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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업4.0] '나홀로 스마트공장' 장밋빛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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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조업4.0] '나홀로 스마트공장' 장밋빛 아니다

    新제조업 핵심 스마트공장, 한국에서는 제조공정만 강조
    고객 데이터와 결합해 새로운 서비스 제품 만들어야 부가가치 생겨

     

    한국OSG(주)는 절삭공구 등을 만드는 중소기업으로 금탑산업훈장을 받는 등 우수 기술 기업이다.

    하지만 다품종 소량 생산이어서 부품 및 자재관리가 항상 골칫거리였다. 생산에 필요한 소재 숫자만 3천개 가까이 되다보니 재고 파악에만도 1시간이나 넘게 걸렸다.

    제품 생산을 하다가 소재가 떨어지면 창고로 달려가지만 정작 필요한 소재가 어디에 있는지 찾느라 많은 시간을 허비하는 경우도 있었다.

    한국OSG는 이같은 문제를 스마트 공장으로 해결했다. 소재가 입고되는 즉시 바코드가 생성되는 라벨이 부착되고 바코드 정보는 중앙서버를 거쳐 ERP(전사적 자원관리 프로그램)와 연계된다. 생산부서는 1시간이 넘는 재고파악 시간을 단 1분으로 줄일 수 있었고 관리부서는 생산계획 등을 손쉽게 작성할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작업공수(일정한 작업을 하는데 필요한 인원수를 시간으로 표현한 수)도 12.26분에서 2.7분으로 대폭 줄었다. 생산성이 획기적으로 높아진 것이다. 높아진 생산성은 일자리 창출로 이어져 스마트 공장 도입 이후 영업직 사원들을 20명 이상 새로 뽑았다.

    플라스틱 배관 제조업체인 (주) 프럼파스트는 스마트 공장을 도입해 불량률을 획기적으로 줄였다. 조그만 틈만 있어도 물이 샐 수 밖에 없기 때문에 배관은 100분의 0.5의 오차도 허용할 수 없다. 하지만 9단계에 걸친 공정 가운데 어느 한곳에서라도 미세하게 온도가 변하면 불량이 나게 된다.

    예전 시스템에서는 불량이 나면 원인이 어느 곳인지 파악하느라 기계를 멈추고 많은 시간을 들였다면 스마트 공장 도입 이후에는 각 단계별 생산 데이터들이 자동으로 생성돼 불량품을 만들어 내는 공정을 곧바로 파악할 수 있게 됐다. 또한 단계별 설비가 도출하는 다양한 정보가 실시간으로 축적돼 통계를 내고, 이런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표준화'한 공정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스마트공장 (사진=자료사진)

     

    스마트공장 도입 이후 이 회사는 종전에 비해 불량률이 30%나 감소했다. 이 회사 원재희 대표는 "생산성이 높아진 것도 수확이지만 직원들의 자세가 바뀐 것도 스마트공장 도입의 큰 수확"이라며 "직원들이 이제는 '데이터를 갖고 일을 하면 된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고 설명했다.

    新제조업의 생산성 높이기…중심에 '스마트공장'

    세계 각국이 新 제조업 정책을 추진하면서 그 중심에 스마트공장을 놓고 있다. 스마트공장이란 제조 공정에 각종 센서와 제어장치 등을 부착해 '제조 데이터'를 만들어 내고 이 데이터들을 서버와 인터페이스 등과 연동해 분석 활용할 수 있는 공장을 말한다.

    앞서 사례로 든 (주)프럼파스트의 경우 각 공정마다 센서를 부착해 플라스틱 원료의 온도와 이동 속도 등의 데이터를 만들면 서버가 표준공정 데이터와 비교해 이상이 발생할 경우 경고를 나타내는 방식으로 사전에 불량을 걸러내고 있다.

