성 ①

    지난달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영화 '증인'에 출연한 배우 정우성의 라운드 인터뷰가 진행됐다.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 이 기사에는 영화 '증인'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정우성이 법조인 캐릭터로 돌아왔다. 2년 전 개봉한 영화 '더 킹'에서 그는 모두가 가까워지려고 애쓰는 검사 역을 맡았다. 커다란 샹들리에가 눈에 띄는 호화로운 프라이빗 룸에서 마이크를 잡고 자자의 '버스 안에서'를 불렀던, 차기 검사장 후보 한강식.

    지나친 권력욕 때문에 가끔은 헛웃음을 짓게 했던 한강식은 더 이상 없었다. 오늘(13일) 개봉한 영화 '증인'에서 정우성은 위치도, 성격도 딴판인 캐릭터를 맡았다. 달리 수식어가 필요 없는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출신의, 한때 세상을 더 살기 좋게 만들겠다는 신념을 가졌던 변호사 양순호를 연기했다.

    순호는 아버지 빚 때문에 경제적으로 곤궁함을 겪어, 대형 로펌에 들어가 나름의 '타협'을 하는 인물이다. 하지만 살인 사건 용의자 변호를 하다 만난 유일한 목격자 지우(김향기 분)를 보면서, 잠시 잊고 지냈던 '중요한 것'들에 관해 돌아보게 된다. 진실이나 양심 같은.

    지난달 22일, 서울 종로구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배우 정우성을 만났다. '더 킹' 이야기를 꺼내자 그는 "법조인이라는 직업 안에서 연관성을 찾을 수 있겠지만 전혀 다른 인격체"라는 점을 강조했다. 공감할 수 있는 인간적 딜레마를 가지고 있기에 순호 역이 매력적이었다고 밝힌 정우성은, 그러나 '타협'을 함부로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 어제(1월 21일) 언론 시사회가 있었다. 영화 어떻게 보았는지.

    어떻게 봤겠나. (일동 웃음) 사실 시나리오를 읽을 때 굉장히 개인적인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에 있었다. 시나리오 읽으면서 느꼈던 어떤 잔잔함, 마음의 동요, 그런 것들을 관객분들에게 전달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작업과정에서 많은 것들이 첨부되고 첨가되면서 (영화에서) 시나리오가 갖는 담담함이 훼손될 수도 있지 않나. 어제 시사 끝나고는 다행히 내가 느꼈던 이런 감정에 영화 보신 분들이 고스란히 공감해주신 것 같아서 안도했다.

    ▶ 그동안 강렬하고 선 굵은 캐릭터를 주로 맡았다면, 이번에는 인간적인 매력이 돋보이는 역할이었다. 본인이 생각하는 순호의 매력이 있다면. 또, 본인과 닮은 점이 있는지도 궁금하다.

    저도 인간적이다. (일동 웃음) 왜 선택했을까? (웃음) 순호가 매력 있을 수 있다. 중년의 남자들이 기성세대가 되어갈 땐, 실리와 합리 등 그럴싸한 단어를 앞세워서 타협을 한다. 하지만 타협은 되게 위험하다. 함부로 해서도 안 되고. 순호는 딜레마를 가진 사람이다. 그게 캐릭터로서의 매력일 수도 있다. 캐릭터가 대하는 사람들, 그 사람들과 나눈 교감, (영화) 안에서 만들어지는 온도, 이런 것들이 매력 있기 때문에 ('증인'을) 선택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오늘(13일) 개봉한 영화 '증인'에서 순호 역을 맡은 배우 정우성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 극중 순호는 현실적인 문제 때문에 대형 로펌에 들어가긴 하지만, 출세하기 위해 자기 모습을 급격히 바꾸진 않았다. 그러다가 나중으로 갈수록 고위층 술자리에 가서 어울린다든지 하는 현실에 타협하는 장면이 나왔다. 이런 흐름이 잘 이해됐나.