    스마트공장이 도입되면 불량의 원인이 무엇인지, 부품은 어디에 있는지 등 '비생산적 활동'에 필요한 시간을 대폭 줄일 수 있고, 기계와 인력의 가동시간을 최대로 끌어올릴 수 있다. 이는 결국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지고 생산성이 높아지면 임금인상과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아울러 스마트공장을 도입하기 위해서는 생산공정을 분석하고 정리할 수 밖에 없어 작업환경도 개선된다.

    '낮은 생산성과 열악한 근로조건'이라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는 한국의 중소기업에게는 '스마트공장이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는게 정부의 입장이다.

    하지만 현재 한국의 스마트공장 도입비율은 대기업이 31%정도이며 중소기업은 11.8%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정부는 오는 2022년까지 중소기업에 스마트공장 3만개를 도입해 10인상 중소기업의 절반정도는 스마트공장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사진=자료사진)

     

    '나홀로 스마트공장' 장밋빛 미래 아니다

    하지만 스마트공장이 모든 것을 단박에 해결해 줄 수 있는 요술램프는 아니다. 스마트공장이 공장 내 공정에만 집중될 경우 과거의 '공장 자동화'(factory automation)와 차별성을 갖기 어렵고, 이는 결국 고용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일례로 독일 아디다스사의 안스바흐 스마트공장은 스마트화 이후 오히려 일자리가 줄어들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아디다스는 지난 2013년 중국에 있던 운동화 제조 공장을 철수해 독일 안스바흐로 옮기면서 스마트공장을 도입했다. 아디다스는 중국에서 600명을 고용했지만 독일 스마트공장에서는 단 열명만 고용했다. 나머지는 로봇 12대로 대체했다.

    산업연구원의 심우중 연구원은 "(개별 기업단위의) 나홀로 스마트화는 한계가 있다"며 "전후방 기업들과 함께 스마트화를 추진해야 효율이 오른다"고 설명했다.

    스마트공장을 만들기 위해서는 이를 전문으로 하는 소프트웨어 업체 등이 있어야 하고, 이런 공급기업이 많아지면 스마트공장을 둘러싼 생태계가 조성돼 일자리가 창출된다는 것이다.

    또 다른 측면으로 보자면 고객 수요를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이에 부응하도록 스마트공장을 설계한다면 기존의 제품(서비스)을 뛰어넘는 새로운 제품(서비스)을 더욱 쉽게 만들 수 있고, 이것이 결국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수 있다는 견해도 나오고 있다.

    일자리 감소의 사례로 들었던 아디다스의 안스바흐 스마트공장은 일반적인 운동화 대신 고객 맞춤형 운동화를 생산하는 곳이다. 고객이 인터넷을 통해 자신의 발 크기와 체중, 선호하는 디자인, 운동화 끈의 색깔 등 고객 데이터를 입력하면 안스바흐 공장에서는 그동안 축적해 놓은 생산 데이터를 결합해 최적의 깔창과 디자인을 설계해 곧바로 생산에 들어간다. 5시간이면 운동화 하나를 만들어 낼 수 있으니 주문 바로 다음날 고객은 '나만의 운동화'를 받아볼 수도 있다.

    아디다스 안스바흐 공장의 이같은 실험은 고객 맞춤형 제품을 실시간으로 생산해내는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아디다스 사의 이같은 실험은 이제 운동화를 넘어 의류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아디다스는 최근 독일 베를린에 '스토어 팩토리'를 열었다. 쉽게 말하면 스웨터 짜는 로봇을 설치한 뒤 고객의 신체 치수와 원하는 문양과 디자인을 반영해 수시간만에 스웨터를 생산하는 가게이다.

    서강대학교 김용진 교수는 "새로운 (제조)서비스가 생겨야 일자리가 늘어난다"며 "지금 있는 상황에서 (스마트공장에) 투자하면 일자리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결국 스마트공장의 제조 공정(제조 데이터)이 고객의 요구(고객 데이터)와 결합될 때 진정한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다는 말이다.

    건국대학교 임채성 교수는 "현재 한국의 신제조업의 오류는 '공장'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이라며 "그러나 핵심은 '고객이 원하는 것을 공급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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