    (영화 초반) 순호는 현실적 고단함과 삶의 무게가 있어서 (어떤) 결심을 하고 로펌으로 들어간 상황이었다. 아버지가 친구의 보증을 섰기 때문에 물질적으로 궁핍하고 그걸 해결해야 하는 가장이니. 민변 활동하면서 양심과 사회적 정의를 추구하면서 그때 생긴 고단함도 표현됐다고 생각한다. 순호 같은 경우에는 그 고단함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현실적 타협을 한 거다. 계속해서 갈등하고 있는 거고. 갈등하기 때문에 로펌에 들어가서 로펌 대표와 어울리면서도 그 자리가 마냥 좋지도 않고 내가 있어야 될 자리인가 아닌가 하는 고민이 늘 있었을 거다. 다만, 일단 선택했으니까 한번 가 봐야지 하는 마음, 의지, 행동이었던 거다.

    닮은 점은… 얼굴? 얼굴이 닮았나? (일동 웃음) 얼굴이 닮았다, 순호와 제가. 똑같이 생겼으니까. (웃음)

    ▶ 극중 눈빛 연기가 인상적이었다.

    눈빛 연기는 '내 머릿속에 지우개'인데… (웃음) 좋은 사람이니까? (웃음) 순호가 착해 보여야 한다는 얘기는 전혀 안 했다. 순호의 고민이 사실적이고 인간적이길 바랐던 것 같다. (이한 감독이) 촬영하면서 저한테 절대적인 신뢰를 줬다. 어떤 표현을 해도 좋아해 주시고, 오히려 (감독 디렉션이) 조금 과하다 싶으면 미묘하게 제가 (제동을) 걸었다. 약간의 위트를 넣고 싶었는데 과해질 수도 있다. 스스로 '너무 많이 한 거 아닌가?' 할 때도 있었다. (담장 너머로 목을 빼서) '어머니!'라고 부르는 장면은 감독님이랑 저만 좋아했다. 그걸 했는데 나는 흐뭇한 거다. (일동 웃음) 마음에 드는 거다. 감독님도 너무 좋아하더라. (웃음)

    ▶ 유력한 살인 용의자 미란(염혜란 분)의 무죄를 입증해야 하는 위치인데 2심에선 오히려 그에게 불리하게 상황을 이끌어간다. 이런 일이 실제로 가능한가.

    아마 징계받을 거다. 변호사 자격 박탈이다. 실제 사례가 한 번은 있었다고 들었다.

    ▶ 지우는 자기 기준에서 미란이 무죄 받은 건 진실이 아니고 옳지 않기 때문에 다시 증인으로 선다. 지우가 진실을 가장 중시했다면, 순호에게 가장 중요한 건 뭐였을까.

    양심 아니었을까. 한 인간으로서의 양심, 직업인으로서의 양심. 오미란 씨가 인생에서 진실을 감추고 거짓된 삶을 살면 앞으로 사회에서 관계 맺으면서 더 나쁜 폐해를 만들 수 있지 않나.

    배우 정우성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 영화에서 비중이 큰 법정 장면이 담담하게 표현됐다고 봤다. 그래서 더 기억에 남는 것 같다.

    네, 의도가 먹힌 것 같다. (웃음) 일상적인 모습을 담고 있는 캐릭터라서 사실은 그 정도 연기를 하면서도 너무 드라마틱한 연기를 한 게 아닐까 경계했다. 이 영화 안에서 나오는 사건도 심각하지만, (법정에서) 실제 사건을 대할 때 오히려 이 영화보다 더 담담할 거라고 본다. 그래서 주인공이 느끼는 감정을 너무 과하게 표현해서 관객에게 강요해선 안 된다고 생각했다.

    ▶ '더 킹'에서도 법조인 역이었지만 완전히 반대되는 연기를 했다. 어떻게 다르게 접근했는지.

    글쎄, 어떻게 보면 같은 법조인이라는 직업 안에서 연관성을 찾을 수 있겠지만 전혀 다른 인격체이고 다른 고민을 하는 사람이었다. 물론 영화 안에는 사회와 대중이 그런 법조인이란 직업을 가진 사람들, 검사나 변호사에게 요구하는 공공성, 직업에 대한 책임을 요구하는 부분이 분명히 있었다. '더 킹'에서는 한강식이라는 공심을 상실하고 사심으로 가득 차 자기 직업을 이용하는 사람에 대해 경고했다. '증인'에서는 분명히 개인의 직업이지만 공공성을 가졌기에 직업적 윤리가 요구되는 변호사가 있고, 그 고민하는 순호의 모습을 보여주는 거다. 직업의 연관성으로 순호와 한강식을 대하진 않았다. ('증인'에 나오는 인물들은) 다행히 순수하고 사랑을 필요로 하는 사랑을 줄 줄 아는 그런 대상이어서, 어떤 따뜻한 온도에서 연기를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 순호 캐릭터를 이야기할 때 타협을 함부로 해서는 안 된다고 답했는데, 현재 정우성이 타협하지 않고 지켜가는 건 무엇인가.

    (잠시 침묵) 그…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을 것 같다. 타인을 대하는 자세가 중요한 것 같다. 타인을 대하는 자세, 타인을 대하는 온전한 존중, 예의 이런 것들이 결국에는 관계를 만드는 거고, 관계가 결국에는 사회를 만드는 거고 사회가 국가가 되는 거다. 그러니까 본분을 지키면서, 내 자리에서 타인을 대할 때 얼마나 존중하고 정당하게 대하는지가 중요한 것 같다.

    ▶ 언론 시사회에서도 그렇고 여러 인터뷰에서 '증인'을 따뜻한 영화라고 표현했는데, 어느 부분이 가장 가슴을 울렸나.

    아버지와의 일상! 무덤덤하고 틱틱거리는 모습 안에 사랑의 온도가 존재하고 있는지 당사자들은 잘 모르지 않나. 제3자는 그렇게 무덤덤하게 툭툭 뱉는 소리에서 따뜻함을 느끼고 교감할 수 있지만. 그리고 또 지우와의 소통 방법도 있다. 지우에게 다가가려고 노력하는 과정, 지우가 순호에게 던지는 질문들. 그런 것들을 3자 입장으로 보게 되니까 시나리오를 읽을 때 담담하면서도 아름답다고 느꼈다.

    정우성은 '증인'을 따뜻한 영화라고 표현하며 아버지 길재(박근형 분)와 함께한 장면, 지우(김향기 분)와 함께한 장면을 예로 들었다.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 생각보다 웃음이 터진 부분도 많았다.

    톤 잡을 때 의도한 것 같다. 일상생활 안에서도 사람들의 표정이나 반응들이 굉장히 엉뚱하지만 귀여운 모습들이 많이 있지 않나. 우리는 그걸 모르고 지나가는 경우도 있지만. 순호가 삶의 선택을 할 때 갈등과 고민을 하는 시점에서 영화가 시작되는데, 어떤 대상을 대할 때 그가 가진 성격에 맞는 리액션이 존재하고 그게 좀 엉뚱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현장에서도 마냥 무겁게 흘러가기보다는 조금 가볍게, 조금은 유쾌하게 하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 눈물을 훔치는 연기는 따로 감독 디렉션이 있었던 건지 궁금하다.

    그 정도 진폭 안에서, 다양한 디테일로 몇 테이크를 했다. 매 테이크 똑같은 감정 가지고 하지만 말투는 미묘하게 바뀌어서, 리액션도 미묘하게 바뀌었다.

    ▶ 마지막에 수인(송윤아 분)에게 고백하는 장면은 원래 있던 건가.

    원래 있었다. 원래 뒤에 말이 몇 마디 더 있었는데 편집에서 줄였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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